영화 <칠드런 오브 맨> 은 2027년,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재앙의 시대를 맞이하고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린 영화이다. 영화는 시대의 어둠을 지속적인 어두운 무채색의 색조를 통해 드러내며, 특히 롱 쇼트 이미지를 통해 담아내는 세상은 황폐화 된 풍경을 담아내는 동시에 보는 이들에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영화의 인류애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영화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영화는 앞에서 말했듯이 사실적으로 근 미래 배경을 재현해내며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그리는 영화이다. 영화는 지속적으로 롱 쇼트를 이용해, 곳곳의 풍경을 담아내며 나타낸다. 하지만 질적으로 많은 내용이 담겨 있는 롱 쇼트 장면 외에, 주인공이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뒤 걸어가는 뒷모습을 꽤 긴 시간 할애한 이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 곳 또한 영화가 보여주는 곳곳과 다르지 않게 황폐화 되어 있고, 어두운 색조를 통해 암울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벽면에 남아있는 그림은 무채색의 주변과 대비되어 더욱 눈에 띄는 동시에, 아이들의 손으로 서툴게 그려진 그림은 망가진 세상에 대한 아픔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게 한다. 주인공은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표정 또한 그에 걸맞게 어둡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는 오히려 주인공의 이어지던 표정이 아닌 고개 숙인 뒷모습을 담은 롱 쇼트는 어떠한 비통한 표정 보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주인공의 쓸쓸함을 더욱 강하게 와닿게한다.
이 쇼트는 난민촌에서 벌어진 시가지 전투의 한 장면이다. 이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영화의 진행 중 갑작스럽게 렌즈로 피가 튀게 된다. 이 붉은 핏방울은 한동안 이어지다 롱테이크 가 이어지던 중간 갑자기 사라진다. 롱테이크로 재현되는 전투 장면이지만, 실제로 렌즈에 튄 피는 사실감과 잔혹성을 더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긴 시간 유지될 때 보는 이들은 서사의 종속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면서 이것이 스릴감 넘치는 전투장면 임에도 거리를 두게 되며,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게 된다. 얼룩진 피와 붉은 벽돌은 무채색 배경 속에 두드러지게 드러나며,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효과와 동시에 거리두기의 효과를 주게 된다.
영화는 무너진 세상을 그리는 영화인만큼 어두운 무채색의 배경이 이어진다. 하지만 자연광 또는 조명 등의 노란빛을 이용해 그것과 대비되는 희망적 공간들이 등장한다. 이 시퀀스는 키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보고 모든 이들이 전투를 멈추고 경의를 표하는 롱테이크 장면이다. 핸드헬드로 이어지는 롱테이크는 키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하는 동시에 현실의 시간을 그대로 재현 해내며, 사실성을 더한다. 또한 모든 사운드는 배제된 채 울리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롱쇼트로 표현된 군인들의 정지된 모습과 맞물려 생명이 얼마나 경이롭고 소중한 것인가를 극대화 시킨다. 또한 무채색 배경 속 환한 빛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키와 아이의 모습에서는 그것을 신성한 것으로 보이게까지 한다.
딜런이 희망의 불씨가 되고 미래호가 노란 불빛을 밝히며 등장한다는 결말은 긍정적 결말을 이끌어내는 듯 보이지만, 쇼트 내 오른 쪽에 위치한 지속적으로 깜빡이는 불빛은 다가 올 세상은 과연 희망적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