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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농협, 선거혁명으로 바꾸자 | ||||||
-우농(愚農)의 각오와 신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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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괴물’이 된 농협의 실상
농협개혁이 농협을 괴물로 만들다
지난 20년간 다섯 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농협개혁은 농정 제1의 과제였습니다. 바뀌는 정부마다 농협을 개혁하겠다며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 결과 3명의 중앙회장(한호선, 원철희, 정대근)이 구속되면서 불명예퇴진도 했습니다. 그럼 농협은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20년 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과연 바뀐 부분이 있을까요?
1994년도에 농촌발전위원회(농발위)가 제시한 농어민을 위한 농협개혁의 과제는 여전히 미완성인 상태입니다. 농협은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괴물이 되었습니다. 농협을 개혁한다는 조치들이 역설적으로 농협을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일관성도 없었고 원칙도 없었으며 단지 여론을 호도하고 시늉에만 그쳤던 농협개혁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그런 구호뿐인 농협개혁을 한 두 번도 아니고 지난 20년 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치다 보니 이제는 어떤 의미도 없이 단지 피로감만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농협개혁을 외쳐도 신선함도 없고 긴장감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농협 역시 과거 벌벌 떨던 것과는 달리 어떤 외부세력도 자신들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며 건드린다 하더라도 충분히 견디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로비스트 농협
농협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정부의 인사가 완료되면 농협은 농협과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을만한 모든 부서의 책임자에 대한 관리를 시작합니다. 중앙정부의 공무원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 검찰, 경찰, 법조계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조직적으로 치밀한 관리를 시작합니다.
주요인사들과 지연, 혈연, 학연 등 사소한 친분관계 하나라도 있는 모든 농협 임직원들을 사전에 파악하여 일종의 전담 마크맨으로 정합니다. 국회에서 어떤 의원이 농협에 대해 우호적, 비판적 발언을 했는지 일일이 모니터를 하고 언론을 통해 농협에 대해 비판의 글을 쓴 인사들에 대한 관리도 합니다. 중앙정부가 농협에 불리한 입법을 추진하려고 하는 징조가 보이면 농협은 조직을 총동원해 이를 사전에 저지시키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자신들이 이해가 반영된 사항을 의원입법이란 형식을 통해 법제화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는 여야의 정치적 잣대도 없습니다. 오직 농협의 이해관계에 따른 친농협과 반농협의원만 있을 뿐입니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의원의 경우는 농협의 입김에 상대적으로 더욱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신의 지역구 농협조합장들이 조합원들의 표를 앞세워 압박과 회유를 하면 견딜 수가 없습니다. 결국 농협을 위한 입법 대행인이 되어 농협을 위해 봉사를 하게 됩니다. 심지어 농협 내에서는 그런 입법과정에 있어 전문성을 기하기 위해 ‘농협법 전문팀’들이 있어 입법 전에 기초설계까지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영역을 가리지 않고 조직적인 관리를 하다 보니 요즘에는 정부관료들이 농협개혁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려고 해도 잘 받아주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받아준다고 국회심의과정에서 거의 삭제되거나 본래 취지와는 왜곡되어 이상하게 변질이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농협 트라이앵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부와 국회, 농협을 잇는 ‘철의 삼각 동맹’ 즉 농협 트라이앵글이 과거 어느 때보다 굳건해졌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단행했던 농협개혁을 다시 과거로 돌리기 위한 의원입법이 여야를 불문하고 계속 발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농협 개혁법이 통과되었다고 하더라도 농협은 안 지키면 그만이에요. 어떤 처벌조항도 없으니까요. 자기들 편한 것만 따먹고 부담되는 것은 그냥 없었던 일처럼 사람들의 망각의 숲 속에 묻어버리고 넘어가는 거죠. 그런 것이 관행화되어 있습니다. 농협은 그렇게 해도 누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그런 거대한 힘을 가진 괴물이기 때문입니다. 국정감사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게 되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의원들이 방패막이가 되어 정부로부터 농협을 지켜주기까지 합니다. 과거에는 국회가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농민을 위한 농협개혁을 정부에 요청하기도 하고 농협에 대해 정부의 감시 소홀과 지나친 지원 등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악마의 거래
그런데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요? 예전에는 농협에 대해서 비판적이었던 국회를 자신의 방패막이와 입법대행기관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자금통제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농협중앙회가 8조원규모의 ‘통치자금(무이자지원자금)’을 가지고 회원조합을 관리통제하고 있어요. 농협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회원조합들 가운데 만약 무이자지원자금이 중지되면 당장 청산에 들어가야 할 조합만 300여 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회원조합의 1/3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에요. 1/3에 해당하지 않는 조합들도 대부분 경영상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 부실조합의 통폐합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통폐합은 현실상 힘든 상황입니다. 꼭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지역조합의 통폐합은 불가능한 것이죠. YS정부당시 1000여개에 육박하는 전국의 지역농협을 500여개로 통폐합해서 규모를 늘리자는 계획안은 수립되었지만 다음 정부인 DJ정권에 의해 무산되었습니다. 부실조합이 이렇게 많으면 어떻게 될까요? 부실조합은 중앙회장의 통치자금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고 중앙회장은 통치자금을 빌미로 자신의 지지기반을 더욱 굳건히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부실조합과 중앙회장의 ‘악마의 거래’인 것이죠. 그런 ‘악마의 거래’가 관행화되면서 농협통폐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통치자금을 받는 지역조합이 농협중앙회를 비판하거나 농협중앙회의 방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즉각적으로 무이자 자금회수조치가 이루어집니다. 무이자 자금은 애초 그 목적과는 상관없이 지역조합장들을 중앙회의 충실한 노예로 구속시키는 쇠고랑이자 족쇄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원래 농협의 주인인 농민들을 위한 사업이 아닌 악마의 거래를 통해 중앙회를 주인으로 삼아 고액연봉을 챙겨가면서 농협중앙회가 원하는 일들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지요. 그 일들 중에 중요한 것 하나가 바로 지역조합 관할의 지역구 국회의원 포섭입니다. 또한 무이자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압박을 넣어 농협중앙회장에게 자금지원요청이나 인사청탁을 하지요. 결과적으로 국회의원들마저 지역농협을 통해 농협에 코가 꿰이게 되고 농협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농협민국
비단 국회만이 아닙니다. 농협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언론에 대한 영향력을 갈수록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언론에게 있어 농협은 엄청난 광고주거든요. 지난번 국정감사 때는 농협이 전국 신문사에 광고지원을 빌미로 농협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쓰게 한 사실도 발각이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신문에서 농협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보신 기억이 아마 가물가물하실 것입니다. 신문뿐만 아니라 TV 방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농협을 비판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 담당 PD들은 농협의 압박에 내용수정을 넘어 방송중단까지도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건 제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올바른 이성과 용기로 세상에 목소리를 내야 될 지식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계, 지식인들, 여론지도자들은 이미 농협자문위원이란 감투를 쓰며 일종의 농협 장학생이 되어 농협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의 싹을 아예 뿌리째 뽑히고 있습니다. 간혹 농협에 대해 비판적인 심포지엄이나 포럼은 열려요. 주로 농민단체나 시민단체 주도로 이루어지는데요. 그 속내를 보면 참 희극적입니다. 농협을 비판하면 농협에서 돈이 나오거든요. 그런 포럼에서 얼마나 농협에 대한 비판이 심도있게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는 농협 규탄 시위를 위해 상경하는 사람들의 점심값과 버스비를 농협에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농협 임직원들은 그런 장악력을 토대로 자신들의 노후대책도 철저하게 세워두고 있습니다. 농협을 퇴직한 임직원들은 농협의 단골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의 임직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니까요. 한마디로 농협은 단순히 농촌 지역뿐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아닌 ‘농협민국’인 것이지요. 막강한 자본력과 산•학•관•정•언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력과 아울러 그 정보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로비를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그 누구도, 심지어 대통령도 손대기 힘든 괴물이 된 것입니다.
농협 007
2014년 현재 시점의 대한민국은 민주화, 지방자치로 인해 과거와 달리 정부 마음대로 시도지사와 군수들을 다룰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농협 조직은 그렇지가 않아요. 농협은 중앙회의 도지부와 시군지부가 수직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시군도지부가 읍면 단위의 조합들을 다 관리하고 있어요. 그런 수직적 관리체제는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동-읍면-시군구-시도-중앙회로 연결되는 수직적, 명령하복의 조직형태가 과거 유용하게 사용된 적도 있습니다. 바로 정보기관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죠. 독재정부 시절에는 안기부나 경찰조직보다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지역사회의 고급정보를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독재정부에서 정보기관으로써 아주 유용하게 활용했다고 합니다. 수직적, 명령하복의 조직형태와 더불어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있으니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쌓아온 노하우들이 농협이 정부나 국회를 대상으로 로비를 하는데 큰 힘을 발휘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막강한 정보력을 국가가 아닌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활용하는 것이죠. 또한 농협은 임직원 8만 여명의 기득권을 위해 조합원들을 바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농협은 어찌 되었든 협동조합이잖아요.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인식수준이 꽤 중요합니다. 자신들이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이 있어야 되는 것이지요. 농협은 조합원들에게 협동조합에 대한 어떤 올바른 교육도 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조합장을 선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정작 자신들이 주인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먼 산 불구경하듯이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떤 농민 분께서 농식품부의 협동조합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농협을 비판하면서 언성을 높이셨다고 해요. 그런데 그 답변을 담당한 담당공무원이 정부 공무원이 아닌 농협에서 정부로 파견한 농협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농협직원의 정부 내 파견근무를 금지하긴 했습니다만 참 씁쓸한 얘기지요.
끝장토론
지금까지 ‘정상 같은 정상 아닌’ 농협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농협이 얼마나 현대 사회에서 이질적이고 독특한 조직인지 충분히 느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방화되고 자치화되고 민주화된 현대 사회에서 업무성격상 비밀엄수를 해야 되는 검경이나 안보조직을 제외하고는 이만큼 폐쇄적인 집단은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정부조직과 민간조직을 아울러 어떤 조직도 가지지 못한 거대하고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력, 정보력, 인맥을 가지고 있는 농협은 제가 계속 표현한 대로 ‘괴물’이란 이름말고는 적당한 표현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 이 괴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그냥 무시하고 살기에는 괴물의 파괴력과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농협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농협개혁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할 텐데 사실 농업 관계자 즉 내부적으로는 해결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계속 말로만 떠드는 농협개혁의 피로감도 있을 것이고 계속 얘기하는 분들도 초창기의 순수함과 열정을 많이 상실한 상태입니다. 아무리 열정이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말할 수 있는 언로마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그 좌절감과 답답함은 겪어 본 사람만 알 겁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절규하듯 농협개혁을 말하는 분들께서는 계시지만 반응은 미미하죠. 또한 인터넷 게시판 역시 농협의 입김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제가 최근에 한국농어민신문에서 농업마당이라는 꼭지를 맡아 ‘농협이 세월호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제목으로 농협 임직원들의 조합원인 농민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살 길만 찾는 이기주의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농어민 신문으로 기사를 인터넷에서 내려달라는 농협의 압력이 들어와 한동안 시달렸다고 합니다. 이제는 내부전문가 그룹이 아닌 외부의 힘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농협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끝장토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겠지요. 정부가 힘들다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 시민단체라도 나서서 농협개혁에 대한 끝장토론을 열어 농협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려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6. 농협개혁은 선거혁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농협은 협동조합이다
농협의 문제점과 개혁을 위한 방식으로 끝장토론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농협개혁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앞에서 반복해서 말씀 드린 데로 농협개혁의 기본적인 아젠다는 협동조합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의 원칙과 철학, 가치가 있습니다. 그에 맞는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이 되어야만 농협이 자기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농협개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1994년 농촌발전위원회(농발위)가 제시했던 농협개혁의 방향과 과제가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농협이 자기 정체성을 재정립해서 참다운 협동조합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어떻게 해야만 가능할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는가? 이런 의문들이 생기실 것입니다. 큰 틀에서 우선 말씀 드리면 현재 농협의 임직원 중심,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조합원을 주인으로 섬기고 모시는 조직으로 탈바꿈되어 풀뿌리 민주주의와 자치분권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됩니다. 농협중앙회의 노예 노릇을 하는 현재 지역조합들은 중앙회 임직원이 아닌 조합원을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시도와 시군의 중앙회 지부는 즉각 폐지하고 시도별 조합의 연합조직으로 바뀌어야 되며 농협중앙회는 회원 조합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닌 회원 조합을 위해 봉사하는 진정한 연합회로써의 자기 정체성을 재정립하도록 해야 합니다. 애초 협동조합의 설립 취지처럼 회원 조합의 발의로 인해 설립된 조직으로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라는 단체에 회원조합으로써 가입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지 않습니까? 또한 정부와 농협의 관계 역시 수직에서 수평적 관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변화는 조합원들로부터
그럼 그런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시작은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요? 농협은 어찌되었든 협동조합이란 자신들의 정체성마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농협의 모든 권력은 원칙적으로 조합원인 농민들로부터 나오는 것이죠. 그렇다면 개혁의 출발점은 당연히 조합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선출하고 대의원을 선출하고 이사와 감사를 선출하고 더 나아가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기본 체제까지 무너뜨릴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합원들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부릅뜨고 자신들의 편익을 위해 진심으로 일해 줄 대리인으로서 조합장과 대의원, 이감사, 중앙회장을 바르게 선출하고 그들이 정말 자신들을 위해 제대로 일하는 지를 감시하면 되는 일입니다. 협동조합은 돈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소통과 협력을 통해 자주적, 자치적으로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조합일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하며 조합이 자신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봐야만 합니다. 그들의 대표인 조합장과 이사, 감사, 중앙회장이 과연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지 항상 지켜보아야만 합니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조합원들이 그런 자기가 원래 가지고 있던 권리를 제대로 누리려면 몇 가지 알아야 될 것이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무엇 때문에 설립되었고 무엇을 목적으로 하며 어떻게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기본적인 협동조합의 가치, 정의, 경영의 원칙 들입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조합원들 스스로가 공부에 나서야 합니다. 비단 연령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때문에 자신들을 섬겨야 할 대리인들이 오히려 주인들의 권리를 강탈해서 조합원들의 농협이 아닌 임직원들의 농협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농협을 활용하는 것을 언제까지 정당화시켜 주어야 되겠습니까?
아는 것이 힘
하지만 농민들 스스로가 공부하기 위해서도 도움은 필요합니다. 협동조합의 본질과가치, 경영원칙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성경에서 보듯 주 예수그리스도의 아무리 좋은 말씀도 12 사도들이 사람들에게 열심히 전도하지 않았다면 아무 소용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는 12사도처럼 농민들에게 친절히 협동조합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하는 열정을 가지고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그것은 농협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에 눈을 뜨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방증이 아닌가 합니다. 그 중에서도 임직원, 조합장, 중앙회장이 제일 두려워하겠죠.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바보로 남아있어야만 자신들의 들러리로 이용해 지금까지와 같이 각종 비리와 부정을 저지를 수가 있을 테니까요. 농민들을 이용해 여러 가지 수익사업을 하면서도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조합원인 농민들이 자신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 준다며 오히려 농협에게 감사하고 눈치를 보는 이런 현실을 보면 정말 쓴 웃음이 나옵니다. 이런 모순된 틀에서 현재의 농협이 독버섯처럼 스멀스멀 피어난 것입니다.
선거혁명
그런 이유로 2015년 3월 11일 ‘동시조합장선거’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1400여개소의 조합에서 한 날 한 시에 조합장을 뽑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들만의 동네선거가 아니게 된 것이죠. 농협개혁 역시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동시조합장 선거를 통해, 그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의 평소 제 지론입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잠자고 있던 조합원들이 깨어나 농협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생각하고 비판의식을 가지며 더 나아가 농협개혁을 공론화시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만약 제대로만 된다면 ‘선거혁명’인 것이지요. 그런 분위기가 공론화가 된다면 단순히 농협 개혁이 아니라 전체 대한민국에도 큰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협 문제라고 해서 비단 농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작게는 여러분들의 부모님, 친척들의 문제이고 크게는 대한민국 전체 사회공동체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본 기사는 2014년 8월 26일 사회디자인연구소가 함께 하는 공간 ‘온빛터’에서 열린 희망자치정책포럼 2014, 3.11 농협선거 의미와 농협개혁의 방향 중 발제자 바른협동조합 실천운동본부 이사장 최양부 박사님의 발제 일부분입니다. 발제 동영상은 사회디자인연구소 공식 유투브 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질의, 답변 부분이 이어집니다. 끝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