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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8일 금요일, 틔움에서도 장정 나흘간의 김장 대장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특히 이 번 행사에서는 틔움에 근로하시는 장애인직원분들의 부모님들께서 많은 수고를 해주셨는데요, 먼저 부모님들께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김장 대장정을 소개해 보려합니다.
12월 15일 화요일 오후, 배추를 가득 실은 화물차가 틔움직업재활센터 주차장으로 들어옵니다. 화물차의 문의 열리는 순간, 모두다 헉! 이번에 틔움에서 담글 김치의 양은 무려 배추 400포기, 실제로는 400포기가 넘으며 추가로 담글 무김치는 가볍게 제외해봅니다.
이번 김장의 첫 번째 과제는 400포기가 넘는 배추를 3층으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배추를 실어오신 선생님들과 사무실 직원, 스팀세차팀 청각장애인 직원분들까지 동원되어 주차장에서부터 엘리베이터까지 엇갈려 줄을 섭니다. 배추를 엘리베이터에 가득 실고 3층으로 올라가 다시 배추를 내리는 작업을 몇 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작업도 여러 사람이 모이니 생각보다 금방 끝나갑니다. 열심히 일손을 거드느라 그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아쉽네요. 첫날의 작업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둘째 날, 아침 일찍부터 장애인직원부모회 어머님들께서 틔움을 방문하십니다. 오늘은 어제 3층으로 올렸던 배추의 밑동을 자르고 갈라 소금물에 절이는 작업을 합니다. 일찍 오신 어머니께서는 늘 해왔던 일처럼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무심하게 배추를 손질하십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배추 산이 어제 올렸던 400포기 배추의 일부를 보여주네요. 깨끗하게 손질된 배추는 빨간 다라이라고 불리는 통에 소금물을 풀고 차곡차곡 올려 집니다. 배추가 워낙 많다보니 빨간 다라이도 많이 필요하네요. 나중에는 통이 부족해 주방에 있던 큰 솥에 배추를 담기도 했습니다. 9시부터 진행된 작업은 12시가 조금 넘어서야 겨우 마쳐갑니다.
하지만 소금물에 절인 배추는 하나의 과정이 더 남았으니, 배추를 뒤집어 주는 과정입니다. 배추를 충분히 절여야 하기에 저녁 9시가 돼서야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 시간까지 고생해주시는 틔움 직원 분들과 어머님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셋째 날, 소금물에 푹 절여져 수분기가 빠진 배추를 물로 깨끗이 씻어내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배추를 절이지 않고 사용하면 정말 좋겠지만 배추를 절이지 않으면 양념이 배추에 배지 않을뿐더러 배추에서 물이 나와 우리가 알고 있는 김치가 되지 않습니다. 수고스럽지만 배추를 소금물에 충분히 절이고 짠 기를 빼기 위해 3번의 세척과정을 거칩니다.
직원들이 주방에 쪼그려 앉아 배추를 물에 흔들어댑니다. 어려운 작업은 아니지만 몸이 익지 않은 일이라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다를 반복합니다.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 많이도 아픈 작업이었습니다. 배추에 남아 있는 물기를 충분히 빼줘야 하기 때문에 작업대 위에 배추를 차곡차곡 쌓아줍니다. 이후 각종양념과 과일, 젓갈, 채소를 갈아 넣고 썰어 넣은 양념을 준비합니다. 이 양념은 하루 동안 맛있게 숙성되어 내일 새하얗게 절여진 배추와 만나게 됩니다.
대망의 넷째 마지막 날, 절여진 배추와 맛있게 만들어진 양념장을 탁자 위에 가져다 올리고 양쪽으로 한 줄로 서서 배추에 양념을 바르기 위한 대형을 갖춥니다. 배추에 양념을 바르는 부모님들과 직원분들의 모습이 흡사 김치공장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이 날 대표님께서는 ‘틔움도 김치사업해볼까요?’라는 농담을 하셨다고 하네요. 첫 날 배추를 3층으로 올렸던 것처럼 이 날도 많은 분들이 손에 손을 보태니 그 많던 배추들이 김치로 환골탈태하며 작업이 끝나갑니다.
우리가 김장을 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김장을 마치고 맛있게 삶아진 돼지고기 수육에 새김치를 쭉 찢어 둘둘 감아 먹어봅니다. 뜨끈하게 지어진 맨 밥에도 김치를 하나 올려 입에 넣어 봅니다. 평소 김치를 별로 먹지 않으시던 장애인직원 분들도 이 날만큼을 김치를 계속 더 가져다드십니다. 저도 먹느라 정신이 팔려 미처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네요.
나흘간의 힘든 여정이었지만 여러 사람들이 협심하여 결국 결과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서로 부딪히며 더욱 사이가 돈독해진 것 같기도 하구요. 이번 김장을 통해 ‘함께’하는 틔움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본 것 같습니다. 틔움 직원, 부모님 모두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김치,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