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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2036, 전환과 성숙을 위한 한살림함수와 한살림체계— 청사진소위원회 발제와 숙의를 종합한 보고서
조성기(원주한살림 전 이사장)
서문 — 지난 일곱 달의 발제와 청사진 소위의 숙의를 다시 연결한다
이 보고서는 새로운 논의를 한살림 40주년 청사진에 덧붙이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다. 2026년 한살림 40주년 청사진수립소위원회(이하 소위)가 약 7개월 동안 이어온 발제와 토론, 그 과정에 반영된 현장의 경험과 문제의식, 그리고 한살림함수와 한살림체계에 관한 네 차례의 발제를 둘러싸고 소위 위원들이 제시한 여러 의견을 다시 읽고 연결하여 하나의 체계로 정리한 종합보고서다.
청사진 논의는 처음부터 새로운 미래비전을 선언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았다. 30주년 비전이 의미 있는 진단과 제안을 남겼음에도 실제 실행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에서 출발하여, 40주년 청사진은 “전 조직이 공유할 수 있는 언어와 실행방향을 만들고, 실제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제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였다.
소위에서는 변화한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접근, 현장에서 향후 10년 동안 실제 작동할 수 있는 구조와 원리, 조합원의 일상적 실천과 변화, 조직책임자의 문제해결 과제를 서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질문이 나왔다. “변화한 현실에서 앞으로 한살림을 움직이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한살림의 성장기에는 물류와 전산을 비롯한 시스템 기반의 구축과 투자가 조직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 핵심적인 생산기반이었다. 그렇다면 “변화한 현실에서 앞으로 한살림을 움직일 새로운 생산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또한 소위의 숙의과정에서는 필요한 사업과제를 계속 추가할 경우 ‘사업증가 → 비용증가 → 필요마진율 상승 → 가격과 조직부담 증가 → 이를 감당하기 위한 규모와 매출의 재확대’라는 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른바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을 얼마나 많이 추가할 것인가?”가 아니라, “지난 40년 동안 축적한 힘을 어떻게 연결하고 전환하여 새로운 힘을 만들어낼 것인가?”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한살림함수와 한살림체계 연구발제의 출발점이었다.
처음에는 경제학의 생산함수와 생산체계라는 개념을 원용하였다. 그러나 소위의 숙의가 계속되면서 한살림의 현실과 지향을 ‘생산’이라는 말만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한살림은 물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만이 아니라 사업체를 통해 생명운동을 하는 결사체이며, 생산자와 조합원이 먹거리를 매개로 관계를 만들고 생명가치를 생활 속에서 구현해 온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 보고서는 ‘생산함수’를 한살림함수로, ‘생산체계’를 한살림체계로 발전시켜 표현한다.
그리고 소위의 숙의과정에서 함수의 결과값에 대해서도 중요한 수정이 이루어졌다. 한살림이 궁극적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은 물품이나 공급액, 추상적인 생산력만이 아니라 사람과 삶터의 변화라는 것이다. 그 결과 한살림함수의 기본형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한사람·한세권 = f(V, R, M, A).
여기서 V·R·M·A는 일반적인 생산함수의 투입요소가 아니라 한살림이 지난 40년 동안 축적해 온 네 가지 힘이다. 한사람과 한세권 역시 생산되는 산출물이 아니라 네 가지 힘이 서로 연결되고 순환하면서 사람과 삶터에서 나타나는 궁극적인 상태다.
이 함수는 아직 완성된 정답이 아니다. 지난 발제와 현장의 경험, 소위의 숙의를 통해 현재 단계에서 도출한 이론적 가설이자 연결의 지도다.
Ⅰ. 전환과 성숙 — 왜 지금 ‘체계’를 다시 보아야 하는가?
한살림은 지난 40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독특한 생산자·소비자 협동의 모델을 만들어 왔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고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조직을 형성하며, 농업과 먹거리를 통해 땅과 자연을 살리는 사회적 실험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10년은 과거의 성장조건과 크게 다르다.
플랫폼 유통이 가격과 속도, 편의성, 데이터와 물류를 중심으로 유통구조를 바꾸고 있다. 친환경·유기농 상품이 일반유통에서도 쉽게 공급되면서 한살림 물품의 차별성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다. 조합원이 공동체의 구성원에서 구매자와 선택자로 변화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생산기반에서는 생산자의 고령화와 후계농 부족, 기후위기와 농업인구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생산기반은 한번 약화되면 단기간에 다시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경영상의 손실보다 근본적인 위험이다.
조직 내부에서도 조합원 이용과 참여의 약화, 활동가 기반의 축소, 실무자의 업무증가와 소진, 지역생협의 경영압박, 비용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공급증가보다 비용증가가 빠른 구조가 지속된다면 마진율 조정이나 매장 정리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소위에서는 처음 이러한 상황을 ‘구조적 전환기’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숙의가 진행되면서 2017년경에도 이미 전환기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점에서 다시 전환기의 시점을 논의하기보다 현재 직면한 구체적인 변화와 과제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여러 위기가 중첩된 현재를 ‘복합위기기’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지금 필요한 것이 새로운 ‘전환’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40년 동안 축적해 온 역량을 ‘성숙’시키는 일과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환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문은 “전환할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무엇을 축적해 왔으며, 무엇을 성숙시키고, 무엇을 전환할 것인가?”
한살림은 그동안 친환경농업 확대, 생산자 지원, 물류와 전산 개선, 조직혁신, 지역공동체 활동, 돌봄, 기후위기 대응, 협동자본, 정책개선, 시민운동, 교육과 국제협력 등 수많은 일을 해왔다.
문제는 노력의 부족이 아니다. 노력을 연결하는 체계가 부족했다. 장기에는 개별사업의 개선과 사람들의 헌신이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복합위기기에는 한 부분의 개선이 다른 부분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도 있다. 비용절감이 생산자나 지역의 부담을 높이고, 중앙의 효율화가 지역의 자율성과 관계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더욱이 한살림을 지탱해 온 생산자·활동가·실무자의 헌신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소위에서는 앞으로의 전환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헌신을 요구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었다. ‘헌신에 의존하는 한살림’에서 ‘사람의 헌신을 살리고 재생산하는 한살림체계’로 이동해야 한다.
Ⅱ. 한살림 40년을 ‘힘의 축적과 연결’의 역사로 읽는다
한살림의 역사를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난 40년은 서로 다른 힘이 축적되고 연결되어 온 역사다.
태동기의 중요한 힘은 생명가치였다. 생명가치는 사람을 움직였고 사람은 관계를 만들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고, 조합원이 활동가가 되며, 생산자는 생명농업의 주체가 되었다.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사람과 관계는 물류센터, 매장, 품질관리, 교육, 전산, 조직과 연합체계라는 사업시스템으로 발전하였다. 사람과 관계의 힘이 조직과 사업의 역량으로 전환되고 축적되면서 한살림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장의 속도가 둔화되고 한국사회가 저성장과 인구변화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성장기에 형성된 시스템과 변화한 사회환경 사이에 부정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업시스템은 더욱 정교해졌지만 생산자와 조합원 사이의 관계는 느슨해지고, 생산자와 활동가·실무자의 고령화와 세대재생산 문제가 나타났다. 조합원활동 역시 고령화되는 경향이 커졌다.
코로나19 감염병은 한살림이 축적한 힘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위기 속에서 생산·물류·공급체계는 안정적으로 작동했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먹거리의 가치가 다시 확인되었다. 그러나 대면활동의 위축은 조합원활동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약화시켰고, 코로나 특수가 사라진 뒤 구조적인 문제가 다시 나타났다.
여기에 기후위기, 인구감소, 지역사회의 변화,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경제,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성공한 시스템이 다음 시대의 성공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소위 숙의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것은 한살림이 힘을 축적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성장하면서 과제들이 분절되고 그 과정에서 관계와 연결이 점차 보이지 않게 된 것은 아닌가?”하는 문제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성공방식을 더 크게 반복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계속 덧붙이는 것이 아니다. 지난 40년 동안 축적한 힘을 새로운 시대의 조건에 맞게 다시 연결하고 전환하는 일이다. 한살림의 40년은 ‘축적 → 연결 → 전환 → 부정합 → 재연결’의 역사다.
Ⅲ. 한살림함수 — 무엇이 한사람과 한세권을 만드는가?
한살림의 힘은 자본과 노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난 발제와 소위 숙의를 통해 네 가지 핵심적인 힘을 도출하였다.
V, 생명가치(Value)는 한살림이 왜 존재하고 왜 생산하고 소비하며 협동하는가를 결정한다. R, 관계자본(Relational Capital)은 생산자와 조합원, 조합원과 조합원, 생산자와 생산자, 지역과 중앙, 조직과 조직 사이에 오랫동안 축적된 신뢰와 약속이다. M, 시스템자본(System Management)은 가치와 관계를 생활과 사업으로 구현하는 기반이다. 농지와 생산시설, 물류와 매장, 자금과 공동자산, 조직과 경영역량, 전산과 디지털 기술 등이 포함된다.
A, 세대재생산(Age Reproduction/Intergenerational Regeneration)은 생산자뿐 아니라 조합원, 활동가, 임원과 실무자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새로운 주체가 계속 등장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살림함수의 기본형은 다음과 같다. 한사람·한세권 = f(V, R, M, A). 이 함수에서 중요한 것은 네 요소의 양만이 아니다. 연결이다.
한살림함수는 현실을 공식에 가두기 위한 모형이 아니라, 한살림이 어떠한 힘을 축적하고 있으며 그 힘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기 위한 가설적 틀이다.
Ⅳ. 왜 결과가 ‘한사람과 한세권’인가?
소위 숙의과정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이론적 수정 가운데 하나는 함수의 결과값 Y에 관한 것이었다.
기업이라면 매출·이윤·생산량·기업가치를 결과로 놓을 수 있다. 일반적인 협동조합에서도 조합원 편익이나 사업 성과를 결과로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한살림의 존재목적은 그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살림이 지난 40년 동안 만들어 온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사람의 변화였다. 조합원은 물품구매에서 시작하여 생산자를 만나고 농업살림을 하며 이웃과 관계를 맺고 활동에 참여하면서 생활의 주체로 성장하였다. 생산자는 물품공급자에서 땅과 생명을 돌보는 주체가 되었다. 활동가와 실무자 역시 관계를 연결하고 가치와 사업을 이어 온 주체였다. 우리는 이를 ‘한사람’이라고 부른다.
한사람은 완성된 모범적 인간형이나 특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관계를 맺고 배우고 실천하면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서의 사람’이다.
그리고 한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터가 필요하다. ‘한세권’은 본래 ‘역세권’에서 파생되어 한살림 매장 가까이에 사는 것을 즐겁게 표현하던 대중의 생활언어였다. 이 소박한 말을 청사진의 개념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전문가가 만든 개념을 현장에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들어진 생활언어를 이론의 언어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있다.
한세권은 매장 반경이나 행정구역이 아니다. 좋은 먹거리와 관계, 돌봄, 생산과 소비의 연결, 참여의 기회, 생태적 삶의 조건을 통해 한사람이 실제로 한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생활조건의 체계이자 삶터’다.
한사람에게는 한세권이 살림의 조건이다. 한사람, 개인의 자립과 책임을 요구하기 전에 그것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묻자는 것이다. 한사람은 한세권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한세권은 다시 새로운 한사람을 키운다. 한사람은 한살림의 사람적 구현이고, 한세권은 한살림의 시공간적 구현이다.
Ⅴ. 한살림체계 — 함수를 움직이는 연결과 순환
한살림함수가 한살림의 힘과 지향을 설명한다면, 한살림체계는 “그 힘들이 조직과 생활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순환하며 새로운 힘으로 재생산되는지?”를 설명한다.
한살림체계에는 생산자와 조합원, 활동가와 실무자, 지역생협과 생산자조직, 사업연합과 연합회, 지역사회가 존재한다. 농지와 생산시설, 물류와 매장, 자금과 디지털망, 교육과 조직문화가 이들을 연결한다. 이 체계에서는 어느 한 부분의 문제가 그 부분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합원의 이용과 참여가 감소하면 재무압박이 커진다. 재무압박은 사람과 생산기반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이는 생산자 승계와 활동가·실무자의 세대재생산을 어렵게 한다. 생산기반이 약해지면 공급의 안정성도 낮아지고 다시 조합원의 이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 방향의 선순환도 가능하다. 생산기반에 대한 투자가 청년생산자의 유입과 안정적인 생산으로 이어지고, 안정된 생산이 핵심물품의 공급안정으로 연결되며, 좋은 물품과 안정적인 공급은 조합원의 이용과 생산자와의 관계를 강화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안정적인 이용과 관계는 다시 생산기반과 사람에 대한 재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한살림체계의 핵심은 개별 사업이나 조직을 각각 관리하는 데 있지 않다. 여러 힘 사이의 연결과 순환을 살피고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전환하여 그 순환이 다시 한살림의 힘을 재생산하도록 하는 데 있다. 축적 → 연결 → 전환 → 새로운 역량 → 재축적. 이것이 한살림체계의 기본적인 움직임이다.
Ⅵ. 10대 과제 — 사업목록이 아니라 체계를 전환하는 전략
청사진 소위는 집단숙의 과정을 통해 향후 한살림이 추진해야 할 10대 과제를 도출하고 정리하였다.
소비와 생산의 선순환, 생산공동체와 농업기반, 협동자본, 핵심물품과 미래 먹거리, 미래세대와 리더십, 협동사업시스템, 지역 커먼즈, 한살림 철학, 기후위기 대응, 거버넌스와 민주주의 등의 과제는 서로 분리된 사업목록이 아니다. 이들은 V·R·M·A의 연결을 회복하고 한살림체계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개입’이다.
예를 들어 청년생산자 육성은 하나의 지원사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생산자 승계와 생산공동체의 지속가능성, 핵심품목의 공급안정으로 이어지고 다시 조합원의 안정적인 이용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지역활동도 행사와 프로그램 횟수가 아니라 조합원의 실제 이용과 참여,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지역사회와의 연결로 이어지는지를 보아야 한다. 디지털 전환 역시 새로운 시스템 도입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생산·물류·이용·자원정보를 연결하고 반복업무와 관리비용을 줄여 사람의 시간과 역량을 관계형성과 판단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협동자본도 자금을 얼마나 많이 조성했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산기반과 사람, 지역과 미래세대에 재투자되고 그 투자가 새로운 관계와 역량을 만들어 다시 한살림 전체의 힘으로 돌아와야 한다.
10대 과제를 10개의 새로운 사업으로 만들면 다시 사업증가 → 비용증가 → 필요마진율 상승의 경로에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10대 과제는 ‘한살림체계의 연결을 회복하고 선순환을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투자프로그램’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살림함수는 ‘무엇이 힘인가?’를 설명하고, 한살림체계는 ‘그 힘이 어떻게 연결·순환하는가?’를 설명하며, 전략과제는 ‘어디에 개입하여 그 순환을 바꿀 것인가?’를 제시한다.
Ⅶ. 한살림형 균형성과관리 — 평가가 아니라 관측이다
전환을 실행하려면 “한살림체계가 실제로 건강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BSC가 가진 장점을 활용하되 목적을 전환한 ‘한살림형 균형성과관리’를 제안한다. 이것은 지역이나 사람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관측하고, 위험을 발견하고, 함께 판단하고, 지원하고 조정하기 위한 도구’다.
현재 제안하는 최소 관측틀은 4대 부문 8대 지표다. 사업·재무 기반에서는 영업수지·현금흐름과 생산기반 재투자를 본다. 조합원·생산자 관계에서는 실이용조합원과 생산자의 실질소득·경영지속 가능성을 본다. 생산체계·협동에서는 핵심품목의 공급안정과 공동과제의 실행상태를 본다. 사람·세대·전환에서는 생산자 승계와 핵심인력·활동주체의 재생산을 본다.
자료가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일률적인 점수로 평가하기보다 안정-관찰 필요-지원 필요-자료 부족 등의 상태로 관측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한사람과 한세권은 이러한 지표들과 같은 층위의 단기성과지표가 아니다. V·R·M·A가 건강하게 연결되고 장기간 재생산될 때 사람과 삶터에서 나타나는 상위의 비전성과다.
8대 지표는 기상관측이고, 한사람·한세권은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다.
Ⅷ. 기상대 — 한살림체계의 변화를 함께 읽는다
관측체계로 제안된 것이 ‘한살림 기상대’다.
기상대는 평가기관이나 감사기관이 아니다. 또한 ‘기상대’라는 이름의 새로운 조직부터 만드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조직을 먼저 만들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업무와 비용이 생기고 관측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조직 자체가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관측소가 날씨를 만들어내지 않듯 한살림 기상대 역시 한살림체계의 변화를 관측하고 위험신호를 발견하여 공동의 판단과 숙의를 돕는다. 사업연합, 생산자연합회, 회원생협과 권역에서 현재 확보할 수 있는 자료부터 함께 살펴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수치의 증감이 아니다. “어떤 변화가 일시적인가? 구조적인가?, 한 영역의 문제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는가?, 어디에서 위험신호가 나타나며 어디에 지원과 조정이 필요한가?”를 함께 판단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거대한 데이터조직이나 새로운 관리체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첫 단계에서는 최소한의 지표를 함께 관측하고 자료를 축적하며, 그 자료를 읽는 언어와 관측방식을 공동으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환기에는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새로 만들지 않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한살림형 BSC는 “무엇을 볼 것인가?”를 정하고, 기상대는 “어떻게 함께 볼 것인가?”를 정하며, 숙의는 “보고 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Ⅸ. 재무는 목적이 아니라 전환의 조건이다
한살림의 목적은 이익극대화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재무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수지와 현금흐름이 무너지면 생산기반과 사람, 지역과 미래세대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없다. 특히 청사진에서 제안하는 전환과제는 초기에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편익과 성과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재무건전성과 장기적인 한살림가치의 형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사업의 시작·확대·유지·통합·축소·중단에 관한 판단기준도 필요하다. 한번 시작한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한살림다운 것은 아니다.
제한된 자원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곳에 계속 투입된다면 오히려 사람과 생산기반, 지역과 미래세대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기업이 주로 “수익성이 있는가?”를 묻는다면 한살림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어야 한다. “이 자원의 사용이 한살림체계의 재생산에 기여하는가?”.
따라서 한살림의 비용과 편익은 금전적 손익뿐 아니라 V·R·M·A를 강화하는 효과까지 함께 살피는 장기적인 자원배분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Ⅹ. 전략실행과 한살림체계 관리
청사진의 전략추진도와 한살림체계 관리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갖는다.
전략추진도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실행지도라면, 한살림체계 관리는 “그 일을 한 결과 한살림 전체가 실제로 건강해지고 있는가?”를 묻는 관측과 판단의 체계다.
전체 흐름은 다음과 같이 연결된다. 청사진 비전 → 전략과제 → 사업실행 → 과정 KPI → 4대 부문 8대 지표 → 한살림체계의 변화 → 한사람·한세권.
과정 KPI를 달성했다고 해서 반드시 한살림체계가 건강해진 것은 아니다. 사업은 성공했는데 사람이 지치고, 관계가 약해지고, 생산기반이 취약해지고, 다음 세대가 사라진다면 사업 KPI는 성공했어도 한살림체계는 악화된 것이다. 따라서 관측된 변화와 위험신호는 다시 전략의 수정, 사업의 선택과 자원배분에 되먹임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업을 확대하거나 유지하고, 겹치는 사업은 통합하며, 효과가 낮거나 체계의 부담을 키우는 사업은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실행 → 관측 → 숙의 → 조정 → 다시 실행’의 순환이 한살림체계 관리의 기본이다.
Ⅺ. 학습하는 한살림 — 완성된 모형이 아니라 진화하는 체계
한살림함수는 완성된 정답이 아니다.
한사람·한세권 = f(V,R,M,A) 역시 현재 단계에서 제안하는 이론적 가설이다. 앞으로 현장의 경험과 관측자료가 축적되면 각 변수의 의미와 관계는 수정되고 발전할 수 있다. 디지털 역량, 인적역량, 거버넌스와 같은 요소가 독립적인 핵심요소로 발전할 수도 있고 기존 시스템자본이나 세대재생산의 내부요인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설명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함수를 계속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실천하면서 배우고, 관측하면서 확인하며, 숙의를 통해 수정하는 것이다.
ANP, 시스템다이내믹스, 데이터 분석과 AI도 같은 원칙에서 활용되어야 한다. 이들은 집단숙의를 대신하는 의사결정자가 아니라 복잡한 관계를 발견하고 변화의 징후를 읽어 숙의를 돕는 지원도구다.
AI 역시 판단의 주체가 아니다. 관측과 학습을 돕는 도구이며 최종적인 숙의와 판단의 주체는 사람과 공동체다.
따라서 미래의 한 살림경영은 ‘가설 → 실천 → 관측 → 데이터 → 숙의 → 판단 → 수정 → 다시 실천’하는 학습과정이어야 한다.
Ⅻ. 2027~2036 — 청사진은 ‘적응적 운영체계’가 되어야 한다
이번 40주년 청사진은 10년짜리 사업계획서가 아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실행하고, 관측하고, 배우고, 수정하는 적응적 운영체계’가 되어야 한다.
초기에는 한살림함수와 한살림체계에 대한 공통언어를 만들고 최소한의 관측체계를 구축하여 데이터를 축적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현장에서 효과가 확인된 과제를 서로 연결하고 생산·물류·이용정보의 연계와 공동투자를 확대한다. 이후에는 균형성과 진단을 사업계획과 예산, 인력과 투자에 연결하고 협동자본과 생산기반 재투자, 중앙·권역·지역의 역할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결합해 나간다.
운영주기도 이에 맞추어 구성한다. 월별로 실행하고, 분기별로 관측하며, 매년 자원을 재배분하고, 3년마다 전략을 재검토한다.
그리고 2036년에는 10년 전에 세운 사업목표의 달성률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다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생산자와 조합원의 관계는 더 건강해졌는가? 생산기반은 재생산되고 있는가? 새로운 생산자와 조합원, 활동가와 실무자가 성장하고 있는가? 한살림의 시스템은 사람과 관계를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했는가? 재무적 생존력은 확보되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사람이 자라고 있는가? 한세권이 만들어지고 있는가? 한사람에게 자립과 책임을 요구하기에 앞서 그러한 자립과 책임이 가능한 한세권의 사회적·경제적·관계적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2036년 한살림 청사진의 진정한 성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10년 후에는 처음의 함수를 정답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한 살림함수’를 다시 물어야 한다.
XIII. 한세권 — 청사진을 생활세계로 되돌린다
청사진의 마지막은 조직이 아니라 생활이어야 한다.
‘한세권’이라는 말은 본래 한살림 매장 가까이에 사는 것을 즐겁게 표현하던 대중의 생활언어였다. 이 소박한 말을 청사진의 개념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전문가가 만든 개념을 현장에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들어진 생활언어를 이론의 언어로 끌어올리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세권은 추상적인 정책용어가 아니다. 조직의 새로운 사업단위나 행정구역도 아니다.
한세권은 사람들이 실제로 먹고, 만나고, 돌보고, 일하고, 배우고, 생산하고 소비하며 살아가는 삶터다.
그 모습은 지역마다 달라야 한다.
어떤 한세권에서는 농업과 생산지가 중심이 될 수 있고, 어떤 곳에서는 아이와 교육이 중심이 될 수 있다. 노인돌봄이 중요한 지역도 있을 것이고, 매장과 지역경제, 환경과 에너지, 청년의 일자리가 중심이 되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지역이 같은 모습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의 조건과 필요 속에서 한살림의 가치와 관계가 생활의 힘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세권은 하나의 성공모델을 만들어 전국에 복제하는 사업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삶터에서 ”생명살림·농업살림·밥상살림의 원리가 어떻게 생활 속에서 구현되는지?“를 함께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사업과 시스템, 자본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것이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청사진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조직의 변화는 결국 생활의 변화로 번역되어야 한다.
‘한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한세권’이 만들고, 그렇게 살아가는 ‘한사람’들이 다시 ‘한세권’을 만들어간다.
XIV. 맺는말 — 생산에서 살림으로, 성과에서 삶으로
이 종합보고서가 제안하는 변화는 단순한 용어 변경이 아니다.
청사진 소위의 숙의와 토론을 통해 ‘생산함수’를 ‘한살림함수’로, ‘생산체계’를 ‘한살림체계’로 전환하는 것은 경제학의 생산력에 관한 질문을 한살림의 존재목적까지 밀고 가는 작업이다.
처음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한살림의 힘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생명가치(V), 관계자본(R), 시스템자본(M), 세대재생산(A)이라는 네 가지 힘과 그 연결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그러나 소위의 숙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 힘으로 무엇을 만들어갈 것인가?” 그 답이 ‘한사람과 한세권’이다.
따라서 2036 한살림의 기본적인 전환구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생명가치(V) + 관계자본(R) + 시스템자본(M) + 세대재생산(A) → 연결과 순환의 한 살림체계 →전략실행·관측·학습·조정 → 한사람·한세권 → 새로운 V·R·M·A’.
한사람이 한세권을 만들고 한세권은 다시 새로운 한사람을 키운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과제를 실천한다. 그 과정에서 생명가치와 관계가 다시 축적되고 시스템과 다음 세대가 재생산된다.
그러므로 한살림함수는 한 방향으로 끝나는 생산함수가 아니다. ‘축적된 힘 → 연결 → 생활의 변화 → 새로운 힘의 축적’, 이것이 한살림체계의 작동원리다.
지난 40년 동안 한살림은 물품만 생산·공급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키웠고 관계를 만들었으며 삶의 방식을 바꾸어 왔다. 앞으로의 10년은 그 힘을 지역과 생활 속에서 다시 연결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한살림 2036의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우리는 앞으로 10년 동안 더 많은 일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한사람이 자기답게 살아가고 서로를 살리며, 그런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한세권을 만들어갈 수 있는 한살림체계를 갖출 수 있는가?”이다.
그것이 ‘전환’이고 ‘성숙’이며, 다음 한살림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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