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대경연합신문 6월15일자
특집 연재1 박지운의 오페라 `포은 정몽주` 영천온다 신동근 대본·지음오페라단 제작한 걸작
극중 '포은의 여인' 최정심 단장 주연
8월 31일 임고서원 '실경오페라' 공연
강병찬 기자 / 15호입력 : 2018년 06월 15일
사랑과 우정에 웃고 울었던 포은 선생은 어떤 모습일까.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 오페라 '포은 정몽주'가 오는 8월 31일 영천을 찾아온다.
이 오페라를 초연했던 지음오페라단 최정심 단장은 "오페라 '포은 정몽주'가 새롭게 단장하고 경북 영천 (임고서원)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의 오페라가 실내 극장에서 상연되는 작품이었던데 반해, 경북 영천에서 선보일 새로운 작품은 야외무대에서 진행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면서 따라서 "극의 구성, 진행 방식에서 다소 이전 작품과는 차별화가 이뤄질 예정이며, 야외무대에
알맞은 형태의 오페라로 재구성될 것"이라고 지난 15일 본지에 알려왔다.
지음오페라단은 포은 선생의 묘가 있는 용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오페라단이다. 최정심 단장은 극중 여자 주연인 '초선'역을 맡아 열연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상급 소프라노이다.
본지는 이번호에 공연소식과 작품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게재한다. 본지는 이어서 초연됐던 오페라 전곡의 대본을 3~5회로 나눠 각종 사진물과 함께 연재를 한다.
◇ 2014년 용인포은아트홀서 초연
2014년 12월 13일 용인포은아트홀에서는 창작 오페라 한 편이 막을 올렸다. 그 작품은 바로 창작 오페라 '포은 정몽주'. 이 오페라는 충절의 상징이자 한국의 높은 정신세계를 대표하는 인물인 포은 선생을 소재로 지음오페라단이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슬픈 사랑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러브라인 픽션을 제외한 모든 스토리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한다.
오페라 '포은 정몽주'는 포은 선생을 사랑하는 가상의 여인인 초선이 등장하며, 그녀는 정몽주를 사랑하나 이방원은 초선을 사랑하여 세 사람이 갈등관계를 이룬다는 내용이다. 오페라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는 슬픈 사랑의 결말로 막을 내리며, 서정성과 비장미를 극대화했다.
그날 공연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해 포은아트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였다. 공연의 여운도 대단해서 막이 채 내려지기 전에 시작된 박수갈채가 한동안 끊어지지 않았다.
◇ 창작성과 흥행 모두 갖춘 작품
오페라 '포은 정몽주'의 영천 공연은 '예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철학 아래, 다양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음오페라단이 기획·제작했다. 대본은 의사인 신동근씨가 맡아서 해학적 재미, 구조적 완성미, 한자 수수께끼를 활용한 지적 즐거움, 섬세한 심리묘사와 인간의 깊은 무의식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신동근씨는 정신과 전문의, 대본가이면서 현재 지음오페라단 이사장이다. 작곡은 국립오페라단 창작오페라 공모전에서 '도시연가'로 대상을 수상했고, 창작오페라 '선덕여왕'을 작곡한 대구 출신 박지운 작곡가가 맡았다.
초선 역에는 지음오페라단 단장이자 소프라노 가수인 최정심, 정몽주 역은 포은 선생의 후손인 테너 정능화가 출연해 의미를 더한다. 그밖에도 이방원 역에 안병길, 정도전 역에 서정수, 연출에 김어진 등 이태리 유학파 출신 국내 정상급 가수와 스텝들이 최고의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 '캐릭터'에 대한 열린 작품해석
오페라 '포은 정몽주는'는 실제 역사 인물인 정몽주 정도전 이방원을 새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온건개혁주의자', '진보개혁주의자', '성공지향주의자'로 등장시켰다. 주인공인 정몽주만을 영웅화하는 고전적인 해석보다는 각 개인들의 입장을 관객들도 함께 고민하도록 하는 보다 열린 형태의 작품해석을 보여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오페라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모든 아리아(오페라의 주요 노래)가 시조로 쓰여졌다는 점이다. 시조는 아름다운 한글문학의 백미요, 오페라는 정통 서양음악이라는 점에서, '순수한 한글문학과 정통 서양음악의 접목'이라는 멋진 결과물이다.
게다가 바탕에 흐르는 스토리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만큼 우리가 몰랐던 여말선초 시대상과 더불어 포은 선생에 대한 진면목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이 오페라는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친근하고 더욱 흥겹고 더욱 의미심장해지는,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 용인과 영천을 이어주는 가교
오페라가 초연됐던 용인은 예로부터 충·효·예의 곳이다. 포은 선생은 성리학을 도입하였고, 부모의 삼년상을 치렀으며, 죽음으로써 충절을 지킨 충·효·예의 표상으로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존경받는 분이다. 격변하는 현대사회에서도 변하지 않는 충성심과 부모에 대한 효도와 타인을 배려하는 예절은 가족 사회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가치이다. 오페라 '포은 정몽주'는 어르신들에게는 지켜왔던 전통적 가치의 자랑스러움을 느끼게하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조상들로부터 소중한 가치를 느끼고 배우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다 준다.
이 오페라는 또한 죽어서 포은 선생이 묻혔던 용인지역에 사는 용인시민의 자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포은 선생이 태어나 자랐으며, 부모의 묘소가 있는 언제나 그리워했던 본향, 영천과 영천인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전통과 현대, 앞선 세대와 후세, 용인과 영천을 잇는 가교가 되는, 정말 흥미롭고 뜻 깊은 시간이 될듯하다.
강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