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부 인지혁명
1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1)
약 135억 년 전(2013년 플랑크 위성의 관측 결과를 반영한 우주의 나이는 137억9,800만 년+-3,700만 년이다. 그 이전에는 약 137억 년으로 추정했었다. 저자는 135억 년 전이라고 적었으나, 이는 더 오래전 수치이다 ㅡ옮긴이) 빅뱅이라는 사건이 일어나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우주의 이런 근본적 특징을 다루는 이야기를 우리는 물리학이라고 부른다. 물질과 에너지가 등장한 지 30만 년 후에 원자라 불리는 복잡한 구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원자는 모여서 분자가 되었다. 원자, 분자 및 그 상호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화학이라고 부른다.
약 38억 년 전 지구라는 행성에 모종의 분자들이 결합해 특별히 크고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다. 생물이 탄생한 것이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는 생물학이라 부른다. 약 7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생명체가 좀 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문화가 출현한 것이다. 그후 인류문화가 발전해온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
인류는 역사가 시작하기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현대 인류와 아주 비슷한 동물은 약 250만 년 전 출현했지만, 수없이 많은 세대 동안 그들은 같은 지역에 서식하는 다른 수많은 동물보다 딱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우리가 2백만 년 전의 동부 아프리카에서 하이킹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가 마주칠 인간 군상의 모습은 오늘날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기를 안고 있는 여인,진흙탕에서 즐겁게 노는 어린이들, 사회의 규범에 반항하는 흥분한 젊은이들, 그저 평화롭게 지내기만을 바라는 무기력한 노인들, 동네 미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총각들, 오래전부터 이런 광경을 보아온 현명하고 나이 든 우두머리 여성.
이들 원시 인류는 서로 사랑하고 놀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지위와 권력을 위해 경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침팬지,개코원숭이,코끼리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이라고 해서 특별한 점은 없었다.
당시에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 사실이 있다. 당시에는 아무도 이들 원시인류의 후손이 언젠가 달 위를 걷고 원자를 쪼개고 유전자 코드를 해득하며 역사책을 쓰리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선사시대 인류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그들이 그다지 중요치 않은 동물, 주변환경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종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고릴라, 반딧불이, 해파리보다 딱히 더 두드러지지 않았다.
생물학자들은 생물을 종으로 분류한다. 동물을 같은 종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서로 교배를 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번식 가능한 후손을 낳으면 된다. 말과 당나귀는 최근에 같은 조상에서 갈라졌고 신체적 특질에 공통점이 많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성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굳이 교배를 하게 유도할 수는 있으나 그 후손인 노새는 불임이다. 그러므로 당나귀의 DNA에 생긴 돌연변이는 말에게 전달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두 동물은 각기 다른 종으로 분류되며 각자 다른 진화의 길을 걷는다. 이와 대조되는 경우는 불도그와 스패니얼이다. 둘은 매우 달라 보이지만 같은 종이다. 동일한 DNA 정보를 공유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교배를 하고, 그들이 낳은 강아지는 자라서 다른 개와 짝을 지으며 많은 새끼를 낳는다.
같은 조상에게서 진화한 각기 다른 종들을 묶어서 '속屬,genus'이라 부른다. 사자와 호랑이, 표범과 제규어는 '표범 속'panthera leo'로, panthera 속에 속하는 leo 종이라는 뜻이다. 속의 상위에 있는 것이 '과科,family'ek. 고양이과(사자,치타,집고양이),개과(늑대,여우,자칼), 코끼리과(코끼리,메머드,마스토돈)등이 그런 예다. 같은 과에 속하는 모든 동물은 동일한 선조의 후손이다. 예컨대 모든 고양이과 동물은 약 2,500만 년 전에 살았던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 가장 작은 집고양이에서 무서운 사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호모 사피엔스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과에 속한다. 이 엄연한 사실은 역사에서 가장 은밀히 숨겨진 비밀이었다. 오랫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를 다른 동물과 동떨어진 존재로, 속한 科가 없는 동물인 것처럼, 형제자매도 사촌도 없고 가장 중요하게는 부모도 없는 동물인 것처럼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거대 영장류라는 크고 유달리 시끄러운 과의 한 일원이다. 현생종들 중 우리와 가까운 친척으로는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이 있고, 가장 가까운 것은 침팬지다. 불과 6백만 년 전 단 한 마리의 암컷 유인원(꼬리 없는 원숭이)이 딸 들을 낳았다. 이 중 한 마리는 모든 침팬지의 조상이,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종의 할머니가 되었다.
첫댓글 물리학의 연원이 137억년전 빅뱅사건
화학의 연원이 137억년- 30만년전
생물학은 38억년전
원시인류종의 기원은 600만년전
현대인류종의 발생은 250만년전
인류문화역사의 시작은 7만년전
농업혁명 12000년전
과학혁명 500년전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 인간과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 꼬리 없는 원숭이 할머니의 먼~ 손녀가 호기심을 갖고 따라갑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
꼬리 없는 유인원의 후손?. . .
강의가 좀 수월하게 전개되는 것 같아 좋군요 ^^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