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1 - 2
이제 본 김장, 배추김치 담그기입니다.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태장동 주민센터의 생활영어 강의 수강하면서 그 곳 부녀회가 판매하는 멸치 액젓을 한 통 사다 놓았구요, 왕식자재 마트에서 새우젓 한 통, 그리고 마늘을 1kg인가 사다 절구에 찧었습니다. 아파트라 이것 찧는 것도 신경 쓰여 방석을 두세 겹 깔고 조심스레 찧습니다. 혹시나 하여 간마늘도 1kg을 사다 놓았습니다. 생강도 사다 씻어서 찧어 놓았구요. 밭에서 잘 자라지 못한 대파지만 뽑아다 다듬어 깨끗이 씻어서 쫑쫑 썰어 놓고 쪽파는 다 뽑아다 다듬고 씻어서 썰어 놓았습니다. 미나리는 비싸기도 하니까 한 단만 사다 다듬고 씻어 썰어 놓았습니다. 갓은 한 두둑을 심었는데 이것도 거름이 모자라서 인지 잘 자라질 않았습니다. 그 중 좀 크게 자란 것들만 뽑았는데도 꽤 양이 되어 이것을 씻어 역시 썰어 놓았습니다. 무를 10개쯤 밭에 그냥 남겨두고 20여개 뽑아 왔습니다. 이 큰 것들을 잘 씻어서 10개를 강판으로 채 썰었습니다. 너무 많아서 실제 김장 속으로는 반도 채 안 넣고 나머지는 생채를 만들었습니다. 무 7개 쯤은 넓적넓적 썰어 두었습니다. 배추 속 넣으면서 켜켜이 넣어 두면 아주 맛이 있거든요. 김장 매트도 꺼내 씻어 놓고 김장용 비닐 봉투도 사다 놓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배추 속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제 수확해 온 배추를 반, 또는 네 조각으로 자릅니다. 커다란 다라이에 물을 받고 소금을 풀어 소금 물을 만든 다음 배추를 푹 적셨다 꺼내 채반에 받칩니다. 이렇게 한 배추를 빈 다라이에서 잎을 하나하나 들추어 가며 소금을 뿌려 절입니다. 배추 뿌리 쪽에 소금을 치면서. 이렇게 절인 배추를 김장 봉투에 자른 조각으로 10여개 넣고 소금물 부은 다음 주둥이를 묶어 베란다에 놓습니다. 한 6봉투쯤 되었나 봅니다. 이렇게 절인 김장 봉투는 서너 시간에 한 번씩 굴려 줍니다. 골고루 절여 지도록.
커다란 솥에 북어 대가리, 멸치, 양파 껍질, 무 토막, 파뿌리, 다시마, 표고 등을 넣고 푹 끓여 육수를 만듭니다. 그리고 찹쌀 가루 풀을 끓여 둡니다.
절여 하룻밤 재운 배추를 뒷 베란다에서 수돗물 틀어 놓고 호스로 다라이에 물 받아 배추를 씻습니다. 배추 절이기, 배추씻기가 참 힘이 듭니다. 이렇게 3,4번 씻은 배추를 채반에 널어 놓습니다. 물이 빠지는 동안 식탁 위에 김장 매트를 펴고 양념을 섞습니다. 육수를 붓고 액젓, 새우젓, 매실청 약간, 갓과 대파, 쪽파, 미나리, 간 마늘, 찧은 마늘, 찧은 생강, 채 썬 무, 고춧가루 고운 것 굵은 것 듬뿍 넣습니다. 굴은 비싸서 못 넣었구요, 그리고 찹쌀풀을 부어 골고루 섞습니다.
이제 절여 씻은 배추에 김치 속을 잘 발라 넣습니다. 그리고 한 폭 한 폭 정성스레 감싸 배추 통에 담습니다. 켜켜이 자른 무도 넣습니다. 밤 늦게까지 그리고 새벽 4시에일어나 8시 넘어까지 배추 속을 다 넣어 김치 냉장고를 채웠습니다. 일주일도 넘는 김장 담그기, 입술이 다 부르트고 혓바늘 돋고 입술 속 갈라집니다. 김치 통을 넣은 다음의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라이 씻어 엎어두고, 김장 봉투 씻어 베란다 빨래 건조대에 걸고 배추, 무 수확하던 자루 보관하고, 김장 쓰레기, 봉투에 넣었다가 밭에 갖다 버리고, 김장 매트 씻어 베란다에 널고 앞 뒤 베란다 물청소. 아 이것이 김장입니다. 걍 배추 속 넣는 것만 생각하면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지요. 이 힘들고 복잡한 김장 과정 다 거치고 나니 이제 김장을 해마다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김장 안하는 집 많거든요. 나도 내가 김치 많이 안 먹으면 김장 안하고 그냥 사다 먹으면 되는데 내가 워낙 김치를 좋아하고 많이 먹어서 문제입니다. 여하튼 올 해 김장은 참 힘들게 했습니다. 사실 아들, 딸, 며느리 모여 김장해야 손을 나누어 덜 힘든데 우리는 그게 안되니 힘이 드는 겝니다. 그동안 집사람이 매년 혼자 이 힘든 일을 했는데 난 거의 손 하나 거들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니 그동안 집 사람이 얼마나 힘들고 내가 원망스러웠을까요. 그래도 그런 내색 하나 안하여 나는 정말 그 어려움을 몰랐습니다. 뒤늦게나마 이렇게 체험하며 반성하나 이미 늦은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