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성과 부드러움, 뛰어난 고속 크루징.’ 디젤 모델과 비교해 휘발유 엔진을 얹은 QM5 씨티의 장점은 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마력수가 높은 데다, 무단변속기를 달아 부드러운 주행과 연비향상에 도움을 준다. 휘발유 모델은 2WD만 나와 QM5의 비상한 코너링 성능을 최상으로 맛볼 순 없지만 역시 연비를 생각하면 아쉽지 않다
QM5 휘발유 2WD 씨티는 부드럽고 넉넉한 고속주행이 장점이다
2.5L 171마력 휘발유 엔진은 연비가 뛰어날 뿐 아니라 센터 밸런스 펜들럼 엔진 마운팅 방식을 써 휘발유 엔진 고유의 정숙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기이한 현상이다.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추월하고, 휘발유 SUV가 전에 없는 상종가다. 기아 스포티지의 경우 휘발유 모델의 판매비중이 35%를 넘어섰다. 아무리 연비가 좋아도 휘발유 모델보다 몇 백만 원이나 비싼 디젤 모델을 사서 환경개선부담금까지 내야 하니 경제적인 이유로 디젤차를 선택해온 오너들 상당수가 눈길을 돌리는 것도 당연하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맞춰 르노삼성이 지난 7월 1일 QM5에 휘발유 모델 ‘씨티’를 더했다. 현대·기아보다는 늦었지만 QM5가 투싼, 스포티지 윗급인 중형 SUV 시장을 노리는 차임을 생각하면 어느 메이커보다 빠른 시장 대응이다.
조용히 부드럽고 당차게 달린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휘발유 엔진의 장점은 드러난다. 일단 조용해서 좋다. 차 밖으로 나와 엔진룸 앞에 서 있어도 공해라면 공해인 디젤 특유의 시끄러운 엔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요즘 디젤 SUV들은 많이 조용해졌다지만 그게 다 운전석에 앉아 있을 때 얘기. 외부에서 들리는 엔진소음과 진동은 아직 한계가 있다.
스타트가 빠르고 차가 참 부드럽게 달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속도계는 시속 100km를 넘긴다. 1,639kg의 무게에 171마력. QM5 디젤보다 토크는 낮아도 최고출력이 20마력이나 높으니 새삼 ‘QM5가 이렇게 힘이 좋았나’ 싶다. 엔진 응답성, 부드러운 승차감, 뭐 하나 빠짐없이 국산 중·소형 SUV를 통틀어 어떤 차보다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속 크루징 때의 여유 있고 럭셔리한 주행감각은 디젤차로는 맛볼 수 없는 매력이다.
부드러운 달리기에는 휘발유 모델에 새로 얹힌 ‘엑스트로닉’도 한몫 했다. 자트코사에서 개발한 엑스트로닉은 플랫폼을 같이 쓰는 닛산의 소형 SUV 엑스트레일을 비롯해 중형 SUV 무라노, 대형 세단 맥시마에 얹혀 이미 검증을 거친 3세대 무단변속기로 연비향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오일 교환 없이 20만km 주행을 보장하는 신뢰성 높은 일꾼이기도 하다. 속도가 올라가도 변속충격을 느낄 수 없고, 오르막에서도 기어가 불필요하게 변속되는 일이 없으니 모두 이 무단변속기의 혜택이다. 그렇게 좋으니 디젤 모델에도 달면 좋으련만, 같은 사이즈로는 디젤 엔진의 높은 토크를 못 견딜 테니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시장에서 인기 좋은 휘발유 엔진이 2.0L이다 보니 2.5L 배기량으로는 자동차세나 연비 등 경제적인 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느꼈던 사람도 QM5 씨티의 뛰어난 고속주행성능과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경험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란 생각이다.
휘발유 엔진의 특성상 디젤 엔진보다 토크가 낮아 중·저회전대를 많이 쓰는 도시주행에서 급가속할 때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간 모자라는 경향이 있다. 또 휘발유 모델은 2WD만 나와 다소 과격하게 코너를 공략할 때는 노면 접지력이 4WD만 못하긴 하다. 그러나 이것도 웬만한 세단을 능가하는 QM5의 뛰어난 핸들링을 깎아내릴 이유가 되진 못한다. 게다가 요즘 QM5 CF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지붕을 크게 덮는 파노라마 선루프도 QM5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물론 CF에서처럼 뜨거운 태양 아래 선루프 닫고 차안에서 태닝하면 쪄죽는다. 비 오는 날, 유리천장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감상하며 보스 카오디오의 풍미 있는 음색을 즐기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낭만적이다.
천편일률적이었던 SUV 시장도 이제 오너의 취향에 따라 디젤과 휘발유 엔진을 고르는 시대가 됐다. 이는 SUV의 진정한 매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과거 7인승 SUV의 세금혜택이 사라질 때 그랬던 것처럼.
2009년형 QM5에는 휘발유 씨티 외에 수동기어를 갖춘 173마력짜리 디젤 ‘스포티’도 더해졌다. 연비를 생각하면서 운전 재미를 중시하는 사람에게 좋은 대안이다. 수동기어를 눈치 안 보고 주문할 수 있다니,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언제나 즐겁다.
<자동차생활, 2008년 08월호 - 저작권자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