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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댐 방류 : 그 의미와 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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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달 여 전만해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그리고 두 여기자의 석방, 현대아산 유모씨와 ‘800연안호’ 선원의 석방 등을 통해 눈에 띠게 보여주었던 유화제스처와는 너무나도 상반된 북한의 이런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작태를 접하고 놀라움과 함께 경악을 감출 수 없다. 그들은 늘 입으로는 “인간중심의 세계관인 주체사상으로 무장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인민들이 지상락원에 살고 있다”고 선전하면서도 정작 이런 엄청난 사건을 저지르고 나서는 ‘사과나 유감표명’ 조차 없이 함구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실로 난감하기만 하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하여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문제를 협의하고,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남북이 함께 상생하고 공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런 접근방식과 정책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것인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이전에도 거의 상투적으로 이런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이고 표리가 부동한 행태를 스스럼없이 보여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2002년 6월 북측이 자행하였던 제2차 서해교전(연평해전)인데, 당시 그들은 이 교전으로 우리의 국내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다음 달인 7월 “전격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식으로 국면전환을 도모한 적이 있다. 특히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민족끼리’니 ‘민족공조’니 하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탕발림’을 하면서 정작 그 진정성이 필요할 경우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외면을 하거나 무시를 함으로써 그들의 '주장과 행동의 상반성‘을 여실히 드러내기가 일쑤였다. 사실 어떤 점에서는 이런 북한의 느닷없는 댐 방류가 ‘이미 예고되었던 재앙(災殃)’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리적 특성상 임진강은 북쪽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어있고, 그 때문에 우리 정부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만의 하나 있을 지도 모를’ 이런 인재(人災)를 방지하기 위해 부심해 왔다. 그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졌던 때는 지난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부터였는데, 당시 남북은 평양에서 개최된 제2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임진강 수해방지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합의하였으며, 같은 해 12월 역시 평양에서 개최된 제4차 남북장관급회담 이후에는 이 문제를 새로 발족시킬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본격적으로 협의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이듬해 1월 개최된 제1차 ‘경추위’ 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경추위’ 산하에 ‘임진강수해방지실무협의회’와 ‘임진강수해방지공동조사단’을 구성하였고, 이 협의회는 2004년 3월에 ‘임진강수해방지와 관련한 합의서’를 채택하여 필요한 조사와 제도 마련을 병행키로 합의하였다. 또한 2005년 7월에는 ‘경추위’ 제10차 회의에서 쌍방의 조사결과를 교환하고 유역에 대한 공동조사를 하기로 합의하는 등 진일보한 면면을 나타내기도 하였으나, 이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북한의 제1차 핵실험 등으로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구체적 논의가 중단됨으로써 “말만 무성했을 뿐 구체적 실천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못한”, 그런 상태로 아까운 세월만을 흘려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인 2007년 4월에 개최된 ‘경추위’ 제13차 회의에서 남북은 이전 보다 다소 구체화된 ‘임진강수해방지에 관한 합의서’를 다시 채택하기로 의견접근을 보았고, 같은 해 10월 평양에서 개최되었던 제2차 정상회담과 12월에 개최되었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우리측은 이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북측에 요청하는 가운데 한강과 임진강 등이 만나는 한강 하구의 모래를 준설하여 활용하고 이와 동시에 임진강 수위를 1m 낮추어 수해를 예방할 것을 제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측은 이런 제의에 대해 “별도의 실무접촉이 필요하다”거나 “군사적 문제이다”라는 식으로 차일피일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합의서 채택을 유예시켜 왔으며, 이런 과정에서 우리 어민들은 임진강에 설치해 놓은 통발과 어망 등 수천 개가 떠내려가고 차량과 가옥이 침수되는 등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크게는 몇 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방류한 물의 근원지로 추정되는 임진강 상류에 위치한 황강댐은 2007년 말부터 예성강 쪽으로 물을 인위적으로 가둬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공유하천 물길을 돌리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법상 위반사항’으로 지적되어 오기도 하였고, ‘엄청난 위력을 가진 핵폭탄’에 이은 ‘물폭탄’으로의 사용가능성까지 제기되어 왔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아무런 사전예고나 통보 없이 엄청난 물을 방류하여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북한측의 파렴치한 행태를 무력도발과 다름없는 수공(水攻)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으며,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진정한 사과 및 재발방지에 대한 확약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고 과거의 사례처럼 ‘구렁이가 담을 넘어가듯’ 유야무야하는 구태(舊態)를 반복한다면, 우리 국민 모두는 더 이상 대북지원이나 금강산관광 등 북한과의 교류나 협력, 대화와 협상 등을 정부 측에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역시 ‘이리가 양(洋) 탈을 쓴’ 격으로 비유되는 북한의 이중성에 비난의 화살을 퍼붓게 될 것이다. 한편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측의 안이한 대비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여지가 많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임진강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무인자동경보시스템’은 수위가 3m를 초과하면 즉각적으로 경계경보를 울리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4시간이 지나서야 작동되었다는 점, 임진강 필승교 지역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초병의 수위상승 보고를 다른 기관에 알리지 않은 군 당국의 ‘팔짱끼고 사태를 방관하는 듯한 행태’, 연천군청과 소방서, 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의 ‘늑장대처’ 등은 두 번 다시 재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