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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네이멍구에 있는 희귀 금속 처리 광산 바이윈어보 주변 지역. 2008-리처드 존스 | 우리는 내몽골의 야외 채굴장이라든지 호주 덤불숲 지대의 깊은 갱도 같은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기술적 고부가가치 금속인 ‘희토류’ 문제가 다시 한번 고개를 든 건 바로 안개가 자욱한 동중국해에서였다. 지난 9월 7일, 일본 영해에서 조업을 감행하던 중국 국적의 저인망 어선 한 척이 일본 순시선에 포위된다. 중국 어선은 순시선 한 척을 들이받고 도주를 시도하지만, 결국 어선 승무원은 모두 체포된다. 센카쿠 열도, 중국인은 ‘댜오위다오’라고 부르는 이 군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대만 북동쪽 170km 지점에 흩어져 있는 이 8개 섬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현재 일본령에 속해 있으나, 1970년대 이후부터 중국 또한 이 지역의 영토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에도 수시로 이런 주장을 해왔으나, 지금은 더 강도 높고 노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중국과, 이에 대해 방어전을 펼치는 일본 사이의 역학관계가 점차 변하는 현실을 보여준다.(1) 외교전으로 격화되는 양상을 봤을 때, 어선 나포를 둘러싼 이번 중-일 갈등에서 알 수 있는 건 중국이 전략적 요지에 대해 강제성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9월 19일 일본 법원이 중국 어선 선장의 억류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중국 외교부는 “일본이 무분별한 행동을 계속한다면 쓴맛을 보게 될 것”이라며 위협적 공세를 가했다. 누군가의 부추김이 있었든, 아니면 자발적으로 움직였든, 베이징에서 상하이에 이르기까지 중국 내에서는 ‘애국적’ 반발 집회와 일장기를 소각하는 시위가 물결쳤다. 상황은 9월 20일 무렵 대일본 희토류 수출 중단이라는 반격적인 형태로 ‘쓴맛’의 진의가 드러날 때까지 계속됐다. 수출 중단 조치가 공식적으로 있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런던을 비롯해 홍콩에서 도쿄까지, 원자재 중개상들에 의해 확인되는 사실이다. 희토류의 적재가 지연되기도 하고, 나아가 적재가 중지되기도 했다.(2) 그 결과는 엄청났다. 중국이 에너지 자원 분야에서 강경책을 고수하면서 이 희귀 금속을 원하는 일본과 수많은 강대국의 치명적인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희토류 수출 중단… 일본, 돌 씹은 표정으로 백기
희토류는 고유의 속성을 지닌 17개 금속군으로, 하이테크 및 혁신 산업 분야에서 쓰임새가 대거 늘어나는 추세다.(3) 레이저·휴대전화·액정디스플레이(LCD)에 이 희귀 금속이 포함되며, 아이폰에서 터치형 태블릿에 이르기까지 최신형 ‘접지’ 단말의 새로운 성능은 부분적으로 희토류 원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새롭게 뜨고 있는 ‘녹색’ 산업 또한 희토류에 의존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 태양열판, 저소비 전력형 전구, 풍력발전 모터는 모두 네오디뮴·루테튬·디스프로슘·유로퓸·테르븀 등 ‘첨가제’ 역할을 하는 이 희귀 금속들에 의존하며, 이 금속들은 석유 정제용 촉매 면에도 쓰임새가 유망하다. 방위산업에도 순항미사일, 유도탄, 레이더, 반응장갑(ERA) 같은 핵심적 군사 시스템에서 희토류가 사용된다.
전세계에서 희토류 수요는 매년 10% 이상 증가해 불과 10년 만에 4만t에서 12만t으로 늘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산업은 이제 희토류 없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 국방부용 최근 보고서에서 애널리스트 신디 허스트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희토류가 없었다면 현대 기술의 많은 부분이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며, 여러 응용기술 또한 불가능했을 것이다. 가령 휴대전화와 노트북의 소형화도 불가능했을 것이다.”(4) 견고하고 가벼운 성질, 작은 크기, ‘환경친화적’ 특성 등 좀더 혁신적인 산업모델일수록 희토류 의존도는 높아진다.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모델 ‘프리우스’의 배터리 하나에만 조립 과정에서 연간 1만t의 희토류가 필요하다.(5) 녹색산업의 도래는 희토류 이용을 더욱 일반화하면서 전세계 연간 수요량을 20만t으로 가파르게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형 풍력발전 모터 하나만 해도 수백kg의 희토류가 사용된다. ‘희귀하다’는 뜻을 지닌 이 물질은 엄밀한 의미로 따져보면 그렇게 희귀한 자원도 아니다. 미국 지질조사소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양은 전세계 매장량의 40~50%밖에 안 된다. 캐나다·카자흐스탄·베트남을 비롯해 미국, 호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에서 희토류 밀집 지역이 확인되는데, 그렇다면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희토류 문제에 그토록 민감한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 전세계 연간 희토류 채굴량 12만5천 산소톤 가운데 97%가 중국에서 공급된 것이기 때문이다. 거의 절대적 독점 수준이다. 이는 불과 최근에 이뤄진 일이다.
첨단산업의 핵심 원료, 97% 장악
중국 네이멍구 자치주 바이윈어보 지역에서 엄청난 희토류 광맥이 처음 발견된 1927년에서 1960년대 무렵까지, 중국은 희토류 광맥이 가진 비교우위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이 자원은 미국의 주도하에 생산됐다. 그러다 1986년 ‘863 계획’(6)을 내세운 덩샤오핑의 지휘 아래, 중국은 기초 재료의 분리 및 가공을 비롯해 채굴에서 반제품 제조에 이르기까지 희토류 자원 개발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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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희토류 생산 및 수요 | 이어 ‘중국 희토류의 아버지’ 쑤광시안 교수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7) 1987년 쑤광시안 교수는 희토류 응용화학 연구를 위한 중국 최초의 전문 연구소를 설립한다. 이 연구소는 1963년 세워진 낡은 바오투연구소를 보강한 것이다. 1978∼89년 중국의 연간 생산량은 40% 상승하는데,(8) 점차 감소 추세에 있던 미국의 생산량이 그때부터 중국에 추월당하기 시작한다. 네이멍구의 희토류는 매장량이 풍부하고 접근성도 뛰어났기 때문에, 중국은 몇 년간 저렴한 가격으로 희토류를 판매할 수 있었다. 중국은 이를 기반으로 점차 다른 생산업자들의 숨통을 조여간다. 기존 사업자들은 ‘경쟁적인’ 투자 중단과 중국으로의 기업 이전을 통해 이 분야를 포기하면서 비교우위의 법칙에 순순히 따른다.
지난 20년간 해외 경쟁업체들이 사라진 이유는 희토류 분야의 개발에 따른 부담으로도 설명된다. 희토류를 분리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 과정은 자본이 엄청나게 들어가는데다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희토류의 분리 작업에는 오염도가 높은 화학물질이 필요하며, 분리 작업이 끝난 뒤에는 방사성 폐기물이 남는다. 바오투 광산 인부들의 건강과 인근 자연 환경을 희생시킨 중국만이 이 부정적 ‘외부 효과’를 무시한 채 희토류를 대량생산하겠다는 자발적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황해로 흘러들어간 바오투스틸사의 광산 배출물은 현재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곳 노동자들의 발암률은 정상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지질 및 광물 연구소 소속 경제학자이자 권위 있는 희토류 전문가인 크리스티앙 오카르는 “재생에너지를 위한 희토류의 이용과 오염도가 높은 자원 취득 과정 사이에 상당한 모순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9)
손 뗐던 강대국들, 뒤통수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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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년 희토류 생산량 | 중국이 이 분야를 포기하려면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할지 모른다. 1970년대부터 이미 덩샤오핑이 통찰력 있게 미래 ‘중국의 석유’라고 비유한 이 17개 희귀 원소 덕분에, 희토류 부존국인 중국과 이 자원에 의존해 급격한 혁신 주기를 보이는 미·일·유럽 희토류 수입국 사이의 역학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서비스 제공자 대 소비자라는 이 힘의 관계는 정치적 영역에서 도구로 사용할 준비가 된 상태다. 센카쿠 열도 사건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일개 사건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의존도 전략에서 압박 전략으로 희토류 정책의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 가설에 따르면, 중국은 점차 희토류 수출량을 줄여나갈 것이다. 여기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시세를 올리고 이로써 독점적 이익을 거두는 것이다(지난 8월 네오디뮴 가격은 t당 3만2천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1년 만에 60%가 증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희토류를 국내 산업 생산의 질적 수준 향상에 이용하기 위해 따로 비축해두려는 목적이다. ‘순수’ 희토류를 생산하거나 반제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독점권을 확보한 중국은 이제 고부가가치의 완제품을 제조하려는 욕심이 있다. 희토류를 하나의 종합적인 산업 분야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희토류 수출을 거의 중단시킴으로써 중국은 하나로 통합된 희토류 산업에서 상당한 전략적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일부의 선입견과는 반대로 중국이 환경의 희생을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니다. 이런 이득적 측면이 환경의 희생에 장기적으로 명분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환경 재앙이 경제적 이유로써 정당화될 수 있다면 말이다.
자국 첨단산업 위해 수출 감축
중국의 산업적 마키아벨리즘에 대해 주장하는 일부 보고서의 방향과는 반대로, 이런 움직임은 중앙위원회 수뇌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다. ‘질적 수준 향상’ 전략은 국내의 성장 및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대되는 상황과 맞물리는데, 이는 프로세스의 ‘폭주’를 유발함에 따라 중국은 자국 사업자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해 이들의 수요를 충족해줘야 하는 상황으로 급격하게 전환된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영향력 전략, 산업적 야심 등) 의도한 바도 있고 (내수 소비 증대 등) 의도하지 않은 바도 있겠지만, 중국이 최근 7년간 희토류 수출을 40% 감소시키고, 이어 지난 7월 다시금 2분기 수출량을 70% 이상 감소시켜 전년 동기 2만9천t이던 것을 8천t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배경에는 이 모든 이유가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다.(10) 설령 중국이 이를 원했더라도 전세계의 수요에 부응하는 속도로 생산을 늘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공급 중단 사태가 빚어지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과 미묘한 관계에 놓이면서 다른 국가로부터 공식 항의와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의 우려에는 객관적인 요소도 섞여 있다. 지난 8월 이후, 희토류 산업 분야는 중국의 몇몇 국영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미 국내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는 바오투스틸사는 싱펭싱리래어어스사 같은 중국 남부의 광산업체들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다. 환경문제를 더욱 잘 관리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이는 특히 매년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양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희토류의 불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부수적으로 얻는 이익은 모든 틈을 원천봉쇄해 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해외의 고가품 제조업체들은 별수 없이 중국으로 이전해 기본 부품의 지속적인 접근권을 확보해야 하며, 이미 많은 업체가 그렇게 하고 있다. 일부의 분석에 따르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중국은 자국 업체들이 일부 외국 기업의 자본을 독식하도록 장려할지 모른다. 가까이는 호주의 채굴업체와 캐나다의 제련업체부터, 멀게는 유럽의 가공업체까지 희토류 분야의 모든 부문을 포괄한다. 2009년 중국투자회사는 캐나다의 비중 있는 광산업체 텍 리소스사의 지분 17%를 확보했다. 호주에서는 중국이 라이너스코퍼레이션의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하는 등 이 분야에서 ‘공격성’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2009년 말 호주가 격분했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해 또 다른 중국 회사가 한 현지 희토류 생산업체 아라후라 리소스사의 지분 25%를 사들였다.(11)
해외업체들, 희토류 좇아 중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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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2010 희토류 가격지수 | 중국은 몇 년 전부터 교묘하게 포괄적 정책을 추구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 정책은 시장을 좌우하는 중국의 영향력과 광물자원, 자본주의에 타격을 가하는 중국의 힘, 그리고 행정부 의사 결정의 통일성 등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우위의 패를 가지는 것 외에도 중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서방 주체들 간의 에너지 자립에 관한 정책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예의 ‘서방 산업국가’들의 각성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단기적 관점에서 바라본 자본주의 논리와 장기적으로 접근한 전략 사이에서의 엄청난 대조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예는 놀랍기 짝이 없다. 1965∼85년 미국은 희토류와 관련한 모든 산업 라인을 지배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패스 광산 같은 ‘아랫선’에서는 인디애나주의 마그네켄치사 같은 ‘윗선’으로 자원을 공급했다(제너럴모터스의 자회사인 마그네켄치사는 네오디뮴·철·붕소 기반의 영구 자석을 생산하는 업체였는데, 이 물질은 오늘날 자동차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재료가 됐다). 이어 중국이 부상하며 가격에 압박을 가한다.
서방국가들 때늦은 후회
1995년 안 그래도 환경문제로 고심하던 마운틴패스의 수익성이 중국의 덤핑 정책으로 약화되자, 두 중국 기업이 미국의 한 투자자와 손을 잡고 마그네켄치사에 오퍼를 제의한다. 미 정부는 이를 승인하되, 향후 5년간 중국이 미국 영토에 공장을 유지하는 조건을 내건다. 5년이 지난 뒤, 직원은 해고되고 회사는 문자 그대로 ‘해체’돼 톈진으로 이전한다.(12)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다른 생산업체들도 미국 공장의 문을 닫고 톈진으로 이동한다. 오늘날 미국에는 이 분야와 관련한 어떤 업체도 실질적으로 남아 있지 않다.
올해 마그네켄치사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가 미국의 희토류 관련 ‘심층 연구회’ 보고서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논란이 된 이 보고서는 마그네켄치사가 부분적으로 공적 자금의 지원을 받았으며, 보잉의 통합정밀직격병기(JDAM) 유도탄의 작동에 필요한 자석을 공급하는 업체였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일부 노조와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당시 이같은 전략적 오류를 가능하게 한 시장 ‘논리’에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더 이상 희토류 문제 하나만을 논하지 않는다. 1995년부터 이 방정식에 새로운 국면이 개입됐기 때문이다. 바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희토류와 관련한 일련의 연구와 분석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왔고, 센카쿠 사건이 일어나기 약 1년 전부터 경고의 빈도와 강도가 현저히 높아졌다. 특히 이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국방부는 의회와 정부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미래를 대비하는 훈련에 매진한다. 국방 분야에서는 올해 국방수권법 제843조를 통해 회계감사원(GAO)에 국방부 공급선에서 희토류가 차지하는 위치를 정확히 연구하도록 지시한다.
국방 분야에서 희토류가 필요한 항목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13) 정밀 유도탄, 레이저, 통신 체계, 레이더 체계, 항공 체계, 야간 시야 확보 장비, 심지어 위성까지 희토류가 안 쓰이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희토류의 사용 분야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방산업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기술 혹은 재료 등은 거의 희토류를 포함하기 때문이다.(14) 국방부는 최근 몇 년간 희토류 기반의 특정 구성 부품(특히 란탄, 세륨, 유로퓸, 가돌리늄 등)이 부족해지면서 일부 군사계획이 지연된 것을 확인했다. 기밀 계획 및 (통신, 레이더 등) 와해성 기술(15)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공군은 2003년부터 네오디뮴에 기반하는 강력 자석의 의존도를 우려해왔다. 미 국방산업대학은 ‘2009 산업 연구’를 통해 선박 건조와 무기 생산 분야,(16) 그리고 항공 부문의 희토류 관련 사항을 조사했다. 미 육군무기연구소와 해군수상전분석센터는 의존도를 조사하고 대비 수단을 연구했다. 한때나마 미 해군은 마운틴패스 광산 시설을 재가동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했을지 모른다.
미국 국방도 중국 희토류에 목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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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인된 희토류 매장량(2010년 9월 기준) | 국방부의 주도로 미국의 희토류 의존도에 관한 ‘대대적인 전망 보고서’가 지난 10월에 완성될 예정이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중국 또한 얼마든지 그에 준하는 ‘전망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는 미 선진 군사 기술의 기반인 와해성 기술에 이용되는 핵심 기본 원소들의 공급을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자국이 가진 은근한 압박 수단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포함될 것이다. <손자병법>을 충실히 따른다면 꽤 훌륭한 전쟁이 될 수 있다.
미 의회 의원들은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미국에 경쟁력 문제를 제기할 것이며, 우리는 한편으로 희토류 공급을 확보하고 다른 한편으론 미국 영토에서 희토류 광산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 미국이 더 이상 중국 수입에 100% 의존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마이클 코프만 콜로라도주 공화당 대표는 국내 희토류 산업 재개와 전략적 비축고 조성을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현재 희토류 및 필수재료 재활성화 법안이 의회 심의 중에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와 관려해 열띤 분석을 하고 전략적 비축 혹은 재활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몇 년간은 의존도를 줄일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희토류 산업 재건에는 15년 정도가 소요되며, 그동안은 지속적이고도 엄청난 양의 투자를 해야 한다.
대안 부심, 그러나 의존도 더 높아질 것
산업 분야에서 하나의 노하우와 풍토를 잃어버리는 건 불과 몇 년이 안 걸리지만, 이를 되살리는 데는 수십 년이 소요된다. 관련 인력의 전문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2011년 마운틴패스 광산을 재개할 것이다. 도요타 또한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산지에서 장기적 파트너십을 통해 희토류를 구매하고 있다. 일본 산업부에서는 카자흐스탄이나 캐나다 광산에 투자하고 있다. 프랑스의 정밀화학기업 로디아사 역시 호주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호주가 중국의 독점에 맞설 대체 수출업자로서 점점 그 존재감을 더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국가들과 민간 주체가 장기적 투자를 지탱할 수 있으려면, 경제위기가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물론 경제위기가 없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장의 법칙에서 손을 뗀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없는 한, 희토류에 대한 미·일·유럽 산업체들의 의존도는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체 유통량에서 중국산 희토류가 차지하는 비중도 극도로 높아진다.
유럽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유럽 집행위원회는 14개 원자재 수급 상태가 유럽 경제에 위협적인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14개 원자재 가운데 상당 부분은 희토류가 차지한다. 어떻게 하면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고 유럽의 상대적인 수급 자립성을 확보하며, 전략적 부문에서 경쟁력을 잃는 상황을 면할 수 있을까? 센카쿠 열도와는 거리가 멀지만, 인디애나주 구석에서 사태의 시발점이 된 마그네켄치사의 전 직원은 이 문제에 흥미로운 의견을 갖고 있지 않을까.
글•올리비에 자젝 Olivier Zajec 파리 유럽전략지능회사 연구원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주요 역서로 <미래를 심는 사람> 등이 있다.
<각주> (1) 바르텔레미 쿠르몽, <일본의 지정학>, Artège, Perpignan, 2010. ‘중국 해군, 대양 제패를 꿈꾸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9월호 참조. (2) Keith Bradsher, ‘Amid tensions, China blocks vital exports for Japan’, <뉴욕타임스>, 2010년 9월 23일. (3) 총 17개 희토류군에는 란탄에서 루테튬까지 ‘란타넘족’이라 부르는 15개 원소와 이트륨, 스칸듐이 포함된다. (4) Cindy Hurst, <China’s rare Earth Elements Industry: What can the West learn?>, Institute for the Analysis of Global Security(IAGS), 2010년 3월. (5) Makiko Kitamura&Jason Scott, ‘Toyota forms task force on rare earth metals amid China export ban reports’, 2010년 9월 29일, www.bloomberg.com. (6) ‘국가 첨단 기술 발전연구계획’ (7) 1946~51년 미국의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교수로, 국민적 영웅으로 여긴다. 2009년 1월, 그는 후진타오 주석에게 과학 및 기술부문 국가최고상을 받았다. (8) Cindy Hurst, op. cit. (9) 크리스티앙 오카르 인터뷰 기사, 2010년 6월 2일 Actu-Encironnement.com에 게재. (10) 중국 무역부(www.mofcom.gov.cn) 및 Bloomberg News, ‘China cuts rare earth export quota 72%, may spark trade dispute with US’, 2010년 7월 9일. (11) 라이너스사의 경우, 중국 쪽에서 자본 통제를 시도한 기업은 China Non-Ferrous Metal Mining Company였다. 아라후라의 경우는 Jiangsu Eastern China Non-Ferrous Metals Investment Co.이다. www.australianrareearths.com 안내 사이트 참조. (12) Jeffrey St. Clair, ‘The saga of Magnequench’, <The Blooming Alternative>, 2006년 4월 23일. 담화 자료 및 현 생산품에 대해 알아보려면 www.magnequench.com 참조. (13) ‘Rare earth materials in the defense supplu chain’, 2010년 4월 14일, www.gao.gov. (14) 2009 National Defense Stockpile 보고서, 앞의 회계감사원 연구에서 언급. (15) 기존의 기술을 개선하기보다는 이를 대체하기에 충분한 와해적 성격의 혁신 기술. (16) www.ndu.edu/icaf./programs/academic/industry/reports/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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