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Headlight]
방송가의 남초현상
사회부 정기자 손희정
요즘 인기를 끄는 예능프로그램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떠올려보자. 슈퍼맨이 돌아왔다, 냉장고를 부탁해, 아빠를 부탁해, 나 혼자 산다 등등...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찾았는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주요 출연진들이 모두 ‘남성’인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여성들 중심의 프로그램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남성 출연자들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들이 방송가에서 우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방송가의 남성화 현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남자들이 출연해 그들만의 이야기를 다루는 ‘남성 예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주요 캐릭터는 거의 남성이고 그나마 있는 여성도 프로그램 상의 ‘감초’역할을 할 뿐 주요 역할을 차지하지 못한다. 또한 몇 년 전 무한걸스, 청춘불패 등의 여성프로그램은 그렇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히트예능은 모두 남자판이다. 이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예능의 경우 촬영시간이 길고 체력적 이슈가 꽤 크므로 사실상 남자 출연자를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상대적으로 남자에 비하면 체력이 부족한 여성을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 MC들과 여성 출연자들이 설 자리가 감소했다는 지적에도 남자 출연진들의 전성기는 계속될 듯하다. 이에 따라 우리는 “아예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여성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는 없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KBS예능국 정희섭 CP는 “제작현장에서 경험해보니 남자들을 모았을 때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하며 “여자 출연자들은 아무래도 민낯을 보여주는 등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한계가 있어 제작진이 남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요인 중에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공중파 예능 PD는 “시청자들은 여자 연예인의 솔직한 모습을 보면 대부분 가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여성 시청자들도 남자들의 리얼 예능에는 관심이 커, 남자 예능은 안전한 시청률 확보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전했다. SBS의 예능국의 한 관계자도 “몸을 쓰거나 일상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에서 남자 캐릭터의 역동성이 아무래도 더 크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버라이어티 예능의 남성전성시대는 시청자들의 심리와 직결된다. 주로 제작진들은 시청자 타겟을 ‘여성’으로 둔다. 여성들은 주로 자신과 같은 여성들을 다룬 프로그램을 찾기 보다는, 자신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남성들을 주로 다룬 프로그램을 찾게 된다. 이와 같이 여성 시청자들을 주요 시청자들로 공략한 동시에 여성들의 정서를 잘 파악한 것이다. 이에 대한 예로 남자 육아예능의 시초인 ‘아빠 어디가’를 들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 주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아버지의 역할로 인해 상대적으로 아버지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지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아버지’가 드물어 진 사회가 되고 있다. 고용실태 조사를 통해 보면 애초에 주 5일 평균 노동시간 72시간이라 아빠가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여성들은 남자가 아이를 돌봐주는 것에 상당한 동경을 갖고 있다. 여성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당연한 듯 하지만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며 이는 여성들의 대리만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혼 여성들의 육아에 대한 간접 체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잡은 것이다.
그리고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이 정점을 찍은 것이 ‘꽃보다 할배’와 ‘진짜 사나이’이다. 이 두 프로그램에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생소함’이다. 먼저 ‘꽃보다 할배’에서 네 할아버지들은 함께 배낭여행을 다니며 시청자들에게 여행에 대한 로망을 심어주는 동시에, 감동도 전달한다. 남자들의 여행, 그것도 쉽게 보기 힘든 노년 여행에 대한 정서가 여성 시청자들을 직격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의 성비는 여성시청자가 전체의 반을 훌쩍 넘는다. ‘진짜 사나이’의 경우는 여성이 남성에 대해 갖는 기본적인 관심을 노려 만들어진 컨텐츠이다. 군 생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여성들이 신기한 남자들의 세계를 봄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 또한 실제 시청자들의 성비를 조사했을 때 여성 시청자가 더 많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와 같이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굶주려 있는 지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말로, 예능은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사회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평소에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없는 아빠가 아이와 1박2일로 여행을 다녀오는 과정, 원로 배우들이 여행을 다니는 과정을 통해 제 2의 인생을 즐기는 법에 대한 욕구를 프로그램을 통해 충족시키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남자를 통해 보는 사회의 바람직한 남성상의 부재, 이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대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은 남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또한 제작자들은 이것을 충족하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인지하고 있다. 물론 남성 중심의 프로그램이 연이어 히트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여성중심의 프로그램이 주도권을 잡는 것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예능이 사회를 반영하듯이 사회의 인식이 바뀐다면 여성 중심의 프로그램이 히트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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