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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의 성거산(579m)과 태조산(422m) 줄기는 천안의 동쪽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다. 특히 태조산은 천안의 진산으로 천안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천안시가 만든 책자를 보면 태조산을 ‘수려한 산세에 감탄이 절로 나는 산’이라 했고 ‘둥그스름하게 연꽃이 핀 듯한 아늑한 분위기를 풍기는 천안의 명산’이라 표현되어 있다.
태조산과 성거산의 울창한 숲은 원시림을 연상케 한다. 거기다 여기저기 솟은 큰 바위들이 태조산·성거산의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준다. 특히 성거산 쪽은 바위 전망대가 좋다. 만일사 위에도 큰 바위 벼랑이 있고 곳곳에 거북바위·삼도바위 등 이름 있는 바위들이 있다. 태조산 쪽 대머리바위도 높은 바위벼랑이어서 조망이 좋다.
태조산·성거산 산행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 천안시에서 정자, 안내판, 구름다리 등 시설을 잘 해놓았다. 그 중에서도 태조산공원은 산골짜기 위쪽에 큼직한 ‘천안인의 상’이 있고 그 아래는 비행기, 탱크 등이 있는 볼거리 전시장이다. 또 넓은 주차장과 각종 운동장, 눈썰매장, 조각공원, 호수 등이 갖추어진 훌륭한 공원이다.
이 두 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산행이 힘들지 않고 큰 등성이에 올라서기만 하면 편안하게 산행하는 재미가 좋다. 태조산·성거산 주변에는 아홉살이고개, 조라지고개, 문암재, 걸마고개, 만일고개, 우물목고개, 사리목고개 등 순우리말로 된 이름의 고개도 많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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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거산 전망대 바위. 성거산은 조망 좋은 암릉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고려 왕건의 이야기가 전하는 산
산 이름 자체가 태조(太祖), 성거(聖居:성인이 있다, 성인의 집)로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태조산은 고려 태조가 이 산에 군사들을 주둔시켰다는 설에서 유래한다. 태조 13년(930년) 태조가 후백제 신검과 맞서고 있을 때 술가(術家:점술을 잘 하는 사람) 예방의 인도로 이 산에 올라 군사가 머물 만한 곳인가를 살폈다 한다. 그래서 태조가 산신제를 지냈다는 제단 터가 남아 있으며 왕이 머물렀다는 유왕골(留王), 유려왕사 등의 이름이 전한다. 성거산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직산면 수헐원을 지날 때 동쪽의 산을 보고 신령스럽다 해서 제사를 지내게 하고 ‘성거산’이라 부르게 했다는 것이다.
태조산 대머리봉 바로 아래 산자락에는 불국사 다음으로 가장 큰 절이라는 각원사가 있다. 관광단지이기도 한 각원사에는 큰 좌불 등 볼거리가 많다. 태조산공원 서북 쪽 산중턱에는 고려시대의 절인 성불사도 있다. 성거산 아래에도 산 중턱에 만일사가 있으며 경내에 오층석탑, 마애불 등 문화재가 있고 또 산자락에는 고려시대 이전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흥사 터가 있으며 거기에 오층석탑과 당간지주 두 점의 보물이 있다.
천안의 마운틴월드산악회(회장 이홍구·산악대장 고동재) 회원들과 태조산·성거산 종주산행을 했다. 고동재 산악대장(마운틴월드 등산장비점 대표)을 비롯해서 임춘남·홍재규·하경섭·최현주·곽문숙 회원이 5월 6일 오전 10시 태조산공원 주차장에 모였다.
10시30분에 공원 주차장을 출발하여 전망대 길에 들어섰다. 공원에서 보면 골짜기 위 오른편에 태조산이 보이고 왼편에 구름다리에서 올라붙는 대머리봉이 있다. 그 사이에 작은 산줄기 하나가 있고 중턱에 전망대 정자가 있다. 이 전망대 길은 태조산과 대머리봉을 잇는 주릉의 중간에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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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머리바위에서 본 태조산 전경. 오른편 도도록한 봉우리가 태조산이다.
태조산과 대머리봉 주릉에는 공원의 야영장으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모두 세 개나 된다. 따라서 태조산에 오르려면 흑성산 쪽에서 오르지 않는 한 올랐던 길을 다시 걸어야 한다.
우리는 전망대 정자를 거쳐 30분 만에 주릉에 올랐다. 여기서 태조산에 다녀오려면 35분이 걸린다. 사실 태조산 고스락(정상)은 어느 재단의 사유지 안이어서 철망 울타리가 쳐져 있고 울타리 옆에 표석이 박혀 있을 뿐이다.
전망대 삼거리에서 대머리봉 정자까지는 20분이 걸렸다. 태조산의 제일 명소인 대머리바위로 내려갔다. 구름다리 길 산줄기에 있는 이 대머리바위까지 정자에서 3~4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머리 모양의 바위로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에 나무가 없다. 따라서 천안시가 한눈에 드는 등 조망이 좋다. 아래 쪽 거대한 바위덩이는 높은 벼랑을 이루고 있어서 암벽등반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천안 산꾼들의 즐거운 야간 산행지
대머리바위에서 조망을 즐긴 뒤 대머리봉 정자로 돌아왔다. 여기서 성거산으로 가는 길은 산길로 치면 대로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폭이 넓다. 등성이를 따라 난 길은 나무 그늘 속이고 편안한 흙길이기 때문에 산책을 하는 느낌이 든다. 곳곳에 정자와 의자가 있고 안내 표지도 잘 되어 있다. 겨울에도 산행하기에 좋은 산이다. 각원사는 산줄기 왼편 아래에 자리잡고 있어 나무 사이로 검은 지붕이 보이기도 한다. 각원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에도 정자가 있다.-
- ▲ 대머리봉 바윗길을 오르는 마운틴월드산악회원들.
- 길은 상명대 삼거리 문암재(유왕골재)를 지나며 거침없이 나아간다. 고동재 대장의 말에 의하면 태조산·성거산 줄기는 천안의 산돌이들이 야간 산행을 즐기는 곳이라 한다. 걸마재를 지나니 기복이 심해 오르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또 올라가야 했다. 국민은행 연수원 갈림길을 지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만일재가 나왔다. 만일사에서 올라오는 길이 여기서 만난다. 이 재는 산줄기에서 상당히 내려앉아 있는 곳이어서 성거산으로 오르는 길이 매우 가파르고 높아 힘들었다.
성거산 고스락에는 통신기지가 있기 때문에 정상 표석은 좀 낮은 남쪽 봉우리에 있다. 대머리봉에서 성거산까지 1시간30분이 걸렸다. 이 표석을 지나 조금만 가면 왼편 숲 속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일행 중에 성거산에서 전망대를 거쳐 굴향골 대원정사로 내려가 본 사람이 없었으나 고동재 대장이 GPS를 보고 그 길로 앞장서 들어섰다. 그 길은 통신시설이 있는 봉우리의 서쪽 산비탈을 돌아 성거산에서 성거읍 쪽으로 뻗은 산줄기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산줄기의 등성이로 올라서서 조금 내려가면 전망대 바위가 있다. 과연 성거산의 제일 명소답게 바위봉우리의 동서가 깎아지른 벼랑으로 조망이 매우 좋다. 성거읍이 북으로 내려다보이고 천흥저수지도 보였다. 시원하고 조망이 좋아 일행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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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거산 위치도.
가파른 비탈을 내려가면 굴향골의 개울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굴향골은 좋았다. 깊은 골짜기에 개울은 바위와 돌로 이루어져 있고 거기에 맑은 물이 흐른다. 주위의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한낮에도 해를 볼 수 없다. 천안 토박이인 일행들도 천안 가까이에 이런 좋은 계곡이 있다는 걸 몰랐다며 놀라는 눈치였다.
이 골짜기의 끝에 대원정사가 있고 그 아래에 거북바위가 있다. 거북바위는 거북의 등처럼 가운데가 도도록한 넓은 바위로 300m²(100평)는 될 것 같았다. 그 거북 등에는 한자리의 돌부처가 앉아 있고 아래에는 돌확에 맑은 물이 넘치고 있었다. 복구암(福龜岩)이라는 사람 키가 넘는 비도 있다. 전망대에서 거북바위까지 40분이 걸렸다. 거북바위 아래에 우리가 타고 나갈 9인승 카니발이 기다리고 있었다. 총 4시간의 태조산·성거산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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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태조산공원 시민의 상.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공원이다. 2 태조산 구름다리. 이곳을 지나 오르면 대머리봉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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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길잡이
1. 태조산
가) 전망대 길(공원 길): 공원주차장-전망대(정자)-등성이 삼거리-태조산
나) 구름다리 길: 구름다리-대머리봉(정자)-등성이 삼거리-태조산
다) 각원사 길: 각원사-각원사재-대머리봉-등성이 삼거리-태조산
2. 성거산
가) 대원정사 길: 대원정사-전망대-성거산
나) 만일사 길: 만일사 주차장-만일사-만일재-성거산 표지석-성거산
다) 걸마고개 길: 국민은행 연수원-걸마고개-만일재-성거산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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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거산 개념도.
>> 교통
[태조산] 태조산공원이 잘 꾸며져 있으며 교통편도 좋다. 천안 버스터미널에서 공원을 드나드는 시내버스가 하루 13편 있다. 승용차나 관광버스의 경우 경부고속도로 목천나들목이나 천안나들목에서 나와 1번 국도를 타면(목천 나들목에서는 북으로, 천안 나들목에서는 남으로) 유량동에 태조산공원(또는 천안향교) 안내표지가 있다. 각원사 길은 천안나들목 위(북쪽) 1번 국도변에 안내 표지가 있다. 구름다리 길은 공원과 각원사 사이 길 위에서 시작한다.
[성거산] 대원정사 길은 성거산 산행의 대표적인 기점이다. 대원정사 아래 천흥동에는 200번 버스가 하루 세 번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성거읍에는 수많은 시내버스가 다닌다. 성거읍에서 대원정사 아래 거북바위까지는 약 3km 걸어야 하며 40분쯤 걸린다. 택시를 타면 2,000원 정도 나온다. 만일사 길은 천흥동에서도 3km 정도 더 들어가야 만일사가 있다. 비포장길이다. 걸마고개 길은 천안시 안서동에 국민은행 연수원이 기점이다. 시내버스는 없고 승용차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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