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시작된 MBN 고딩엄빠 시즌 2는 앞선 시즌에 이어 10대에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게 된 청소년 부모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리얼 예능이다. 그런데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성과 출산을 숨기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기획 의도와는 변질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오르내리고 있다.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의 조심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비판받는 부분이다. 아무리 미성년자가 부모가 됐을 때의 모습을 반면교사 삼아 보여주는 좋은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는 예능으로서는 충분히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프로그램은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중학교 2학년에 엄마가 된 '중딩엄마'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화제성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계속 이와같이 출연자의 사연 자체를 더 자극적인 내용 위주로 선택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소재의 자극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이에 한정된 것이 아닌 예능 전체에 올라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들이 시청률을 담당하던 이전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제작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고 출연자들도 편한 관찰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예능 프로그램들도 변화했다.
그리고 방송 심의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없는 OTT에서는 늘상 자극적인 주제와 욕설이 허용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OTT에 많은 자리를 빼앗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에 질세라 더 화제성이 짙은 소재를 내놓아왔고, 현재는 셀 수 없이 많아진 연예, 짝짓기 프로그램들을 뒤로하고 이혼, 퀴어 등 불쾌함리 동반되는 자극적인 소재들이 예능 프로그램으로 탄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찬반으로도 나뉘었던 미디어의 선기능에 대해 어쩌면 지금은 많이 기울어진 사회가 이룩했는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의 불쾌함을 긁고 그저 화제성을 일으키고자 하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의 아이템 선택은 어떻게든 비판과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사회적으로 안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가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하여금 소비자들의 수요에 반하는 소재 선택을 강요할 수 있는가, 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이미 지금의 예능에 익숙해진 우리는 더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면 찾지 않게 될 것이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듯 하여 안타깝다.
장수거북님 글중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