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션 뜨리! 가을이 점령한 구봉산, 산끌림 에서 접수한다. 오버!
산행이 일요일이니 토요일엔 친정집에 들렸다.
부모님은 뒤꼍 한 곁에서 농사지은 무의 무청들을 줄줄이 엮어 빨랫줄에
매달 준비를 하고 계신다.
저 푸른 무청이 내리쬐는 햇살과 이웃집 담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에 풀이 죽어
누렇게 뜰때쯤 되면 이집 저집 아는집에 한 웅큼씩 덥석덥석 집어 주시며
직접 농사지은 채소라며 인심을 쓰시겠지.
무청의 효능을 설명하시며 된장 심심하게 풀어 지져 먹으라고
나에도 한 웅큼 안겨주신다.
시금치, 총각김치, 겉절이김치, 대파.....
두 분 적적하실까 싶어 아이들과 족발 사들고 잠시 들렀던 참인데
늘 드리고 오는 것보다 얻어 오는게 더 많다.
감사하고 죄송하고 행복하고....
한 덩치 딸내미 어째 얼굴이 헬쓱해졌다며 사위얼굴한번 째려(?)봐 주시는
울 아빠가 계셔서 소녀 참으로 든든하옵니다.
이상은 울 아빠 엄마의 딸 역할을 하고 온 슈가의 토요일이었고,
본격적으루다 후기 들어갑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시겠지만
충청도 아지메(아지메는 경상도 사투리인데....) 슈가의
산행후기에서는 고급진 산행정보를 절대 제공하지 않습니다.
정갈한 단어들이 합심하여 훌륭한 문장을 탄생시키고 그로인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심장이 전기로 감전된거 같은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거나
하는 따위의 위험한 일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이날은 내가 나에게 포상을 주는 날이다.
그 포상이란 산에 가는것!
이번주 포상은 산끌림님들과 구봉산 산행!
이 가뭄에 비느님이 주적주적 내려주시니 더없이 감사감사한일이나
비가내리는 우중 산행은 경험이 없는터라 일요일 산행이 몹시 걱정되는 슈가!
바로 이때 띵동! 하고 폰에 까페 산행공지글이 떴음을 알리는 표시가 뜬다.
카니발대장님 이시다.
우중산행에 대비한 준비물들을 꼼꼼하게 올려주셨다.
간단한 행동식과 우산, 방수쟈켓....기타등등
하나 하나 메모지에 적고 준비물을 챙겨 넣는다.
준비 끄읕을 외치려는 순간
오버트라우져를 준비하는것도 좋단다.
머지???!!!이거슨.
오버트라우져!!!?????
네이년의 검색창에 오. 버. 트. 라. 우. 져. 쳐보니
에이 비바지네. 이것은 패쑤!
‘산행의 미덕은 먹는것에 있다’라는 나름의 소신을 갖고 사는 슈가에게
참으로 대략난감한 대목이 있었으니
식사를 빗속에서도 먹을 수 있는 ‘간단한 행동식‘으로 준비하란다.
바람이 불어도, 뙤약볕에서도, 그어떤 추위에서도, 39도의 열이나는 아픈몸으로도
3첩 반상이하로는 한끼로 치지 않는 근본이 있는 식사를 고수해온 슈가에게
‘간단한 행동식‘을 지참하라니........
으으으으~~~~좌절좌절!
산대장님의 말씀 받자와 슈가는 크나큰 결정을 하게된다.
근본 있는 식사 한끼의 소신을 깬 간단한 산행도시락을 준비한다.
달랑 김밥한줄과 감을 배낭에 넣고
아자 아자 가자, 구봉산으로~~
가로수들이 길위로는 단풍터널을, 아래로는 낙엽카펫 깔아놓은 길.
건조한 단풍에 물을 발라 물빛 머금은 촉촉한 느낌의 단풍은 선명해서 더욱더 곱고 곱다.
엽록체, 광합성, 카로티노이드계 색소, 빛에너지.....등등
과학적근거를 바탕으로 언어적 설명으로 단풍이 드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들은 다 겟 아웃!
그러나, 이 비중에도 등산로를 뒤덮은 등산객. 허걱 허거걱!
비로 등산로는 질펀하고,
미끄러운 등산로 때문에 곳곳에 등산객들의 과부하로 앞으로의 전진이 어려웠던터라
이르지만 점심을 먹으면서 시간을 벌어서 등산객들을 먼저 보내놓고
여유로운 산행을 하고자
안개인 듯, 구름인 듯, 눈인 듯, 폭신폭신한 느낌으로 산을 뒤덥어 버린 운무를 배경으로
1봉의 데크위에 점심상을 펼쳤다.
에피타이져로 개미허리님의 영양만점 호박죽을 한그럭 비워주시고
흰여울님이 어묵탕과 로데오님의 만두와 당면을 넣은 김치찌개.
밥한숟갈먹고 어묵한개묵고, 막걸리 한사발 마시고 김치찌개 한입묵고
김밥한개 묵고 어물국물 한번 마시고, 소맥한잔하고 김찌찌게 국물한번 떠 묵고....
이무진&최은주 부부님의 마늘지
남자한테 참 좋은데 머라 말로 표현할 방버비 없네~~.
거봉먹고, 감먹고, 샌드위치먹고,
역시 사람은 소신껏 살으야지..
나도 담번산행에는.....내 기필코 소신껏 챙겨가리라!(결의 결의)
이른 점심을 먹으며 등산객들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자 하였으나,
구봉산은 여전히 등산객으로 인산인해.
구름다리를 점령 후 우린 하산으로 결정.
등반이 목표인 산행이었다면 과감하게 최하위의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산행이었다
하지만 우리중에 누구도 목표를 이루지 못함에 짜증을 내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총대장님의 결정은 산의 등반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은,
산과 사람이,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산행을 늘 이끌고자 하는
산끌림의 모토에 의한 결정이었으므로...
2탄은 낼쯤~~
첫댓글 역시~~짱이다.
후기글 털털함이 뭇어나지만 소녀적인 감성도 있고 터프함이 뭇어나지만 여린마음도 묻어나는
왠지 2탄이 기다려지는 유머러스한 후기 잼나게 보고갑니다
너무 늦지 않게 1탄의 내용 잃어버리지않게 로켓 2탄 발사해주세요~~
나름 만화책 무협지를
두루 섭렵했는데 왜? 난?
안돼는건지
그닥 고급지다고 말할순 없지만
많이 있어보이십니다
부러워서 그래요~
슈가님~~ 정말 잘오셨어요
슈가님이 오시니까 분위기가
화~~~악 사네요
담 산행에도 오실꺼죠 ㅋㅋ
아시는 분은 다 아실 명대사죠
맞아요. 카페가 확 살아나네요. ㅎㅎ
시작은 고마운데 끝은 소신대로라...
지난 오서산에서의 난감함에...
앞으론 참고만 하라고 해야겠네요. ㅎ
아니예요 카니발대장님
소신을 굽힌 제가 비굴한 거죠.
산행초보자들에겐 그런글들이 많이 도움이 됩니다.
산행 식사 후기글 인듯한 깔끔한 언어의 마술사 슈가님 제 배가 불러 어찌하오라까..ㅋㅋ
잼나게 읽었습니다.. 2편 기대합니다~^*
사람은 필요로 하는곳에 있는 것과
그곳에 있슴에 빛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헌데.
슈가님은 둘다 포함 되는듯 합니다.
산끌림에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을 텐데 가능하면 오신 발걸음 후회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맛갈스럽고 유머스런 후기 감사 합니다.
2탄 기대 하겠습니다.
산끌림의 진정한 맛을 글로서 남겨주심에 일원으로서 정말 고맙습니다.
슈가님~~짱
산행후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쓸수있는 쎈스와 문장력이 부럽네요...
앞으로 산끌림 활동하면서 후기읽는것도 산행만큼이나 즐거울듯하군요..
초보인 저로서는 앞으로 산행활동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