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감영 호남 막객의 과한 성욕
옛날, 어떤 위인이 호남의 막객이 되어 춘랑에게 먼저 정을 주고 또 홍련에게 흑심을 두었다.
그런데 춘랑의 시샘이 두려워 밤중에 춘랑이 곤히 잠든 틈을 타 살며시 홍련에게 접근하다가 실수로 춘랑의 배를 짓밟아 이루지 못했다.
잠자리로 재차 돌아와서는 ‘붉은 연꽃 따러 남포로 가는데, 동정호 봄 물결에 외로운 배는 놀라네’라 고 흥얼거렸다.
昔有一人 爲湖幕 先昵春浪 又注意於紅蓮 而苦其妬猜 夜半乘春浪睡熟 暗向紅蓮 誤踐春浪之腹而不果 還臥所寢而詠曰 欲采紅蓮南浦去 洞庭春浪孤舟驚. [破睡錄](37話), [韓國野談資料集成](卷12).
호방한 막객이 색향인 전라감영에서 두 기생을 차지하려는 음탕한 심보가 그려져 있다. 그가 야음을 타서 홍련에게 다가가 수작을 부리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 춘랑의 배를 밟아 일을 이루지 못한다.
이 위인의 임기응변적 발상은 기가 넘친다. 붉은 연꽃을 딴다는 의미는 곧, 홍련의 육체를 소유하겠다는 음흉한 내심을 말해 준다.
그런데 잔잔히 있을 줄 알았던 봄 물결이 그의 흉계를 무산시킨다. 결국 작가는 엽색 위인의 곤경을 통해 엽색에 대해 경계의 의미를 보인 것이다.
출처 : 이원걸. [조선후기 야담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