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05. 23
최근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이어 남북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부각된 최고의 스타를 꼽으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냉면이 아닌가 싶다. 흔히 냉면 애호가들을 청백팀으로 팽팽히 가르던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맛대맛 시합에서 이번만큼은 옥류관의 후광 덕인지 평양냉면의 압승이다. 실제로 동국세시기에서도 냉면은 서북지역의 것이 최고라고 칭송했다. 이처럼 평양 지방에서 즐기던 냉면은 6·25사변 이후 월남민에 의해 전국으로 확산돼 사계절 즐겨 먹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TV에서 비친 북한 옥류관의 평양냉면은 얼핏 보기에는 면발이 마치 우리의 칡냉면을 닮은 듯 검고 붉게 보였다. 알고 보니 조리방법에서 우리와는 달리 간장을 섞고 또 북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소화가 안 될 때 애용하는 식소다를 타서 그렇게 면발이 거무틱틱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냉면을 북한 음식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만도 않다. 냉면의 본고장은 평안도와 함경도라고 하지만 실제 진주나 부산 등 남쪽에서도 별미로 냉면을 꼽는다. 그 예로 진주 지역에서는 싱싱하고 질좋은 육회가 고명으로 올려지지 않은 냉면은 냉면으로 치지도 않는다. 부산에서는 전분이 아닌 밀면을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을 삶은 육수에 곁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냉면은 면발의 주성분과 육수에 따라 평양파와 함흥파로 편을 갈리는 것 같다. 특히 면발을 구성하는 재료에서 메밀 함량에 따라 평양냉면과 함흥냉면도 구분되고 다른 맛들도 좌우된다. 통상 북한에서 유행하는 평양냉면은 메밀과 전분이 8 대 2 정도. 전분 즉 감자나 고구마 녹말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함흥냉면 맛으로 기울어진다. 함흥식 물냉면은 메밀이 최소 50% 이상 들어간 면을 쓰는 평양냉면과는 다르다. 함흥냉면의 맛은 육수도 좌우한다. 즉 감자나 고구마 전분면에 양지를 우려낸 물과 동치미 국물을 섞어 육수로 사용한 물냉면을 쓴다.
냉면의 맛을 좌우하는데는 면발 외에도 육수도 중요하다. 보통 육수로 고기가 쇠고기, 닭고기, 꿩고기 중에 어느 것을 주재료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의 느낌이 달라진다. 옛날에는 주로 꿩을 삶은 국물을 이용했으나 지금은 꿩이 귀해 쇠고기와 사골을 쓰고 있다.
평양냉면의 성분을 영양적으로 분석해보면 일등공신은 역시 메밀이다. 한방에서 교맥(蕎麥)이라 불리는 메밀은 성질이 차고 달며 독이 없다. 메밀은 위와 장을 튼튼히 해주는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비위의 습과 열을 없애고 소화가 잘 되는 효능이 있어서 오래 쌓인 체기도 내려간다고 했다. 본초강목에서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정신을 맑게 하고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한다고 했다.
영양적으로 메밀은 다른 탄수화물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다. 특히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양질의 필수 아미노산이 다른 곡류보다 많은 편이며 비타민 B, 비타민 D, 칼슘, 칼륨, 인, 철분, 나트륨, 섬유소를 함유하고 있다. 메밀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있어 고기와 함께 먹으면 소화흡수가 잘되며,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폴리페놀의 한 종류인 루틴이 아주 많아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혈압을 낮추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돕는다.
메밀은 무와 궁합이 잘 맞는다. 흔히 민간요법으로 메밀을 먹고 속이 불편하면 무즙을 마시거나 무씨를 갈아먹기도 하며 메밀국수나 묵밥에 무를 갈아주거나 무생채를 얹어주기도 한다. 그만큼 무와 함께 먹으면 소화를 돕고 장의 독성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에 메밀은 몸이 차고 찬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설사나 변이 묽어지는 경우, 저혈압 환자나 속이 찬 사람은 주의하여 먹는 것이 좋다.
김연수 / 푸드테라피협회 대표
자료출처 :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