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내고향 사투리의 뿌리, 우리나라 14개 도 단위별로 서로 다른 방언 분포의 모습을 72장의 언어지도로 제시하며 한국어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팔도 말모이>라는 화제의 책인데, 저자인 위평량 박사는 30년이 넘는 시간 방언 조사와 방언 연구에 몰두하여 오면서 우리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여 왔던 전통적인 기초어휘 72개를 각 지역별로 어떤 모습으로 분포하고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 그것이 생겨난 어원에서부터 역사적인 변화의 모습을 알기쉽게 풀이하고, 또 그 말을 사용하는 마을 사람들의 실제 대화의 장면을 제시하며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마 방언 전공자가 아니라면 우리는 북한에서 ‘큰아버지(클아바이, 크라바지)’라는 말이 ‘할아버지’를 부르는 말이고, 우리가 먹는 ‘고추’를 ‘당가지(당나라에서 온 가지)’라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각 지역별로 다른 방언을 그냥 자료로만 제시한다면 그 분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어떤 단계로 변화해 왔는지 하는 점을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러한 궁금증을 이 책에서는 모두 컬러 지도로 제시한 다음 이러한 정보를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어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정겨운 자기 지역의 토속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반드시 알아야 할 한국어 전반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우리는 같은 한민족으로서 남북의 교류가 본격화 하여 통일을 맞이할 미래를 대비하여야 하고, 또 전국 어느 지역이나 가깝게 왕래하며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를 가진 우리말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수백, 수천 년 동안 온갖 삶의 정서와 애환이 담겨 있는 자기 고향의 토속어를 이해하고 여기에 담긴 문화적인 요소들을 물려받고 이어가는 일은 한국인이라면 너무나 당연히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요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최명옥 명예교수는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문화를 형성한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고 하며, 이 책을 통하여 표준어 단어 하나에 대한 단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각을 점차 확대함으로써 서로 다른 지역 주민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국의 학생들과 일반인 모두에게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하면서 이 책을 추천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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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Yes24 알라딘 교보문고 등 인터넷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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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할아버지
우리말 변화의 모습 |
・한아바님(15세기) ・하나비,한아비(15~17세기) ・할아비, 하나버이(17세기) ・할아버니(19세기) ・할아버지(19세기~현재) |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어떻게 그렇게 인자하신 모습이었을까? 아버지도 꼭 할아버지 모습으로 닮아 사시다 돌아가셨는데, 나도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닮을 수 있을까?
‘할아버지’는 부모의 아버지, 부모의 아버지와 한 항렬에 있는 남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할아버지를 함경도, 평안도에서 ‘크라바이’, ‘크라바지’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아는 남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남한에서는 ‘하라부지’, ‘하나부지’, ‘하라버지’, ‘할배’, ‘하르방’ 등으로 부른다. 이들 말뿌리를 찾아가 보자.
① 할아버지, 하나부지, 하라바이, 하라버지, 하르버지
‘할아버지’는 원래 ‘한+아버지’ 즉 ‘한아버지>할아버지’로 변한 말이다. 이때 ‘한(大)’은 ‘크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한아버지)’는 ‘아버지보다 큰 존재’를 말하는 것이다.
가장 오랜 옛말은 ‘한아비’였다. 당시에는 ‘아비’라는 말이 사용되었다고 해서 낮춤의 형태는 전혀 아니고 오히려 높임의 뜻을 지닌 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용비어천가』에서도 왕의 할아버지를 ‘하나비(한아비)’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함경도의 ‘하내비’ 역시 ‘할아버지’의 옛말 ‘한아비(15세기)’를 유지한 말이다.
이렇듯 ‘하나부지’, ‘하내비’, ‘하나씨’ 등은 ‘한-’을 간직한 가장 원형에 가까운 고어 형태로 볼 수 있다.
‘할머니’도 역시 ‘한어머니>할머니’로 변한 말이다. ‘한아버지>할아버지’, ‘한어머니>할머니’의 음운변화를 ‘활음조’라고 한다. 활음조는 ‘한라산[할라산]’의 유음화(자음동화)와는 다르다.
② 할배
대체로 경상도에서 많이 쓰이는 ‘할배’는 ‘할아바이>할바이>할배’로 축약되어 온 말로 보인다. 다른 방언권에서 말하는 ‘하라바이’, ‘할바이(할아버지)’와, ‘아바이(아버지)’ 등을 보면 더욱 그러할 듯하다.
③ 크라바이, 크라바지
북한에서는 할아버지를 ‘크라바이’, ‘크라바지’, ‘크라베’라 하는데 이유는 의미상 ‘할아버지’와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중세국어에서부터 ‘한(하다)’과 ‘큰(크다)’은 같은 ‘크다(大)’는 뜻으로 할아버지는 ‘아버지보다 큰 존재’를 나타내므로 ‘크라바이(큰+아바이)’, ‘크라바지(큰+아바지)’로 표현한 것이다.
역시 ‘큰아바이>크라바이’, ‘큰아바지>클아바지’에서도 활음조가 나타난다. 북한에서 ‘할머니’도 ‘큰어마니’, ‘클마니’로 부른다.
그리고 북한에서 ‘큰아버지(아버지의 형)’는 ‘맏아바지’, ‘맏아바이’ 등으로 부른다. 물론 최근에는 북한 젊은이들도 ‘클아바이’가 아닌 남한과 같이 ‘할아버지(祖父)’로 바꾸어 부르고, ‘큰아버지(伯父)’는 ‘아버지의 형’을 뜻한다고 한다.
④ 하르방
제주도에서는 ‘하르버지’, ‘하르방’이라고 하고, 평안도에서는 ‘하루반’이라고 하는데, ‘하르방’, ‘하루반’은 ‘할아범’의 변화형인 ‘할아범>하르밤>하르방’으로 변한 말로 보인다. ‘돌하르방’의 ‘하르방’도 이렇게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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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구술 담화: 제주도편] -외삼촌과 평양감사-
또, 하르방(할아버지)이 몰(말)은 백마였는디, 일러 부렀단(잃어 버렸단) 말이여.<중략>
(비슷한 말을 가져오니까) “어디서 난 (말)이냐?”
“아명 아명허연(어떻게 해서) 아무 놈 안티 샀노라.” 니 웨손안티(외손자한테) 산 건 실이란(사실이란) 말이여.
“이놈의 거 궤약스럽다.”고. “너가 내 을 들러단 아 먹었느냐?”
“예, 용돈이 없어서 들러단 아 먹었읍네다.” 바로 난(말한단) 말이여. “어떻게 어떻게 허였느냐?” “먹을 멧 장을 들여서 안(갈아서) 멕여가지고 백마 을 가라로 허여서 아 먹었읍네다.”
그 웨손이 웨하르방(외할아버지)을 들러다가(훔쳐다가) 먹을 멧개 들여네(들여서) 멍(갈면서) 메겨네(칠해서), 먹칠허여네(먹칠해서) 놔 두니계, 놓아두니. 이슬 맞곡 비 맞곡 허여 가민 먹 벗어가민 흴 건 실(사실)이란 말이여.(제주시 노형동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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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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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황소
72. 회오리바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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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위평량
30 년이 넘는 시간 우리의 전통문화와 토속어를 연구하여 왔고 방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랜 시간 방언 조사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제는 스스로 관상쟁이가 되었다고 말한다.
앞으로 남북의 교류가 잦아지고 통일까지도 대비하여야 할 뿐 아니라 우리 모두 어휘나 억양, 말투가 다른 지역 사람과 만나더라도 서로 어색하지 않게 소통할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각 지역별 토속어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비교해 보며 또 색채가 다른 우리말의 전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오랫동안 고민해 오다 책 『팔도 말모이』를 쓰게 되었다.
순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35년간 국어를 가르쳐 왔다. 저서로는『문학 교과서』,『고전 교과서』(공저, 해냄출판사)와 『전라도 말의 뿌리』(북트리)가 있고, 논문으로는‘전남, 경남 접경지역의 언어 연구(박사학위 논문)’,‘『토지』의 방언적 성격’외 10여 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