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악 주전골 겨울 비경의 소고 살다 보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듯이 갑자기 남설악 주전골 겨울 풍광을 보기 위해 허둥지둥 바삐 집을 나섰다. 오늘따라 아침 공기가 제법 코 끝을 알싸하게 했지만 무엇보다도 금싸라기 같은 햇빛이 솟아지는 쾌청한 하늘이 금방 마음을 설레게 한다. 드디어 주전골 입구에 들어서서 성국사를 지나 가깝게 독주암이 보이면서 그야말로 중국 황산에 일부 들어온 듯 탄성이 절로 나온다. 더욱이 얼음으로 뒤 덮어 놓은 계곡은 긴 명주 비단을 깔아놓은 듯 얼음 사이사이로 군데군데 크리스털 같은 물이 졸졸 흘러 울리는 소리가 맑고 영롱하다. 아니 지나가던 어느 여인의 예쁜 모자가 너무 귀엽고 앙증스럽다. 괜히 보았나보다. 이러듯 쉬엄쉬엄 천천히 오르면서 고개가 아프도록 겨울 풍광을 추운 줄도 모르고 쳐다보노라면 별천지다. 별천지 아니 어쩌면 모두가 신선의 세상에 온 듯 가슴 뭉클함이 벅차서 형언할 수 없었다. 가끔 고개를 들어 양쪽 산마루 줄기를 따리 쳐다보면 하늘길이 강물처럼 흐른다. 나아가 깊은 골짜기를 경계로 양쪽에는 까마득한 단애가 바람결에 감싸이는 듯 하늘에 매달려 그 웅장함이 신비를 더 자아내게 한다. 비경이다. 비경 여기는 천상의 정원 큰 수석 같은 분재들이 산수와 어울려 그야말로 불후의 수묵화 명화 수십 장이 전시되어 있어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 조각조각 카메라에 담아본다. 이 뿐이랴 높이 솟은 단애에 엉겨 붙어 필사적인 생존을 이어가는 소나무들의 치열한 자연의 삶을 내 생활에 잠시 비춰본다. 다시 선녀탕을 지나 새로 잘 만들어진 철계단 오름길을 넘어 드디어 용소 폭포에 다다랐다. 아! 용소 폭포 보는 순간 하늘에서 옥구슬이 은쟁반에 마구 솟아붓는 것 같은 천금의 맑은 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어쩌면 하늘의 선녀가 명주 비단을 연이어 사리는 용소에는 고운 옥빛 비단이 가득했다. 어쩌면 한 감 가져와 노란 개나리색 저고리와 남색 치마를 물감 드려 손녀에게 만들어 준다면 얼마나 단아하고 예쁠까? 이러듯 천상에 온 듯 환상의 착각에 빠져 한동안 용소 폭포에서 잠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풍광에 취해 바보 같은 멍 때리기를 했나 보다. 다시 내리막길에도 눈이 시리도록 사방팔방으로 주전골 비경을 혼이 빠지도록 보다 보니 어느덧 오색 약수터에 다다랐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 속에 뒤돌아 보니 어느덧 사바를 벗어나 피안의 세상에 잠시 갔다 온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