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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7. 23
오늘은 그래픽처리장치 즉 GPU(Graphic Processing Unit) 기업인 엔비디아(NVIDIA)가 왜 아시아 최고의 종합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의 시총을 능가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5가지 관점입니다.
1.무궁무진한 GPU 세계의 지배자 2.딥러닝으로 퀀텀점프 3.테슬라와의 협업 통해 자율주행 세계 섭렵 4.벤츠와 협업한 자율주행 레퍼런스카 준비 5.창업자 겸 CEO 젠슨 황의 리더십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저는 '테슬라 전기차 공장, 일본보다 한국에 올 수 밖에 없는 이유'와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사기일까요'라는 제목의 두 기사를 최근 올렸는데요.('최원석의 디코드'로 검색하시면 금방 나옵니다) 자율주행기술 주도권을 잡을 후보군으로 테슬라 외에도 모빌아이·인텔 연합 등을 얘기드렸는데 중요한 회사를 하나 안다뤘습니다.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아니나다를까 한 독자분께서 댓글에 '엔비디아가 자율주행기술 세계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망해 달라'고 주문하신 것도 있고 해서 간단히 써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테슬라, 모빌아이·인텔연합과 함께 앞으로 자율주행기술을 장악할 강력한 후보임에 분명하다는 겁니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엔비디아가 현재 가장 잘하는 것, 즉 GPU, 그리고 GPU를 기반으로 한 딥러닝(인공신경망), 그리고 이것이 목표로 하는 이미지 인식·판단의 완성도 향상, 또 개발자부터 최종제품까지 연결하는 생태계 구성 등을 통해 자율주행 플랫폼 전쟁에서 엔비디아가 테슬라와 시장을 양분, 또는 테슬라·모빌아이와 3분할 가능성이 꽤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빅뉴스도 있었죠. 엔비디아는 지난 7월13일 처음으로 인텔 시가총액을 앞섰습니다. 당시 엔비디아 시총은 2510억달러로, 연초 대비 79%나 올랐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인텔 주가는 2.4% 하락했지요. 이로써 엔비디아 시총은 세계 반도체 제조사 중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에 이어 3위에 올랐습니다.(반도체위탁생산 전문기업인 TSMC가 1등인 것도 엄청난데, 오늘 논점이 아니므로 패스)
아시다시피 삼성전자는 메모리 세계 1위, 반도체위탁생산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판매 세계 1위에 디스플레이·가전까지, 종합 경쟁력을 과시하는 기업이죠. 매출로 따져도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 비할바 아닙니다.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특이하게 여긴 1분기가 2~4월입니다) 매출이 30억8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에 불과합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은 55조3000억원. 삼성전자가 15배나 많습니다. 영업이익만 6조5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엔비디아 ‘매출’의 2배나 되지요.
그런데 삼성전자의 지난 23일 종가 기준 시총은 326조5000억원. 같은 시기 엔비디아 시총은 2568억달러입니다. 한국 돈으로 307조4000억원 정도이군요. 이미 삼성전자 시총을 턱밑까지 쫒아왔습니다.
엔비디아는 GPU 즉 그래픽처리장치 전문 기업입니다. 생산은 전부 대만의 TSMC 등에 외주를 주고 있고요. '고작' GPU 하나 잘 만드는 곳입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어떻게 GPU 만드는 회사가 아시아 최강의 종합전자대기업 삼성전자의 시총을 넘어서려 하고 있는 걸까요? 이유를 5가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지난 4월 GPU 컨퍼런스인 'GTC 2020'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기조연설을 자택의 키친에서 해 화제가 됐다.
◇ 1. 무궁무진한 GPU 세계의 지배자
엔비디아는 25년 전에 GPU를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이고, 이 시장을 이끌어온 기업입니다. 그런데 GPU 즉 그래픽처리에 특화된 이 장치가 갈수록 수요가 무궁무진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일단 코로나사태로 인해 비대면 경제가 커지는 것이 엔비디아에 호재입니다. 세계적으로 ‘스테이홈’이 룰이 되면서 소비자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게임용 GPU 수요가 늘고 있지요.
엔비디아의 또 다른 주요 사업은 데이터센터 분야인데요. 최근 데이터센터용 GPU 수요가 폭증하면서, 그 수요가 고스란히 엔비디아의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1분기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11억4000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80%가 증가했습니다.
최근 재택근무, 비대면 비즈니스의 급속한 확대가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지요. 상황이 더 진행되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서비스 대기업의 수요가 한층 확대되어 데이터센터 투자가 더 많이 일어날겁니다. 여기서 가장 많은 혜택을 얻는 것이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입니다. 원래는 전통의 강자 인텔이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급속히 성장하는 쪽은 엔비디아입니다. 이유는 컴퓨팅파워나 인공지능(AI)의 능력을 급격히 올리려고 할 때, 컴퓨터 두뇌의 기본인 중앙처리장치(Central Processing Unit)보다 GPU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GPU 최강자는 말할 것도 없이 엔비디아이지요. 엔비디아 GPU는 당초 게임용으로 만들어졌지만, 연산능력이 높은 GPU를 데이터센터용으로 전용(轉用)하면서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습니다.
◇ 2. 딥러닝으로 퀀텀점프
AI가 화두죠. 이 AI 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딥러닝입니다. 딥러닝은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수많은 인공 신경망을 컴퓨터 내부에 생성해 이를 바탕으로 기계에게 학습 능력을 부여하는 기술입니다. 인공 신경망을 유지하려면 기계 내부에서 단순 연산이 수없이 반복되어야 하는데요. 단순 연산을 반복 처리하는 데에는 GPU가 CPU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이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강점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CPU의 성능 향상은 최근 한계에 봉착해 있는 반면, GPU의 성능 향상은 아직도 빠르게 진행중입니다.
엔비디아의 기술이 딥러닝으로 퀀텀점프하는 계기는 2012년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이미지넷 챌린지’라는 이미지 인식률을 높이는 연구자들의 경진대회 같은 것이 있었는데요. ‘딥러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은 우크라이나 출신 캐나다인 알렉스 크리젭스키가 만든 ‘알렉스넷’이 이미지 인식률에서 기존 것들을 압도하는 능력을 보여줬던 겁니다. 게임광이었던 알렉스는 당시 ‘엔비디아의 GPU를 활용한 딥러닝을 통해 인식률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해 이를 멋진게 실현한 것이었죠. 이때부터 딥러닝에서 GPU가 보여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막이 열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딥러닝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하드웨어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엔비디아가 성장의 날개를 달게 됐죠.
그리고 이미지 분야 딥러닝의 비약적 발전은 바로 자동차 자율주행 분야에서 엔비디아가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게 됩니다. 반도체 업계 3위인 지금의 엔비디아 주가가 현재 2등 삼성전자, 1등인 TSMC를 앞지를 수도 있다고 보는 근거는 이런 미래가치가 주가에 계속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 3. 테슬라와의 협업 통해 자율주행 세계 섭렵
아직까지는 엔비디아의 매출에서 게이밍 분야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올 1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게이밍이 44%였고요. 그사이 무섭게 치고올라와서 데이터센터 비중이 이제 37%나 됩니다. 이외에 ‘자동차(auto)라는 항목이 있는데요. 아직 1분기 매출은 1억5500만달러(약 1900억원)로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AI와 자율주행차 시장이 언젠가 터진다고 한다면, 그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은 상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임용 GPU를 판매하던 기업이 향후 10년의 기술혁명의 중심이 될 자율주행, 모빌리티 혁명의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지요.
엔비디아가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역시 테슬라와의 협업에서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일단 왜 그런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테슬라 모델S 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그때까지 테슬라에 자율주행기술을 제공했던 모빌아이의 암논 샤슈아 창업자 겸 CEO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사이에 공방이 벌어집니다. 이후 2017년 7월 테슬라와 모빌아이는 결별합니다. 모빌아이의 가능성을 본 인텔은 얼마 안있어 무려 19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주고 모빌아이를 인수하게 되고요. 모빌아이와 결별한 테슬라는 모빌아이의 기술 대신에 엔디비아의 기술을 쓰기로 하죠. 그런데 테슬라는 2019년 4월에 자체 개발 칩을 선보이며 엔비디아와 결별을 선언하고 자율주행 플랫폼 독자구축에 나섭니다.
테슬라는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자율주행 기반기술을 가진 두 기업과 함께 일하다가 둘다 내쳤습니다. 보통 강력한 기술을 가진 기업과 일하다 보면 거기에 종속되기 쉬운데요. 테슬라는 ‘그런거 다 필요 없다. 이제 우리가 다 하겠다’라고 말한 거죠.
그래서 엔비디아는 닭쫓던 개 신세가 되었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다시 테슬라 입장으로 생각해봅니다. 테슬라가 뛰어난 점은 세계최고의 테크기업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아마도 그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조직생활을 하는 우리들의 관점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일하는 과정에서 상사 혹은 파트너가 나를 정말 미치도록 괴롭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갈굴 수도 있고, 뒤통수를 칠 수도 있고,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나를 끝까지 이용하려 할 수도 있죠. 네, 조직이란건 그런겁니다.
그런데 일하면서 나에게 가장 도움을 준 상대, 나의 성장에 가장 영향을 준 상대는 누구일까 한번 생각해봅니다. 폭풍 같은 일들이 다 지나고 나서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영감을 주고, 항상 자극을 주고, 방향은 맞지만 성취하기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그 이후에도 높은 수준의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앞에서 부드럽게 편하게 대해주지만 그것 뿐인 사람도 있지요. 물론 이것 역시 필요하고 또 중요하겠지만, 그런 분 중 어떤 분은 결과적으로 내가 더 많이 성장할 기회를 주지 못했거나 나를 스포일시켰던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엔 중용이 필요하고 또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뛰어난 것은 파트너들에게도 극한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옥 같은 경험을 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 세계 최고 두뇌들인 파트너들에게 깊은 영감과 자극을 줬을 겁니다. 초창기 테슬라와 자율주행시스템을 협업했다가 싸우고 갈라섰던 이스라엘 자율주행전문기업 모빌아이를 인텔이 무려 19조원에 기다렸다는듯 사갔지요. 테슬라와 일하고 싸우는 과정에서 모빌아이 스스로의 가치도 그만큼 올라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빌아이가 이후 테슬라와 비슷한 방향의 기술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테슬라와 일하면서 얻은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을테고요.
엔비디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테슬라와 결별했지만, 그 이후 자율주행에 관한 확고한 방향을 갖고 맹렬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는 테슬라와 영감을 주고 받은 것이 분명 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테슬라가 자율주행기술 개발 초기단계에 모빌아이나 엔비디아와 같이 일하면서 이들 기업 기술을 많이 차용했을 겁니다. 자율주행 전문은 모빌아이였고, GPU 전문은 엔비디아였으니까요. 하지만 머스크 역시 자율주행기술이 나가야 할 방향, 비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이들을 엄청나게 몰아붙였겠지요. 그 과정에서 서로가 깨닫고 배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높은 수준에 있는 두뇌들이 서로 부딛치고 싸우면서 서로 자극 받고 결국 목표치를 다같이 올린 케이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테슬라가 독자기술개발로 감에 따라, 테슬라 차량에 엔비디아가 직접 관여하는 것은 끝났지만, 지금도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전세계 테슬라 차량으로부터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딥러닝함으로써 자율주행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작업을 맹렬히 진행중인데요. 이 작업을 위해선 차량 자체에는 엔비디아 칩이 장착되지 않더라도, 테슬라 본사에서 벌어지는 딥러닝 과정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합니다. 아주아주 많이요. 테슬라는 여전히 엔비디아의 특급 고객인 셈이지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차 개발총괄인 대니 샤피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대한 투자는 계속 크게 늘어날 것이다. 특히 큰 투자가 '딥뉴럴네트워크(DNN)의 개발·검증을 위한 데이터 센터와 인프라다.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자율주행 실증실험도 크게 진보한다. 이 중 몇 분야에선 완전자율주행도 가능해질 것이다. 일단 트럭 배송, 물품 이동 등에 보급될 것이고, 일반 양산차에도 자율주행용 하드웨어가 많이 탑재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우선 레벨 2 플러스(2이상 3 미만) 차량의 대량 생산을 촉진해, 한층 더 높은 레벨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이 되는데, 거기에는 강력한 처리 능력을 가지는 컴퓨터가 필요하게 된다. 엔비디아는 엔드 투 엔드, 즉 자율주행차부터 데이터 센터까지, 전 과정에 필요한 AI 처리를, 완성차 메이커와 서플라이어에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개방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 4. 벤츠와 협업한 자율주행 레퍼런스카 준비
테슬라의 전기차+자율주행차 플랫폼은 처음부터 매우 높은 수준의 통합제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Over The Air) 기반을 완비했기 때문에, 즉 고도의 소프트웨어 중심 기반이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회사가 쉽게 따라하기 어렵다고 일전에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기존 자동차 업계의 다양한 진영 가운데 테슬라의 전기차+자율주행 플랫폼에 맞설 레퍼런스를 보여줄 기업은 어디일까요?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저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엔비디아가 개발중인 자율주행차 아키텍처가 하나의 시험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벤츠와 엔비디아는 지난 6월 23일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는 차량의 컴퓨팅 아키텍쳐를 공동 개발해 2024년부터 양산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아키텍처는 벤츠 S클래스부터 A클래스까지 모든 차세대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2024년 이후 생산되는 벤츠 각 모델에는 OTA로 업그레이드 가능한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은 벤츠가 전통 자동차회사 가운데 소프트웨어나 장기 전략에 대해 상당한 능력을 가진 회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와 협업해 자율주행의 레퍼런스카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인데, 이것을 큰 그림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출시시기가 내년도 내후년도 아니고 2024년입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은 지금 도로에서 잔뜩 굴러다니고 있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아직은 레벨2 플러스의 운전보조에 머물러 있지만, 언젠가는 차를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을 통해 이 수준을 넘어설 수 있는) 시스템과 경쟁할 제대로 된 시스템을 내놓기 위해선 전통 자동차메이커에 아주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현재 폴크스바겐이나 현대차 등도 테슬라처럼 전기차이면서 차량의 일반주행 또는 자율주행능력을 통합제어하고 무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테슬라, 그리고 2~3년 뒤의 테슬라 시스템과 동등 경쟁 또는 우위를 확보할 시스템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벤츠와 엔비디아가 2024년 내놓겠다는 시스템이 전통 자동차메이커의 진짜 반격을 보여줄 레퍼런스일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 5. 창업자 겸 CEO 젠슨 황의 리더십
마지막으로 엔비디아의 주가를 밀어올리는 가장 큰 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엔비디아의 창업자 겸 CEO인 젠슨 황(57)의 리더십입니다. 대만 출신의 미국인으로 대만 이름은 황인훈(黃仁勳·황런쉰)이죠. 오리건 주립대 전기공학 학사,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석사 출신이고, LSI 로지틱스와 AMD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를 하다가 1993년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1995년 GPU를 시장에 선보이면서 이후 25년간 변함없이 이 시장을 장악해 온 분입니다.
이분의 트레이드마크는 가죽점퍼이죠. 발표회의 키노트스피치 때마다 가죽점퍼 차림으로 나타나 엄청난 에너지로 끊이지 않고 열변을 토하시는데, 그 모습을 보다보면 저절로 빠져들고 이 분 말을 무조건 따라야만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창업자 겸 CEO, 그리고 기술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어서 CTO가 필요 없는 전문가형 CEO의 힘이야 말로 엔비디아의 미래를 밝게 보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게다가 젠슨 황은 경영능력 그리고 사업가로서 필요한 존재감이나 쇼맨십도 탁월하지요. 이미 지난 25년간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그 길을 증명해 왔고요. 매년 1월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CES의 키노트 스피치를 봐도 그렇고, 최근에 인수한 멜라녹스라는 기업과 엔비디아 성장계획의 연결성을 봐도 그렇고요. 정말 장기적인 그림으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기회를 끝까지 부여잡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건 우리 기업들이 좀처럼 따라하기 어려운 경쟁력일 수 있습니다. 즉 ‘내가 정말 무엇을 해서 미래의 목표와 시장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확고함, 고도의 기술적 비전을 갖고 이를 장기적으로 밀어붙일 권한과 실행력을 가진 CEO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것이 확고하다면 자본과 인재도 그에 따라 모이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고 지속되면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새로 나올 수도 있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엔비디아의 가장 본질적인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