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18년 8월 5일 (일) [토요무박]
o 날씨: 맑음 (폭염)
o 산행경로: 도화리(접속) - 천왕봉 - 불목이재 - 갈목재 - 화엄이재 - 서원봉 - 말티재
o 산행거리: 17.6km
o 소요시간: 8시간 20분
o 지역: 충북 보은
o 일행: 봉산악회 한남금북정맥종주대
o 코스정보: 속리산, 천왕봉, 말티재
o 트랙: 한남금북정맥_천왕봉_말티재_20180805_033444(jbha3309-20180805_120005).gpx
▼ 코스지도
새로운 도전...
오늘부터 한남금북정맥을 시작합니다.
이미 정기적으로 낙동과 금남을, 틈틈이 한남과 호남땜방을 하고 있어서 다소 무리라는 생각도 있지만...
갈때까지 가보죠 뭐....
오늘 한남금북 1구간은 속리산 천왕봉에서 말티재구간이며, 천왕봉까지는 도화리 윗대목골에서 접속을 해야 합니다.
잠못드는 열대야...
우리를 태운 버스는 밤을 달려 구불구불 시골길을 돌아 속리산 천왕봉 아래 도화리에 내려놓았습니다.
입구에 천황사라는 표지석이 있네요.
아마도 천왕봉과 연계된 이름으로 보입니다.
천왕봉을 한때는 '천황봉'으로 불렀거든요...
천황사 공터에서 조촐하게 안전기원제를 지냈습니다.
완주하는 그날까지 안산, 즐산이 쭉~ 이어지기를...
도화리에서 천왕봉까지 접속구간은 약 2.7km,
계곡길도 지나고
돌길도 지나고
산죽길도 지나 천왕봉으로 접근합니다.
문제는 역시나 폭염...
계속되고 있는 사상최고의 폭염은 이곳도 예외가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구간중 최고의 오르막길이라
몸에는 이미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입에는 시작부터 단내가 폴폴 나기 시작하네요...
헤드렌턴의 불빛을 좆아 달려드는 날벌레들이 입속으로....엑... 퉷퉷퉤...
비처럼 쏟아지는 땀과 거친 숨을 토해내며 도착한 백두대간 합류지점...
등로보수를 위해 나무계단 자재들이 잔뜩 쌓여 있네요.
이곳에서 좌측이 천왕봉 방향, 우측은 형제봉방향의 백두대간길입니다.
베낭을 벗고 그냥 서 있어도 땀이 줄줄~~
달리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라고 하는데... 그렇게 할수 있을지...
▼ 백두대간 합류지점
다시 한번 용을 쓰며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다행히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온도 내려가고
속리산의 밤안개와 함께 바람이 사방에서 몰려옵니다...
천왕봉에 도착...
일단 베낭을 팽겨치고 천왕봉에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합니다.
시원한 콜라 한병을 원샷한 것 보다도 더 시원하네요...ㅎㅎ
▼ 천왕봉
천왕봉에서 떨어진 빗물이 백두대간, 한남금북정맥을 기준으로 동쪽은 낙동강, 남쪽은 금강, 서쪽은 남한강으로 흐르는데 이를 가르켜 삼파수라고 한답니다.
속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 그만큼 하늘의 섭리를 받은 곳이라는 뜻이겠지요...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속리산 주능선이 죽여주는데...
오늘은 시간도 이르고 안개가 짙어 마음속으로 상상만 해봅니다.
俗離山...
784년(신라 선덕여왕 5)에 진표(眞表)가 이곳에 이르자, 밭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를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느냐며 속세를 버리고 진표를 따라 입산 수도하였는데, 여기에서 '속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9개의 봉우리가 뽀족하게 일어나 있어 구봉산이라고도 하며, 산세가 험하여 속리악(岳)으로도 불리었다고 하네요...
▼ 천왕봉에서 바라본 속리산 주능선 (펌, 중간 좌측 뽀족한 바위가 문장대)
천왕봉의 찬기운(^^) 을 충분히 받은 후 왔던길로 조금 되돌아 내려오면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는데,
표지판 뒤로 한남금북정맥이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화엄이재까지 약 10km는 비탐구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 한남금북정맥 시작점
비탐구간이라 그런지
기분탓인지
숲길이 훨씬 야생적인 느낌입니다.
안개가 흩어지면서 조금은 몽환적인 분위기도 들고...
날이 밝으면서 속리산의 속살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안개가 희미하게 가릴건 가리고 있으니 더욱 쉑시~
멀지 않게 보이는 산봉우리와 산줄기가 어디고 어디인지 추측만 해봅니다...
참 많이도 내려왔습니다.
뒤롤 돌아보니 안개에 가린 천왕봉이 하늘처럼 솟아있네요.
아침햇살이 부딪힌 안개는 사방으로 흩어지고
속리산 주변의 산군들은 수묵화를 그린 듯 합니다...
▼ 뒤돌아본 천왕봉 방향
▼ 청계산 방향(?)
▼ 구병산 방향(?)
깊게 내려온 등로는 이제 작은 등락을 거듭합니다.
비탐지역이라 별다른 이정표도 없고...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가야할 길을 알려 줍니다.
바람이 간간이 불어주고 있지만...
기온이 높아지고 습도까지 높으니 온몸은 이미 샤워를 한 모습입니다.
바지를 타고 내린 땀이 신발까지 적실 지경이 됐으니...
▼ 무인감시카메라 (574봉?)
할수없이 바지를 걷고 땀이 신발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아봅니다.
나무가지에 긁혀 다리에 스크래치가 생기는 것은 어쩔수 없고...
쑥 내려온 등로 옆으로 펜스로 둘러싸인 농장같은 곳이 보입니다.
이곳이 불목이재인 모양인데...
비탐지역으로 지정하여 산꾼들의 출입은 금지하면서 이런 농장은 대체 무슨...
▼ 불목이재(?)
불목이재를 지나 등로는 다시 한번 솟구칩니다.
작은 봉우리 두어개 이어지는데... 헥헥~ 젠장...
이럴 경우에도 '작은고추가 맵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 580봉
아이고 덥다 더워~~
다시 급경사의 언덕길을 내려오니 갈목재...
해발 390m...
갈목재는 갈목리와 삼가리를 이어주는 지방도로인데 갈목터널이 생기면서 지금은 유명무실화된 도로입니다.
▼ 갈목재 (천왕봉에서 약 8.9km)
갈목재로 내려오면 우측으로 정맥길이 연결되지만,
그 방향에는 국공 감시초소가 있기 때문에 좌측에 있는 철조망과 돌담사이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등(登)...산(山)...
기껏해야 200m도 안되는 고도차인데,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이제는 정신도 흐릿해지는 기분입니다.
그 위쪽이 546봉인데, 서원봉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서원계곡,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휴가족들이 급 부러워지네요.
지금은 시원하게 머리에 쏟을 수 있는 물 한바가지만 있어도 좋겠는데...
▼ 서원봉 (546봉)
▼ 서원계곡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직까지는 안개가 따가운 햇살을 차단하고 있고
간간히 산바람도 불어오고 있습니다...
서원봉에서 하강...
그 아래가 화엄이재 입니다.
낙동을 함께하고 있는 반바지님의 팻말이 아직은(?) 붙어 있네요...^^
▼ 화엄이재 (갈목재에서 약 1.7km)
내려왔으니 또 올라가야 겠지요.
날씨만 도와주면 한발로도 올라가겠는데...ㅋㅋ
▼ 450봉(?)
길가에 보이는 야생도라지...
누구처럼 캘까 말까...
독식(^^;;) 보다는 같이 보는 것이 더 좋겠지요 ^^
끝인가 했는데...
말티재는 그렇게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숲에서 만난 갈림길, 좌측이 정맥길이고 우측은 속리산숲체험휴양마을로 내려가게 됩니다.
우측으로 내려가더라도 휴양마을에서 도로를 따라 말티재로 연결되기 때문에 유용한(?) 중탈지역입니다.
실제로 일행중 몇명은 이곳에서 중탈했다고 하네요...
▼ 속리산숲체험휴양마을 갈림길
왼쪽으로 정맥길을 따라갑니다.
작은 등락도 힘겨워 질때쯤 저 아래로 휴양마을의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조망처가 나타납니다.
시원한 산바람도 제법 불어주고
때마침 소나기도 몇방울 떨어지니
그냥 이곳에 자리펴고 한숨 자고 싶어집니다...
▼ 조망포인트에서 내려다 본 속리산숲체험휴양마을 (도로 건너편이 말티재)
조망포인트 위쪽이 545봉...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면 이곳에서 간혹 알바를 한다고 합니다.
말티재는 '정상'이라고 적혀 있는 우측 방향입니다...
▼ 545봉
다시 작은 업다운....
무선중계국을 지나갑니다.
왼쪽으로는 시원하게 펼쳐진 보은읍 전경이 내려다 보입니다...
▼ 보은읍 방향
오늘 구간중 맨 마지막 봉우리 531봉...
저 멀리 속리산 주능선 마루금이 안개에 가려 보일 듯 말듯...
▼ 531봉(?)
▼ 531봉에서 바라본 속리산 마루금 (펌)
531봉을 마지막으로 등로는 말티재를 향해 하강합니다...
말티재는 마현(馬峴) 또는 마치(馬峙)라고도 하며,
고려태조가 속리산에 거동할 때 닦은 어로(御路)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보은 탄생 600주년 기념비와 백두대간 속리산 관문인 '말티재'의 안내석이 세워져 있네요...
말티재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끊어졌다가 백두대간 마루금 복원공사의 일환으로 최근에 원형대로 복원하였다고 합니다.
▼ 말티재 (말치고개) (화엄이재에서 약 2.8km)
[말티재 안내문] 대한8경의 하나로 1970년 3월 24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속리산 길목 해발 430m에 열두굽이 말티재가 있다. 정상은 한남금북정맥으로 고갯마루 동쪽은 남한강, 서쪽은 금강 수계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남쪽 능선은 갈목재를 거쳐 천왕봉에서 백두대간과 만나고 북쪽 능선은 국사봉을 거쳐 미원고개를 지나 청주 상당산성으로 이어진다. 이 말티재는 신라 제24대 진흥왕 14년(서기 553년) 의신조사가 인도를 다녀오는 길에 법주사를 창건하려고 흰노새 등에 불경을 싣고 넘어간 이래 1464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자비를 깨우치러 이 고개를 넘어 법주사로 갔으니 여기에 얼마나 많은 사연과 애환이 서려 있을까? 혜공왕때 진표 율사는 금동미룩대불을 세우려고, 고려 태조 왕건은 고개길에 얇은 돌(薄石)을 깔고, 공민왕은 안동에서 홍건적의 난을 피한 후 나라의 융성을 기원하려고, 조선 태조 이성계는 왕이 되기 전 10일 기도하러 이 고개를 넘어 법주사로 갔다. 3대 태종은 즉위 16년 심신을 다스리려고, 7대 세조는 즉위10년 훈민정음 주역 신미대사를 만나려고, 15대 선조 때 임진왜란 당시 승병들이 법주사로 집결하러 갈 때도, 인조4년 사명대사가 임진왜란때 불에 탄 법주사를 재건하려고, 구한말 당백전에 쓰려고 법주사 금동미륵대불을 훼철하러 가던 사람들도, 1960년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 부부도 연말마다 이 고개를 넘어갔다..... (중략)
돌고 돌고 또 돌고...말티재도 구절양장의 구불구불한 길입니다.
길지 않은 거리인데 예상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네요.
더위에는 장사가 없는 모양입니다.
보은읍에 있는 유명 백숙집에서 뒷풀이로 마무리...
▼ 말티재 모습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