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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일시: 2018년 3월 17일 (토)
o 날씨: 맑음
o 산행경로: 舊신암분교 - 깃재 - 884봉 - 길등재 - 한티재 - 추령 - 왕릉봉 - 덕재 - 검마산휴양림갈림길 - 검마산휴양림
o 산행거리: 30.5km
o 소요시간: 9시간 50분
o 지역: 경북 영양군
o 산행정보:
o 일행: 서울올빼미산악회 낙동정맥종주대
▼ 코스지도
우째 이런일이...
지난번 구간을 빼먹었고 한달만에 참석했더니 산행거리가 당초 17km 에서 30km로 크게 늘어나 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32km 였던 지난번 구간이 폭설때문에 중도에서 끊는 바람에 이번에 지난번 잔여구간을 추가했다고 하네요.
장거리였던 지난번 구간을 빼 먹으면서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었는데, 새옹지마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구간은 깃재에서 검마산자연휴양림 갈림길까지이며,
들머리 舊신암분교(2009년 3월 폐교)에서 깃재까지는 약 2km, 검마산휴양림 갈림길에서 날머리인 검마산휴양림까지는 약 1.5km의 접속구간입니다.
거리도 길고 잔설도 남아 있을것으로 보여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고 오늘 구간을 시작합니다.
새벽 3시반, 신암리의 새벽공기가 시원하게 파고들지만 생각보다 차갑지 않아 다행입니다...
▼ 舊신암분교 앞 (들머리)
신암리에서 깃재까지는 오늘 구간중 최고(?)의 된비알 입니다.
잠시 마을길을 따라 걸으며 몸을 예열하면서 된비알을 올라갈 태세(?)를 갖춥니다...
슬슬 시작되는 오르막...
등로에는 낙엽뿐만 아니라 엊그제 내린 눈까지 겹쳐 제법 미끄럽습니다.
급경사의 좁은길을 앞두고 안전을 위해 아이젠을 착용하였습니다...
오르막의 경사도에 비례하여 내 종아리도 빳빳해지고 숨은 턱까지 차 오릅니다.
들머리에서 2.1km 거리, 약 300m 정도의 고도를 급상승하며 올라온 곳에 깃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애미랑재에서 이어온다면 깃재가 별로 특별하지 않을 텐데, 신암리에서 어프로치를 하다 보니...
▼ 깃재 (들머리에서 2.1km)
깃재까지 올라왔는데, 깃재에서도 다시 오르막길입니다.
깃재가 깃봉(峰)이 아니고 깃재(峙)이기 때문이지요. 842봉을 지나고 작은 파고가 반복됩니다...
▼ 842봉(?)
헤드렌턴 불빛에 드러나는 사슴뿔 같은 나무가지...
나무가지에 붙어있는 하얀눈이 작은 상고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작은 파고는 884.7봉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884.7봉은 오늘 구간중 최고봉인데, 이름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네요...
▼ 884.7봉 (깃재에서 1.9km)
884.7봉에서 한티재까지는 추세적으로 내리막길입니다.
그렇지만 내리막길 안에서도 작은 파도는 끊임없이 일렁입니다...
여명이 밝아오고...
동쪽하늘에는 일출의 기운이 점점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일출을 볼수 있을까" 계속 조망포인트를 찾아보지만 결국 조망포인트도 일출도 보지 못습니다.
오늘도 오픈된 조망보다는 숲속을 느끼며 걷는 구간인 모양입니다...
날이 밝아오면서 드러나는 숲속...
이곳은 아름드리 황금빛 금강송이 숲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동네의 금강송은 춘양목(春陽木) 이라도 하며, 결이 곱고 단단하여 예로부터 왕실에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이 금강송에 송진 채취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일제의 수탈 현장이기도 하고 어려웠던 우리조상들의 삶의 애환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어둠속에서 계속 따라오던 UFO 같던 불빛...
알고 보니 일월산 정상이었네요. 일월산 정상은 군부대가 점유하고 있습니다...
▼ 건너편으로 보이는 일월산
쭉~ 시원하게 내려갑니다.
아이젠을 벗었더니 낙엽에 속절없이 미끄러집니다.
두번이나 엉덩방아를 찧고...
아침기온이 쌀쌀합니다. 아마도 영하 3~4℃...
아침식사를 하느라 잠시 쉬는 사이 손가락이 얼어붙었습니다.
김밥을 가져왔는데 맛이 별로입니다. 산행때마다 고민인데, 뭔가 쌈빡한 메뉴가 없을까요???
더 얼어붙기 전에 서둘러 몸을 움직입니다.
소나무 숲길이 상쾌합니다...
▼ 일월산 전경
내리막길 아래가 길등재입니다.
길등재는 영양군 수비면과 계리마을을 이어지는 작은 도로가 지나고 있습니다...
▼ 길등재 (884.7봉에서 7.6km)
길등재에서는 벌목지를 따라 한티재로 연결됩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월산의 조망이 좋습니다...
▼ 일월산
한티재에 닿았습니다
한티재는 수비면과 울진 평해읍을 잇는 88번 지방도가 지나고 있으며,
오늘 구간중 가장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곳 (해발 430m) 이기도 합니다...
▼ 한티재 (길등재에서 3km, 들머리에서 14.6km)
오늘 산행의 절반 정도를 마쳤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고, 이제 절반을 마쳤으니 오늘 산행은 거의 끝났다고 해도 될라나요??
하지만 지금부터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구간입니다.
한티재에서 검마산자연휴양림까지는 인내를 요하는 빨래판 구간입니다. 넘어도 넘어도 또 넘어야 하는....
높지는 않지만 급경사의 작은 산봉우리 몇개씩이나 오르고 내리고, 다리는 점점 땅에 달라 붙고 있습니다.
출렁출렁, 한바탕 파도를 타고 내려오면 우천재입니다...
▼ 우천재 (한티재에서 3.6km)
우천재에는 버들강아지가 봄을 알리고 있네요.
봄 햇볕이 뜨거워지면서 추울줄 알고 입은 내복이 점점 땀복이 되어 갑니다.
'봄 햇살에는 며느리를 내 보내고, 가을 햇살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말이 있는데...
우천재에서 다시 피할수 없는 오르막길...
햇빛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자작나무 숲이 마음을 상쾌하게 해줍니다.
이 언덕의 정상이 636.4봉입니다...
▼ 636.4봉
봄이 왔는데...
이곳 숲속은 아직도 가을이 진하게 남아 있네요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면 봄과 가을이 공존할 것 같습니다...
다시 내리막길...
그 아래가 추령입니다.
추령이 가까워지면서 기계톱 소리가 요란하게 온 숲을 울리고 있습니다.
벌목작업을 하는건지 간벌작업을 하는건지...
▼ 추령 (우천재에서 2.6km)
추령에서 다시 올라갑니다.
덥기도 하고 슬슬 힘도 부치고...
대부분의 일행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갔고, 뒤에 있는 몇명은 보이지 않고...
낙동정맥종주대 올빼미들은 장거리산행의 실력이 뛰어난 꾼들이라 따라 간다는 것은 엄두를 낼수가 없습니다.
별수없이 혼산입니다.
나홀로 산길을 걸으며 '혼생(I Only Live Once)'을 생각합니다....
▼ 뒤돌아본 추령과 636.4봉
검마산이 점점 다가옵니다.
저 아래에서 다음구간을 시작할 것입니다...
한티재에서 검마산자연휴양림까지는 검마산 휴게소를 중심으로 시계반대방향으로 크게 돕니다.
뒷풀이 장소가 검마산휴게소 부근에 있는 수비면이므로 여차하면 중탈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는 셈이지요.
지나온 우천재, 추령, 그리고 지나갈 덕재 등등...
▼ 검마산 전경
추령에서 오르막길을 올라오면 그 정상부가 635.5봉입니다...
▼ 벌목 현장
▼ 635.5봉
635.5봉 주변은 벌목이 한창인 곳도 있고,
잣나무(?)로 새롭게 조림사업이 시행된 곳도 있습니다. 산과 숲에도 경제성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초록의 잣나무 잎이 싱그럽게 느껴지고,
그 뒤로 희끗한 머리의 갈마산과 검마산이 제법 멋있게 다가옵니다...
▼ 갈미산(중간)과 검마산(좌측)
다시 내려갔다 올라가기를 수차례...
급경사의 된비알을 올라가면 왕릉봉, 오늘 구간중 유일하게 봉우리 이름이 있는 곳입니다.
처음으로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 왕릉봉 (추령에서 4km)
그리고 다시 출렁출렁...
오르막길에서는 근력이 딸려 자꾸 쉬게 되지만 아직은 고질병인 다리의 근육경련(쥐)이 없어 큰 다행입니다.
아마도 근육경련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금씩 자주 쉰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 뒤돌아본 왕릉봉
이곳도 소나무숲이 정말 좋습니다.
여건이 되면 소나무 숲속에 누워 피톤치드에 흠뻑 취해보고 싶어 집니다.
저 아래로 도로가 보입니다...
왕릉봉에서 서너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 도로에 도착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곳이 날머리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덕재네요.
아직도 날머리까지는 3.5km가 남아 있다는 뜻, 환장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멈출수는 없지요.
다시 언덕을 올라갑니다.
아직은 다리가 잘 버텨주고 있습니다...
덕재는 오기리와 죽파리를 연결하는 작은 도로입니다.
▼ 덕재 (왕릉봉에서 1.8km)
덕재에서 다시 작은 파도를 탑니다.
600.5봉을 지나고...
산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만끽합니다.
산행시간이 9시간을 넘기고, 거리가 30km에 육박하면서 허기가 집니다.
느긋하게 나무그늘에 앉아 열량을 보충하고...
▼ 내려다 보이는 수비면
검마산휴양림 갈림길을 앞두고 좌측으로 빠지는 좁은 등산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숏컷 같지만 무리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검마산휴양림 갈림길에 내려왔습니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검마산이고 휴양림은 좌측으로 임도를 따라 내려가야 합니다...
▼ 검마산휴양림 갈림길 (덕재에서 2.2km)
"다왔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햇살은 봄인데, 산속에는 아직도 겨울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 검마산자연휴양림 (갈림길에서 1.5km)
[검마산 자연휴양림] 1997년 5월 28일 개장하였고, 구역면적은 7866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1,000명, 최적 인원은 600명이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관리한다. 태백산맥 줄기 해발 918m의 검마산 북서쪽 계곡에 있으며,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루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휴양림의 소나무숲은 절경을 연출하여 특별히 미림보존단지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휴양림에는 산림문화휴양관, 정자, 취사장, 등산로, 산책로, 어린이놀이터, 야영장, 체력단련시설, 물놀이장, 야외교실, 삼림욕장, 종합운동장 등을 갖추었으며, 한국에 자생하는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모아 심은 자생식물관찰원과 꽃사슴사육장도 있다. 주변에국내 유일의 방사능 유황온천인 백암온천을 비롯하여 백암폭포, 할매산성, 울진 성류굴(천연기념물 155), 수하계곡, 일월산, 안동댐 등의 관광지가 있다. (두산백과)
생각보다는 무난/무탈하게 오늘 산행을 완료하였습니다.
산행후 마시는 맥주한잔, 뒷풀이를 겸한 식사와 사람과 분위기에 기분좋게 취해봅니다.
수비면 복지회관에서 시원하게 땀도 씻고...
▼ 뒷풀이 (수비면 고향집)
본 산악회를 사심은 1도 없이 헌신적으로 이끌고 계시는 회장님, 대장님, 총무님을 비롯하여 모든 분들께 여러모로 감사를 드립니다.
재미있고, 즐겁고, 유쾌하고, 기분좋고... 그런데 속도는 살짝 부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