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18년 10월 28일 (일)
o 날씨: 흐림/비
o 산행경로: 철장사(접속) - 칠장산 - 칠현산 - 덕성산 - 옥정현 - 옥정산 - 덕주봉 - 배티고개 - 서운산 - 엽돈재
o 산행거리: 28.8km
o 소요시간: 8시간 40분
o 지역: 경기도 안성
o 일행: 울산다물종주클럽
o 코스정보: 칠장산, 칠현산, 서운산, 엽돈재, 옥정재, 배티고개
o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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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지도


9정맥중 마지막 아홉번째... 금북정맥이 시작되는 날이다. 오후부터 중부지방에 요란한 비소식이 예보되어 있어 우중산행을 염두에 두고 베낭을 꾸린다. 새벽 1시에 울산에서 출발한 버스가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반, 칠장사의 새벽은 초겨울처럼 쌀쌀하다...
▼ 들머리 (칠장사)



칠장사에서 3정맥 분기점까지는 접속구간이다. 길을 찾아 왔다갔다하는 우리의 소란스러움이 새벽 산사의 적막을 깨운다. 3정맥 분기점 바로 아래에 있는 칠장사는 정맥꾼들의 들머리 또는 날머리로 많이 이용되다보니 새벽시간 산꾼들의 출몰에도 꽤 익숙해져 있을 것 같다...

사찰 입구에 '어사 박문수 합격다리'가 있다. 박문수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길에 이곳 칠장사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었는데 그날밤 꿈에 나한전의 부처님이 나타나 과거시험에 나올 시제(試題)를 알려주어 진사과에 급제하였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때문인지 다음달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의 소원지(紙)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모두 대박 나기를~~


칠장사에서 칠장산까지는 대략 1km의 오르막길, 땀이 날 법도 한데 새벽 찬공기에 막혀 가픈 숨소리만 귓가에 맴돈다. 칠장산 아래의 갈림길, 직진하면 칠장산과 한남정맥길이고 좌측으로 가면 금북정맥길이다. 이곳이 3정맥 분기점으로 생각했는데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이곳이 아니라 근처 다른 장소인 모양이다. 한남금북정맥 졸업 그리고 한남정맥 1구간 시작때 다시 확인을 해야 할 듯하다...
▼ 칠장산 갈림길

▼ 3정맥 분기점 (펌)

일행들을 따라 갈림길에 베낭을 벗어놓고 칠장산으로 향한다. 칠장산까지는 대략 0.45km, 왕복 1km가 조금 못 미치는 거리다. 칠장산은 남쪽에 있는 칠현산과 칠현산으로 불렸는데, 조선시대 어느 권력자가 이 산 일대를 임금으로 부터 하사 받은 후 칠장사 뒤쪽의 산이라 하여 칠장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칠장사라는 사찰에서 칠장산이라는 지명이 유래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 칠장산

▼ 칠장산에서 바라본 안성 방향

어느듯 밝아오는 아침을 맞으며 칠장산에서 갈림길로 되돌아와 본격적으로 금북정맥을 시작한다. 등로는 먼저 칠현산으로 향한다. 도중에 '부부탑 칠순비'라는 돌탑을 지나는데... 무슨 연유가 있을까?? 이곳뿐만 아니라 만디고개에도 비슷한 돌탑이 있는데, 관련이 있는 것일까??


고려 때 혜소국사가 일곱 도적을 제도하여 도를 깨치게 했다하여 이름 붙여진 '칠현산'... 이곳에서 금북정맥길의 안산과 무사 완주를 바라는 안전기원제를 지냈다. 완주하는 그날까지 안산 즐산을 지켜주소서~~
▼ 칠현산 (七賢山)


칠현산에서 대략 0.5km 거리에 공림정상이라는 표지목과 함께 산봉우리에는 투박한 바위덩어리 하나가 얹혀져 있다. 누군가 바위에도 페인트로 '공림 정상'이라고 적어 놓았는데... 산봉우리 이름이라고 하기는 좀 특이하다... 산 아래에 공림이라는 동네가 있나??


초반부터 의외로 출렁거림이 심하다. 큰 파도는 아니지만 작게 밀려오는 물결이 긴장감을 몰고온다. 근래에는 별로 없었던 정강이 통증도 나타나고...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산 아래 곰내미 마을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 '곰내미 고개'를 지나지만 고개라는 느낌은 별로 없다...
▼ 곰내미 고개

덕성산은 정맥길에서 약 1~200m 정도 벗어나 있다. 요순산(堯舜山) · 무위산(無爲山) · 무수산(無愁山) · 국사봉(國寺峰) 등으로도 불리며, 이 산을 경계로 신라와 백제가 대치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산 아래에 있는 무술마을은 조선 연산군 때 조정의 선비가 사화를 피하여 이곳에 와서 걱정 없이 지냈다고 하여 '무수(無愁)'라고도 전해지며, 또한, '무술' 지명에 대해서는 김유신 장군이 무술을 연마하던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 덕성산


덕성산 정상부 옆에 팔각정이 세워져 있는데, 광혜원 방향의 조망이 좋다...


등로는 다시 작은 업다운을 반복하며 옥정재로 향한다. 내리막길 아래에 무티고개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무티고개는 인근에 있는 무이산에서 지명이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454.6봉 삼각점

▼ 무티고개

무티고개에서 다시 반등... 그 위쪽이 '사장골 정상' 이다. 이곳 산봉우리 이름도 요상하다. 아마 산 아랫동네 어디가 사장골인 모양이다. 사장골 정상에서 선두일행들과 간단하게 간식을 챙겨먹고 있는데 갑자기 서쪽에서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햇볕이 쨍쨍했고 일기예보에도 정오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벌써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여전히 잔파도가 계속되고 있다. 사장골 정상 얼마 뒤가 무이산인 모양이다. 정맥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그 존재(?)도 잘 몰랐는데, 그레고리님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다녀오셨다고 한다 ^^... 그리고 만디고개를 지나간다. 경상도 사투리로는 언덕, 고개마루를 '만디'라고 부르는데 이곳도 그런 의미일까?? 작은 업등락이 많다 보니 이름이 붙은 산봉우리도 많고 고개도 많다...
▼ 만디고개

▼ 고라니봉

고라니봉을 내려서면 충북 진천군 이월면 신계리와 안성시 금광면 옥정리를 잇는 옥정재에 닿는다. 옥정재는 높이 390m로 비교적 높은 고개이며, 과거에는 안성에서 구입한 소금짐을 지고 옥정현을 넘어 진천으로 와서 쌀과 바꾸어 가곤 했다고 한다...


▼ 옥정재



옥정재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서 부식을 받아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데, 오뎅에 라면에... 많이도 챙겨오셨다. 덕분에 비를 맞은 몸에 따뜻한 온기가 돈다. 사는 것이 팍팍해서인지 세상인심이 갈수록 사납다. 옥정재에 있는 가게의 벤치를 잠깐 이용하려다 문전박대... 점심을 짧게 끝내고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먼저 410봉 삼각점을 지나는데, 옥정산이라는 이름도 있는 모양이다...
▼ 옥정산 (410봉)


도깨비 같던 비바람은 잦아 들었지만 찬바람은 여전하다. 오르막길이라 등에서는 땀이 나지만 찬바람이 무서워(?) 우의를 벗지 못한다. 손도 시리고...



쌀쌀한 날씨에 비례하여 발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크고 작은 업다운을 거치다가 갑자기 하늘이 열린다. 넓다란 헬기장, 이곳이 덕주봉이다...
▼ 덕주봉(헬기장)


▼ 뒤돌아본 지나온 경로

덕주봉에서는 에머슨GC를 아래에 두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배티재로 내려가게 된다.
▼ 내려다본 수레골



에머슨GC 필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바로 옆으로 내려다 보인다. 몇년전에 친구들이랑 이곳에 라운딩을 온 적이 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에머슨GC로 이어지는 도로 위에 납골당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이 지도상의 납골당 위치인 모양이다...
▼ 에머슨GC 안부 (납골당 위치)


등로는 배티재로 이어지는 도로와 나란히 진행하다가 배티재를 앞두고 좌측으로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할 만큼 크게 떨어진다. 일행중 한분은 '닥치고 직진' 하는 바람에 절개지를 타고 내려왔다는...ㅎㅎ



배티재라는 이름은 전국 곳곳에 많은데, 대부분 배(梨)와 관련이 많다. 이곳 배티재는 진천과 안성의 경계이며, 신유박해(1801년)부터 병인박해(1866년)까지 이어지는 천주교 박해시대 때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골짜기로서, 1830년을 전후로 교우촌(비밀신앙공동체)이 형성되기 시작한 곳으로 주변에는 27여 기에 이르는 순교자들이 무덤이 산재해 있다...
▼ 배티재(이티재)

금북정맥 1구간은 배티재을 날머리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엽돈재까지 대략 8~9km를 더 가야 한다. 배티고개에서는 서운산을 향해 다시 급상승한다...

갑자기 날씨가 다시 돌변한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비바람이 거세지더니 천둥과 번개가 가세하고 돌풍이 산속을 헤집는다. 오후부터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비소식이 있다고 하더니 한치도 틀림이 없다. 습도가 높지 않아서 '눈뜬 장님' 처럼 안개속을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서운산 정상... 재작년 300명산을 한다고 온 다음 두번째 방문(?)이다. 서운산은 아담하고 유순한 산세를 지녔으며 진달래와 철쭉이 예쁜 곳이다. 산 아래에는 청룡사, 석남사 같은 고찰을 품고 있다...
▼ 서운산



▼ 서운산에서 바라본 안성 방향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은 여전하다. "비를 맞는 것은 괜찮은데 번개에 맞을까봐 두려워 스틱을 접었다"라는 농담처럼 사방에서 번쩍이는 번개가 무섭게 느껴진다. 평소에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데...ㅎ

이제 엽돈재로 하산만 하면된다? 하지만 약 6km의 하산길은 그렇게 녹녹치가 않다. 초반의 컨디션 난조(?)를 무릅쓰고 내달린(?) 후유증이 서서히 가중되고 있다. 날씨마저 요상하니 몸이 식어 무겁게 느껴진다. 아무려면 어떠랴... 거의 다 왔는데... 비오는 만추의 풍경... 괜찮은 그림이다...






비에 등산화가 젖어 양말까지 축축해진다. 누구는 등산화가 젖을만 하면 비가 그쳤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더라고 하던데... 내 등산화는 수명이 다 되었나 보다. 하기사 명산에 대간에 정맥까지... 이참에 등산화를 바꿔야 할 것 같다...
▼ 암산(청룡봉)

산아래로 34번 국도가 내려다 보인다. 엽돈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한데 오히려 희망고문이 된다. 빤히 내려다 보이는 국도를 바라보며 엽돈재까지는 또 한참을(?) 가야한다...


엽돈재는 고개가 높고 험해서 옛날에는 도둑이 많았으며, 엽전을 가지고 이 고개를 넘는 사람은 모두 도둑에게 털렸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는데 엽둔재, 율둔티, 엽전티 등으로도 불린다. 또 임진왜란 당시 안성에 사는 홍계남(洪季男)이 의병 수천 명을 모아 왜군과 접전하여 승전한 곳이기도 하다. '엽돈재' 인근에는 홍계남이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성터가 남아 있으며, 현재는 34번 국도가 지나고 있다...
▼ 엽돈재

엽돈재에는 몸을 씻을 만한 곳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마른수건으로 몸과 머리를 닦은 다음 젖은 옷을 갈아입었지만 추운 날씨는 온 몸을 떨게한다. 뒷풀이는 인근에 있는 두부요리 전문점에서...

무사히 금북정맥에 데뷔를 한 셈이다. 한달에 한번이므로 약 1년동안 개근을 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