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이 시기에 칸트는 뉴턴 물리학의 과학적 내용과 철학적 함축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했다.
칸트는 뉴턴의 사유방법과 당시 볼프와 알렉산더 코틀리프 바움가르텐에 의해 체계화되고 대중화되어 독일대학에 널리 퍼져 있던 코틀리프 빌헬름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보았다.
뉴턴을 지지하고 라이프니츠를 비판했지만, 1750년대에는 라이프니츠 형이상학의 전제들에 관해 노골적으로 도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760년대에 들어서는 라이프니츠주의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점점 높여갔다. 어떤 제자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칸트는 라이프니츠·볼프·바움가르텐을 공격하면서, 자신을 뉴턴의 추종자로 선언했고, 장 자크 루소의 도덕철학에 큰 찬사를 표했다고 한다.
라이프니츠 철학에 대한 칸트의 비판은 크게 두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우선 철학은 수학을 모델로 하여 자명한 전제들에 근거해서 증명된 진리의 체계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라이프니츠주의 철학의 방법적 주장을 공격했다.
그리고 라이프니츠주의자의 핵심적인 이론들을 비판했다.
모순과 인과에 대한 논리주의적 입장, 존재론적 신의 증명, 공간개념 등이 주요한 비판의 쟁점이었다. 마침내 1770년 칸트는 15년간의 무급 대학강사 생활을 마감하고 쾨니히스베르크대학교에서 논리학·형이상학 교수로 임명되었다.
이때부터 죽기 몇 년 전까지 그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놀랄 만큼 독창적인 저작들을 연달아 발표한다.
이미 비판철학의 중요한 요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던 1770년의 교수취임논문 이후 11년 동안 아무 글도 발표하지 않고 연구에 전념한 끝에 1781년 <순수이성비판 Kritik der reinen Vernunft>이 나오는데, 이때부터 비판철학 시기가 시작된다.
비판철학 (批判哲學 kritische Philosophie)
보통 칸트의 이성비판의 철학, 경우에 따라 칸트철학의 기본적 발상을 이어받아 발전시키고자 하는 신칸트학파를 비롯한 일련의 철학을 가리킨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의 철학은 경험으로부터 독립하여 있는 아프리오리(선천적)한 인식에 관해, 인간이성이 어떠한 기능과 한계를 가지는가를 확정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칸트는 이 과제를, 한편으로는 유클리드기하학과 뉴턴물리학으로 대표되는 고전적인 수학과 자연과학을 인간이성에 의한 아프리오리한 인식이 실제로 존재하는 구체적 실례로 간주하고, 또 한편으로는 서유럽의 전통적인 형이상학의 기초적인 정리와 동시에 수학·자연과학의 인식의 보편타당성의 근거를 밝힘으로써 그 한계를 나타낸다는 <초월론적> 수법으로 해명하려 했다. 그 결과 인식대상인 자연은 인간의 초월론적 주관에 의해 구성된 표상의 총체로서의 <현상>에까지 환원된다. 그것을 초월한 <사물자체>에 대해서는, 인간이성은 그 인식에 궁극의 통일을 가져다 줄 통제적 원리로서, 그것을 간주하는 이상에 적극적 인식으로서의 규정은 가질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리하여 유일한 필연적 구조를 갖춘 공간으로서의 유클리드공간, 또 뉴턴이 생각하는 유일한 정지좌표계의 절대공간·절대시간과 주관측의 <나는 생각한다>의 <초월론적 통각>의 통일이 서로 상관적으로 보완단계를 가지는 구조가 상정(想定)됨을 부정할 수 없다.
비판철학은 고전수학이나 고전물리학을 초월해서는 유효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든가 변증법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사실 신칸트학파의 새로운 비판철학의 활성화 시도와, 나아가서 후설의 초월론적 철학의 재생 시도, 스트로손의 일상언어분석의 입장에서의 칸트의 재해석 등 많은 형태가 나타났다.
순수이성 (純粹理性 reine Vernunft)
칸트의 비판철학의 중심개념.
경험으로부터 독립하여 어떤 것을 선천적으로 인식하는 인간정신능력의 하나이다. 칸트의 분류는 다음과 같다.
① 가장 넓은 의미로는 순수한, 즉 경험에서 독립한 선천적(先天的) 이성 일반을 뜻하며, 선천적인 인식능력인 이론이성과 의지능력으로서의 실천이성을 포함한다.
②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선천적 인식능력 전체를 뜻하기도 한다. 즉 실천이성과 후천적 감각(경험)을 제외한 이론이성 전체이다. 따라서 순수직관·오성(悟性)·판단력, 그리고 좁은 뜻으로의 이성을 포함한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바로 이러한 의미의 이성의 비판서이다. ③ 좁은 뜻으로의 이성은 오성·판단력 그리고 가장 좁은 뜻의 이성을 포함하는 인식 능력을 가리키기도 한다. 수동적 능력인 감성(感性)에 대한 능동적인 사유능력을 의미하며, 넓은 의미의 오성과 같다.
④ 가장 좁은 의미의 이성은 추론능력으로서 개념의 능력인 오성에 대립한다. 이 이성은 선천적 원리에 기초를 둔 인식능력, 즉 <원리의 능력>이라 하여 <규칙의 능력>인 오성과 구별된다. 다시 말하면, 모든 오성작용을 원리적으로 통일, 통제하고 체계화하는 능력이다. 오성이 개념의 능력인 데 반하여 이성은 이념(理念)의 능력이며, 인식에 있어서 오성은 구성적(構成的)인 데 반해 이성은 오성에게 가능한 방향을 주는 점에서 단순히 통제적인 것이다.
실천이성의 우위 (實踐理性-優位 primacy of the practical reason)
칸트가 인간성의 적극적 역할을 인정할 때 쓰는 용어.
그는 <순수이성비판> 즉 인식이론에서 인간 이성의 한계를 비판하고 현상을 초월한 이데아(idea)의 세계를 비판하려고 하면, 순수이성은 다만 이율배반에 빠질 뿐이어서 긍정도 부정도 못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자유, 영혼 불멸, 신의 존재, 이 3가지 이데아는 물자체(物自體)의 세계에 대응하는 초경험적 이데아로서 개연적으로 허락될 뿐이고, 순수이성은 그 이데아를 가지고 소극적으로 모든 경험을 통제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모든 이데아도 실천의 영역, 도덕의 대상이 될 때 적극적으로 이성에 의하여 요청된다. 따라서 형이상학적 이데아의 문제는 이론이성에서는 이율배반이지만, 실천이성에서는 그 존재를 요청적으로 확립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의미로 보아 실천이성이 이론이성에 우위성을 갖는다고 하였다.
물자체 (物自體 Ding an sich)
칸트의 용어. 칸트에 의하면, 우리 주변에 펼쳐진 세계는 종래 생각해온 것처럼 물(物)이 생긴 그대로 나타나 보이는 것이 아니고, 감성(感性)의 선천적 형식(공간·시간)을 통해 외부로부터 주어진 물이 오성(悟性)의 선천적 형식(범주)에 따라 종합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감각여건 조차 이미 공간·시간이라는 주관의 형식을 경유한 것이므로 우리는 외부적인 것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는 없다. 그것을 칸트는 물자체라고 하였다. 후에 <실천이성비판>에서는 물자체의 세계를 자유의 개념과 결부시켜 현상계에 대비하여 예지계(叡智界)라고 명명하였다. 물자체의 개념은 칸트철학의 요체인 동시에 비판이 집중된 개념이다.
목적없는 합목적성 (目的-合目的性 Zweck-mäβigkeitohne Zwecke )
<판단력비판>에서 미적 판단의 특징을 해명할 때 사용한 근본개념의 하나. 칸트는 미(美)에서 볼 수 있는 합목적성을 대상의 속성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여러 인식능력의 장난에 의해 생기는 쾌감에서 유래한다고 해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