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헌법재판소는 지역정당을 불허하는 정당법을 위헌 결정하라
지역정치의 계절이다. 향후 4년 은평의 비전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희망과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게 하는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한바탕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있는데, 초대 가수만 있을 뿐 관객이 없다. 가수는 열심히 노래를 부르지만, 관객이 되어야 할 유권자들은 그 옆을 무관심하게 지나칠 뿐이다. 유권자들이 크게 마음을 두지 않는 건 지난 30년간 반복된 경험에서 알게 된 사실 때문이다. 이 축제가 일회성 행사라는 걸.
가수는 이름을 알리지만, 곧 무명이 된다. 노래의 어느 부분에서 흥을 내야 하는지 안다면 그 순간에 맞춰 떼창을 불러보고 리듬이라도 타볼 텐데, 이 노래는 어차피 유행가가 되지 못한다. 잠깐 틀고 말 노래다. 이 축제는 조용필 같은 거물 중앙정치인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반짝 한 철 장사로 4년을 먹고살기 충분하다. 공천이 곧 당선인 선거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정치가 이렇게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지 않은가. 1년 내내 공사 중인 불광천,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조잡한 조형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새와 물고기의 생존에 대한 논의 없이 더 많은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으로 퉁치고 넘어갈 순 없지 않은가. 서민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동네에 대한 논의 없이 지역의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재개발을 더 쉽게 하도록 해주겠다고 말하는 정치인은 과연 누구를 대표하는가. 뒤늦게 응암동 녹번동에 중학교를 신설하겠다고 하지만 갈현동 재개발 단지 안에 마땅히 지어야 할 학교가 취소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역정치는 왜 존재하지 않는가. 은평구청장과 구의회 의원들은 지난 4년 무엇을 했는가. 지난 4년과 향후 4년의 용접인 지방선거다. 하지만 지난 4년을 모른 채 치러지고, 향후 4년도 그렇게 모르게 될 것이다. 지역에는 정치가 없고, 정치에는 지역이 없다. 은평에 사는 우리에게 은평의 선거가 더 낯설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역정치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작은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다. 절대권력을 갖기 위한 두 개의 폭력. 지방자치제도를 폐지하고, 관료와 행정만으로 지역을 통치했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정당법을 만들어 정치의 자유, 정당설립의 자유를 통제했다. 목포 고유의 정치를 하는데, 왜 서울에 중앙당을 둬야 할까?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의 정당은 왜 5개 광역시도당을 창당해야 할까? 지역 농민의 정당, 지역 노동자의 정당, 지역 소상공인의 정당 설립이 막혀있기에 그들의 삶과 밀접한 지역 고유의 의제는 정치적 힘을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했지만, 반쪽짜리였다. 정당법은 1962년에 머물러 있다. 지방선거는 부활했지만, 지역정치는 아직도 죽어있다. 지역정당을 금지하면서 지방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 활성화를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은평민들레당은 주민의 직접정치와 풀뿌리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지난 1월 창당했다. 그에 앞서 영등포와 과천에서도 ‘직접행동 영등포당’과 ‘과천시민정치당’이 창당했다. 세 정당 모두 선관위로부터 정당설립 신고가 반려되었다. 일찍부터 이번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해 왔던 영등포당 이용희 대표는 영등포구의원 후보로 신고했지만, 선관위 등록정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되었다. 급기야 지난 5월 9일 영등포구선관위는 당 명함을 돌리는 이용희 대표의 일상적인 정당 활동마저도 정당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고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당법상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상황인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치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은평민들레당 이름을 걸고 하는 우리의 정치활동도 언제든지 경찰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표현의 자유 상 합법인 이 논평도 은평민들레당을 명시하면 정치의 자유 상 불법이 된다. 표현이 정치적 권리를 가질 수 없다.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 1항 조문이다. 은평민들레당은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창당한 정당이다. 정당법 상 은평민들레당이 위법이라면, 이 정당법이 위헌이다. 헌법의 수호자인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 정치활동의 자유가 침해받는 현 상황을 방치하지 말라. 은평민들레당은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심리와 현행 정당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촉구한다.
2022년 5월 26일
은평민들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