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합동 추모예배를 하자
기독교신앙은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되는 것이 아님을 가르쳐준다. 베뢰아 계통의 이단이나 여기에 대하여 신학적 성찰이 부족한 일부 목회자들도 선조를 기리는 것을 미신행위와 동일시 하거나 반대로 단죄하고 있다. 귀신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귀신은 그냥 악한 영적 존재일뿐 사람이 죽은 후에 귀신이 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베뢰아 계통의 이단은 사람에게 들어온 귀신이 자신은 ‘죽은 아무개’라고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죽은 사람이 귀신이라 하지만 그건 귀신의 말을 진실인 양 받아들인 잘못 때문에 생긴 오해이다. 귀신이 죽은 누군가의 탈을 쓰고 사람에게 접근하여 자기들을 죽은 사람의 혼령이라고 속이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죽은 사람을 귀신으로 여기는 조상숭배는 분명히 미신이다. 제사에 죽은 사람의 혼령이 찾아온다는 것도 미신이다. 성경은 사람은 죽으면 그 영이 낙원이나 음부 혹은 지옥에 간다고 가르쳐준다. 그리고 최후의 심판 날에 모두 심판을 받아 영생과 영벌에 처해진다고 가르쳐준다. 제삿날에 죽은 조상의 혼령이 찾아올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성경적 신앙은 죽은 자를 위한 기도도 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한다. 따라서 선조를 추모하는 예배는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리는 예배다. 선조가 불신자였다 하더라도, 존경받을만한 어떤 업적을 남긴 것도 없다 하더라도, 부모로서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수고를 다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릴 가치가 있고 공경 받을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제사를 행하는 것은 우상숭배가 되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추모예배를 드리는 것조차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조를 기리는 것과 선조를 귀신으로 믿는 미신과는 엄연히 다르다. 도리어 선조를 기리는 것은 웃어른을 공경하고 살아계신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을 일깨운다는 측면에서 권장할 일이라 생각한다. 교회가 바른 신앙 바탕 위에서 선조를 공경하는 정신을 권장한다면 조상숭배라는 미신 때문에 기독교신앙을 가지기 주저하는 이들을 진리로 이끌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명절을 쇠는 방법이 다양해져서 명절날 아침에 가족들이 모여 추모예배를 할 수 없는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명절을 혼자 지내는 분들이 의외로 많이 계신다. 같은 이유로 명절날 아침에 혼자서 쓸쓸하게 식사를 해야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며느리, 사위들 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이든 노인들 중에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젊은이들 중에도 사정상 귀향하지 못하는 이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몇 해 동안 설과 추석 명절에 교회에서 합동으로 추모예배 사역을 하였다. 명절날 아침을 혼자서 지내는 모든 분들을 교회에 오게 하여 합동으로 추모예배를 하고 함께 떡국이나 송편 등 명절음식을 먹는 사역이다. 명절 2주 전부터 광고를 하고 추모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름을 제출하게 하였다. 명절날 아침에 목사가 집례하여 예배를 하니 성도들이 미신적 사고를 하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또 명절날 더 외로울 수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함께 애찬을 나누며 혼밥의 설움을 씻어주는 일도 되었다.
금년 설날에는 교회에서 합동 추모예배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더 나아가 시골과 같이 소규모 마을에 있는 교회라면 현수막 등으로 취지를 널리 알려 불신자들 가운데서도 원하는 이들을 오게 하여 전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