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1934년1월 1일에 평안남도순천(順川)에서 조선총독부 고급 관리인 아버지 전봉덕(田鳳德) 슬하의 1남 7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전봉덕은 일제 강점기 고등문관시험 사법·행정 양과에 합격한 후 총독부 관리가 된 인물이고 광복 이후에도 법조계에 몸담았기에 전혜린 또한 대한민국 사회 최상층부의 삶을 살았다. 전봉덕은 전혜린의 영특함을 일찍 알아보고 서너 살 때부터 한글과 일본어를 직접 가르쳤다. 전봉덕은 대를 이어 판사나 고위 관리가 되기를 바랐지만 전혜린의 꿈은 법조인이 아니라 문인이 되는 것이었다.[2][3]
한국 전쟁 중이었던 1952년에 전시 체제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서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하였다. 독어독문학과 강의를 도강하면서 독일 문학에 심취하다가 1955년 3학년 재학 중 전공을 독어독문학으로 바꾸었고 독일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에서 유학하였다. 전봉덕은 전혜린의 유학길을 막지는 않았지만 돈을 여유 있게 보내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독일에서 전혜린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해야 했다.[2][4]
1959년 4월에 귀국하자 서울대학교·성균관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강의 의뢰가 왔고 청탁도 쇄도해 수많은 에세이를 발표했다. 독일에 있을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독일 문학 작품을 쉴 새 없이 번역했다. 독일에서 학사를 받고 왔을 뿐인데 갓 서른한 살이 된 해인 1964년에 성균관대학교 조교수가 되었다.[5][2]
번역한 책으로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하인리히 뵐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등 10여 편으로, 이 작품들을 통해 당대 청년들에게 영향을 끼친 바가 크다.[6]
1965년1월 10일서울특별시중구남학동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사후(死後) 출간 된 수필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년)와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1968년)가 있다. 1994년에 발간된 《목마른 계절》은 두 수필의 내용을 발췌해서 한 권으로 만든 것이다. 이 수필들에서 가장 높이 사줄 부분은 치열한 삶에 대한 열정으로, 범상한 일상에 만족하지 말고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시종일관 주장했고, '이상을 향한 동경'을 버릴 때 인간은 현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족하는 돼지가 되고 만다고 했다.[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