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할머니의 서러움

[Martin]

                        102세 할머니의 서러움                                                                                                                                                                                                                                                                                                                                                                                                                                                         김 선 주

102세 할머니가 도라 가셨다. 언듯 들을 때 사실만큼 사셨으니 잘 돌아가시고 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에 있던 친구가 딸에게 "오래 사셨네요" 하니까 "그런 말씀 마세요." "우리는 너무 섭섭해요" 하면서 눈물이 글썽하다. 100세가 아니라 120세에 도라 가셨어도 부모님이 도라 가시면 섭섭할 것 이라는 생각이 나도 들었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 보다 10년 더 일찍 도라 가시고 아버지는 93세에 도라 가셨다. 아버지 까지 도라 가시고 나니 내가 나이가 많아도 고아가된 기분이었다. 가슴 한구석이 많이 허전하고 섭섭했다. 고향에도 갈 기분이 나지를 않았다.

102세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여러 손자 손녀들이 나와서 할머니를 그리며 추모사를 읽었다. 할머니가 손자 손녀들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길러 주시던 것을 회상하며 목이 메었다. 첫째 손자는 할머니가 양노원에 계실 때 매일 뵈러 왔다고 간호사가 칭찬을 하였다고 한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딸의 추모사에서 들었다. 할머니는 옛날에 좋은 가문 집으로 시집을 가셨다. 남편은 독자였다. 아들이 귀한 집안 이였기에 그 댁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아들을 많이 기대 하였다. 첫 아기에 손녀가 출생했다 . 시머머니의 실망이 매우 컷다. 두 번째 아기를 가졌을 때 아들이기를 많이 기대 했지만 또 딸 이였다. 시어머니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고 시집살이가 아주 심했다. 세 번째도 또 딸이 출생 했으니 할머니는 손이 귀한 가문에서 딸 셋을 연속해서 낳아서 그 댁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 당시 한국 사람들의 인식으로는 아들을 못 낳는 것은 여자에게 달렸다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여자들이 집 안에서 살림만 하였기 때문에 나와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가준 고생을 다하였다. 품팔이, 막일로 고생고생 하면서 겨우 겨우 연명을 해 나갔다.

쫓겨난 시댁에서는 아들을 낳기 위해서 즉시 작은 부인을 들였다. 작은 부인이 들어오니 손녀 셋은 더 눈치 밥을 먹게 되고 천덕구러기가 되었다. 시어머니는 손자가 아닌 손녀들을 잘 보살피지 않았다. 아버지와 새로 들어온 부인도 아이들을 푸대접 하고 자기들 끼리 따로 나가 살기도 하고 세 딸에게는 관심도 없었다. 이것을 보다 못한 친 어머니는 세 딸이 너무나 가엾어서 자기가 데리고 와서 같이 고생을 하였다. 어머니와 딸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안 해본 것이 없고 고생을 많이 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얻기 위해서 첩을 들여 살다가 아들을 못낳고 딸만 낳으면 또 다른 여자를 얻고 몇번 첩을 가라 치웠고 결국 아들 하나를 낳아서 그 아들을 키우게 되었다. 아버지는 일도 안 하고 아들 낳는데만 정신이 팔려서 바람만 피우고, 본가가 넉넉하던 가세가 많이 기울어져서 생활이 어렵게 되었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세 딸들은 조금씩 기반이 잡히고 자기 본가 보다 생활이 나아지기 시작 했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아버지는 푸대접하든 본부인과 딸들이 사는 집으로 기어 들어갔다. 염치도 없고 뻔뻔하기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딸들에게 와서 눌러 붙어 살면서 도와 달라고 하였다. 둘째와 셋째 딸은 괘씸해서 도와줄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큰딸은 기쁘지는 않았지마는 그래도 아버지라고 식비도 대어주고 아버지와 첩이 사는 전세집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외아들로 무능하게 자란 아버지는 자기가 일해서 생활비를 벌 생각은 하지도 않고 딸들에게 자주 와서 이것 도와달라 저것 도와 달라 요청이 많았다. 세월은 흘러서 딸들도 다 결혼을 하고 그런대로 안정이 되어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첩에게서 난 아들을 공부를 시킬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둘째 딸에게 와서 첩의 아들을 맡아서 공부를 시키라고 하였다. 둘째 딸은 자신도 아이들이 자라서 학비가 많이 들고 있는데 기가 막혔다. 자기는 절대 못 한다고 냉정하게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 하였다. 구박만 하던 딸들에게 또 버린 처에게 어떻게 그렇게 염치없는 짓을 할 수 있는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옛날의 여인상을, 여자의 비참한 일생을 이 할머니에게서 대표적으로 볼수가 있다. 많은 어머니들이 이러한 일들을 많이 당했을 것이다. 아직도 완고한 집안이나 시골에서는 이 풍속이 그대로 남아 있을지 모르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들 못 낳는 것이 여자에게만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남녀에게 다 관계가 있다는 것을 한국도 많이 알게 되었으리라고 생각이 된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나왔으니 유난히 아들 낳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왔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가정에도 아들이 장성해서 얼마나 아버지를 도왔는지는 모르겠다. 아들을 위하기만 하느냐고 자기 같이 무능한 아들을 만들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구박만 하던 딸들이 더 아버지를 많이 도왔다. 딸들이 고생을 많이 해서 생활력이 강했다.

요지음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이고 돈 잘 버는 아들은 처가 집 아들이고 병약하고 못난 아들은 내 아들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세월이 많이 바뀌었다 딸들이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아들보다 더 낫다는 것이 인식 되어서 딸들과 많이 생활을 하고 있다. 아들은 처가 집 아들이 안될 수가 없는 것 같다. 한국의 어머니들이 옛날 같이 구박만 받지 않고 존경을 받으며 나쁜 풍속이 많이 달라졌기를 바란다.

[성민희]

100세가 넘은 세월을 살아온 여자의 일생은 그야말로 한의 세월이 많습디다.
염치 없고 뻔뻔한 남편이라도 거두지 않으면 안되는 그 심정.
정말 많이 힘들었겠어요.

[이현인]

옛날 여자의 가여운 일생을 이 할머니에게서 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이 변하여 남녀가 평등한 세상에서 사는 차세대들은 행복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