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이의 37주차 정기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원래 계획은 진료를 보고 청룡동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성희가 만든 무이 인형을 빨래하고 건조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원장님은 바로 당장 입원을 하자고 하셨다.
크기도 컷지만 무엇보다 양수의 양이 줄었고,
무이도 골반에 머리를 내리고 있어서 태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낳는 것이 성희와 무이를 위한 것임을 알았다. 성희는 급하게 입원을 하였고
나는 성희 짐을 가지러 처갓댁으로 갔다.
마침 장인어른,장모님은 대만 여행을 가신 상태였고
그덕에 성희 외할머니 케어는 우리 몫이었다.
형준이에게 연락하여 할머니 케어를 부탁했고
엄마,아빠, 아버님, 어머님께 연락을 드렸다.
11시 반 병원에 도착을 했고 코로나 검사를 했다.
15분이 지나도 성희한테 안 보내주길래
'혹시 이제와서 코로나를 걸렸나?'라는 생각이 들 즈음
성희가 입원한 가족 분만실로 들어갔다.
12시부터 무이가 태어난 17시 52분까지 성희의 손을 꼭 잡고
혹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엄마가 성호를 그으래서 그었고 성희의 배에도 그었다.
분만이 어떠한 과정으로 흘렀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눈물이 울컥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감사했고 고마웠다.
스무살 애기였던 성희가 나와 만났고
나와 결혼을 하였고
우리의 무이를 낳았다.
아직 현실감이 없다.
단지 열심히 잘 살아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이게 책임감이라면
너무 기쁘다.
부디 건강히 잘 자라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