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국이 꽤 어려움을 겪는 모양입니다.
한 때 대영제국이었다는 자부심 때문에 그랬는지,
현실을 도외시 한 브렉시트 결정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아 보입니다.
값싼 인력은 다시 유럽의 본국으로 빠져나갔고,
전쟁으로 치솟은 전기가스비와 미국발 금리인상은
서민과 자영업자에게 특히 무겁게 다가옵니다.
월세와 세금이 만만찮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명문 기숙형 사립학교에다
800년 역사의 양대 사학 옥스브리지 출신인
정치 지도자들이 사회를 이끄는 데도,
헛발질이나 다름없는 현실인식이라든지
절제의 미덕을 내팽개친 행태가 잇따릅니다.
물론 생각하고 발표하며 토론하는 능력은
발군일지 모릅니다.
국운이 기우는 마당에
아무리 몇 사람의 인재가 이리 뛰고 저리 뛴들
대세를 막긴 어렵겠지요.
더구나 그럴 땐 국운을 되돌릴 만 한 인재가
별로 나오지도 않습니다.
얼마 전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뱅크먼 프리드가 파산했습니다.
수십 조원이나 되는 재산을 잃었습니다.
스탠포드 교수 부모를 둔 '엄친아'로 촉망받던
실리콘밸리 사업가였는데,
불과 몇 달만에 수사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가정환경과 학벌에 후한 점수를 주며
투자를 아끼지 않은 회사들 역시
큰 실수를 한 셈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감사로 적발될 만큼
온갖 비리가 끊이지 않는데도,
자정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명문 사립대 의대생의 일탈소식이 종종 들려옵니다.
자존감이 낮고 관계맺음에 서투르며
자기자신을 모르는 우등생이 많다는
정신과 전문의의 고백도 들립니다.
제게 찾아온 학생들에게는
환경과 시설이 좋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은 데서
공부하라고 말해줄 겁니다.
이왕이면 이름난 학교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고
권유할 생각입니다.
저 역시 대학생활 중에 그게 맞다고 느꼈거든요.
뭐 하나라도 자극을 받거나 덕 볼 게 많긴 하니까요.
학생 시절에는 최대한 많은 혜택을 누려야 합니다.
하지만 꼭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말을 못하겠습니다.
재능 넘치는 데다 성실하며
심지어 이타적이기까지 한 인재들이
왜 없겠습니까마는,
오늘날의 명문학교라는 곳들은
과연 무엇을 가르치는지요.
마땅히 알고 익혀야 할 걸 배우긴 하지만,
졸업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변질되어서일까요.
기득권을 이어가는 모판 노릇을 하는 걸까요.
졸업장 장사를 하는 셈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