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장 좋았던 캐릭터와 가장 아쉬웠던 캐릭터는?
좋았던 캐릭터
①하도영
도영은 중간자이자, 학교폭력에서 당사자 바깥의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도영은 동은에게서 연진의 학폭 사실을 듣고 난 이후부터 혼란스러워 한다. 도영은 누굴 믿어야 할지 고민한다. 연진을 사랑하는 도영은 처음에 결혼 생활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연진의 악행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고, 연진의 인성에 실망하면서 가해자를 증오하는 쪽으로 선회한다. 이렇게 선악이 극명한 드라마에서 갈팡질팡하는 도영의 존재만으로도 극이 풍성해지는 효과를 보였다.
아쉬웠던 캐릭터
①주여정
‘칼춤 추는 망나니’에서 ‘백마 탄 왕자’로 변화했다. 주여정 캐릭터가 기존 김은숙 드라마와 차별화 되는 부분은 같은 아픔을 가진 약자였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는 살인마에게 죽었는데 그 살인마는 아버지가 살려준 인물이었다는 트라우마. 단순히 동은을 동정해서 도와주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파트2에선 해당 설정과는 조금 배치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빗길에서 재준이가 위협하는 상황에서 짠하고 나타나 구해주는 상황, 자신이 가진 재력을 이용해 장례식장 사버리면서 복수의 패스트트랙을 깔아주는 모습 등이 그것. 백마 탄 왕자는 주인공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여정의 달라진 캐릭터 때문에 동은의 수동성이 높아진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2.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 혹은 가장 아쉬웠던 연출은? (캐스팅, 음악, 미술, 촬영방식, 장면전환 등)
인상 깊었던 연출
① 도영이 연진의 옷방에서 씨에스타 쇼핑백 다발을 보는 장면이다. 연진이 그동안 재준과 동침을 숱하게 해왔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 그동안 대다수의 드라마에서 해당 내용(배우자의 바람을 확인하는 것)을 사진, 영상 혹은 인물의 말로 보여주는 사례가 많았다. 더글로리에선 그런 직접적인 장면 없이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묘사했다. 파란색 씨에스타 쇼핑백 샷과 하도영의 클로즈업 샷을 교차해 보여주는 장면. 그리고 그 쇼핑백이 담긴 옷장 벽에 둘러싸인 도영의 모습 한 장면에 담음. 이후 나오는 동은의 내레이션(너의 벽은 내내 반짝이고 견고하니 연진아)이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보여줌.
아쉬웠던 연출
① 15회 엔딩~16회 초반, 여정과 동은의 과거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이다. 해당 장면이 주는 의의는 컸다고 생각함. 동은이 여정에게 접근한 건 모두 계획적이었다.(동은 복수의 능동성을 높임) 하지만 이것을 알고도 주여정은 도왔다.(동은이 여정을 이해하는 확실한 계기로 작용) 하지만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감성적인 BGM과 함께 두 인물의 로맨스를 부각했다. 동은의 의도, 여정의 의도를 확실하게 구분을 해줄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했으면 어떨까 싶다.
3. 극본의 장점 혹은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캐릭터 관계 설정, 개연성, 핍진성, 흡인력 등)
장점
① 캐릭터의 극적 아이러니
악역 캐릭터를 설정할 때 아이러니를 추가해 풍자적 재미를 높였다. 연진이와 재준이는 대표적인 가해자다. 하지만 이들은 모성·부성에 흔들리는 인물. 담배를 피다가도 딸이 다가오자 후다닥 끄고, 자신이 저지른 학폭을 딸이 알까 무서워하는 모습 등, 악역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매우 일상적인 것에 흔들리는 모습이 풍자적인 웃음을 준다. 동시에 악역 캐릭터 중 신분 상승을 꾀하는 혜정 역시 풍자의 대상. 친구들에게 조롱을 당해도 인스타에 자랑하고, 왕반지에 감탄하는 모습 등이 그것.
단점
① 파트2에서 문동은이 일정 부분 수동적으로 변화
주인공은 현재 시점에서 행동하는 존재라고 한다. 파트1에선 문동은은 복수를 위해 지속적으로 움직인다. 연진이 딸의 담임 선생님으로 들어가는 것. 그리고 현남을 움직여 가해자들의 정보를 수집해오고 그에 맞게 복수 계획을 짠다. 하지만 파트2에선 문동은의 능동성이 일부 감소했다. 가해자들이 서로 균열하도록 내버려두면서 관전자로 역할을 스스로 축소시켰다. 그리고 장례식장이 복수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였지만 이 부분은 주여정의 도움이 컸다. 그렇게 되면서 극의 흡인력이 줄었다.
②일부 캐릭터 행동의 개연성 부족
-홍영애, 하도영 등이 가진 캐릭터성과 배치되는 행동을 했다. 홍영애는 그간 딸의 악행을 모두 막아주는 철두철미한 인물이었다. “없는 애 하나 처리 못해서..”라며 하층 계급에 있는 자들에게 자비 없는 모습을 보였고, “해결할 방법은 뒤에 없어, 늘 앞에 있어”라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 인물이 갑자기 현남 남편의 계략에 휘말리는 부분이 설득력이 없었다. 동은이의 계략에 넘어가 명찰을 넘겨주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도영이 말미에 전재준을 죽인 인물로 밝혀졌다. 연진의 내연남이긴 했지만 재준을 죽이기 위한 동기까지는 다소 부족했다. 보통 배우자의 불륜에 대한 감정은 분노+배신감이다. 내가 수십년을 사랑했던 배우자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감정이 추가된 것. 하지만 배우자의 내연남에게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려면 그만한 에피소드가 있었어야 할 것.
4. 드라마 외적 요소에 대한 평가 (장르 적합성, 시청률, 방송윤리, 혐오표현, 마케팅 등)
-장르적합성에 매우 잘 맞는 드라마라고 생각함. 이 드라마의 장르는 복수극이며 메인 플롯은 학교폭력으로 영혼이 부서진 동은이 가해자를 처단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 드라마가 가진 서브 플롯은 동은이 약자와 연대하며 내적 변화(복수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도 하고, 사랑을 하면서 미래를 꿈꾸는 것 등)를 만들어내는 부분이다. 물론 시청자의 입장에서 동은과 여정의 로맨스는 사족일 수 있다. 하지만 제작자의 입장에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권선징악 뿐 아니라 학교폭력으로 상처 입은 피해자에 대한 외부효과를 신경 써야하기 때문. 동은의 내적 변화, 그리고 완전한 치유를 위해 여정이라는 인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로맨스를 위해 서사를 쌓아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지점에서 더 글로리는 학폭 복수극으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드라마였다고 볼 수 있다.
5. 해당 드라마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와 개선안
-선명한 선악으로 인해 자칫하면 평면적일 수 있는 드라마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중간자적 입장을 가진 하도영을 극의 중심에 세웠다. 또 순수악·절대악인 가해자 캐릭터들에게 아이러니를 입혀 풍자적 재미를 높였다. 기존 복수극과 차별화되는 이 드라마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함.
-다만, 주인공인 문동은이 덜 능동적으로 변화해가는 점은 아쉽다. 파트1에서 문동은은 가해자들끼리 균열을 핵심 전략으로 세웠고 후반부 관전자로 변화했기 때문. 또 주여정의 도움으로 동은의 수동성이 높아진 점도 있다. 이를 위해 파트2 동은의 복수 과정에서 위기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테면 명오가 동은을 배신해 가해자들의 반격이 발생 > 동은이 이러한 위기를 뚫고 복수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동은의 능동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