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동시(同時)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推定)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예컨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비행기가 추락하여 두 사람 모두 사망하였고,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두 사람을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상속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가 생깁니다.
다만, 위 규정에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두 사람 각자의 사망시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즉, 아버지가 아들보다 먼저 사망했는지, 아니면 아들이 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는지 여부에 따라 상속문제에 있어서 상이한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따라서 각자의 사망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위 동시사망의 추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리딩케이스가 있는데, 1997. 8. 6. KAL 항공기가 괌에서 착륙 중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당시 상당한 재력가였던 A, 그의 처 B, 딸 C, 아들 D, 위 딸 C의 딸 E, 위 아들 D의 처 F와 딸 G가 위 추락사고로 모두 사망하였습니다. 위 사망한 사람들은 민법 제30조에 따라 모두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여기서 괌에 함께 가지 않았던 딸 C의 남편 甲과 A의 친동생 乙 사이에 누가 상속인인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습니다(대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1) 외국에서 사위의 대습상속권을 인정한 입법례를 찾기 어렵고, 피상속인의 사위가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보다 우선하여 단독으로 대습상속하는 것이 반드시 공평한 것인지 의문을 가져볼 수는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곧바로 피상속인의 사위가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보다 우선하여 단독으로 대습상속할 수 있음이 규정된 민법 제1003조 제2항이 입법형성의 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여 행복추구권이나 재산권보장 등에 관한 헌법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피대습자)의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대습자)는 피대습자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대습상속을 하고, 피대습자가 상속개시 후에 사망한 경우에는 피대습자를 거쳐 피상속인의 재산을 본위상속을 하므로 두 경우 모두 상속을 하는데, 만일 피대습자가 피상속인의 사망, 즉 상속개시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만 그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가 본위상속과 대습상속의 어느 쪽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동시사망 추정 이외의 경우에 비하여 현저히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는 앞서 본 대습상속제도 및 동시사망 추정규정의 입법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1001조의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목적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3) 위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은 "사위 甲이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보다 우선하여 단독으로 대습상속을 하게 된다."라고 판시함으로써 사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당시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HOT-ISSUE였습니다. 위 항공기에는 당시 유명했던 정치인(국회의원 신기하)의 부부도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이 안타까워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무튼 동시사망의 추정이 될 경우에도 대습상속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판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