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내안의 힘을 발견하는 철학수업)

[어치]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내안의 힘을 발견하는 철학수업)

*박찬국 지음(서울대 철학과 교수)/21세기북스

저자는 책을 읽기 전 주요 키워드를 소개한다.

책의 전반에 걸쳐서 나오는 사랑, 소회, 실존적 욕망, 소유양식, 존재양식.. 등을 이야이한다.

'사랑'

우리는 사랑을 상대방에 대한 소유옥이나 집착과 혼동하거나 상대방을 우상시하는 것 등과 혼동한다. 프롬은 상대방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보살핌, 상대방에 대한 '책임'과 '존경'을 참된 사랑의 요건으로 들었다. 

<어린이와 관련된 이야기들>

35쪽.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지배욕과 소유욕 그리고 나르시시즘, 즉 자기도취가 자녀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에 개입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어머니의 사랑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아이를 자신의 일부라고 느끼고 있는 한, 아이에 대해서 어머니가 느끼는 자랑과 사랑은 자기도취적인 만족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이는 어머니에게 전적으로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지배욕과 소유욕이 강한 여성일수록 그러한 욕망을 쉽게 충족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여성은 아이가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한 후에도 아이를 자신에게 묶어두려고 한다....참된 어머니는 아이가 자신에게서 분리되어 독자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아이에게 모든 것을 주면서도 아이의 행복 이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40쪽. 프롬의 부모는 인격적으로 성숙했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프롬은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끊임없는 근심 걱정과 어머니의 질식할 것 같은 소유욕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이런 부모밑에서 자라면서 자신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아이가 되었다고 말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프롬을 독자적인 인격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프롬은 참된 사랑이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를 타인데 대한 존중이라고 했는데 이는 자신의 경험이 작용한 것이다.

프로이트는 강박증이나 우울증과 같은 신경증의 근원을 유아시절에 경험했던 본능적인 욕구에 대한 억압에서 찾았다. 이에 반해 프롬은 어린 시절에 부모의 참된 사랑을 받지 못한 데서 찾았다.

53쪽. 프로이트에게 어린아이란 아버지나 어머니와 자려는 열망으로 부모를 어떻게 유혹할 것인가라는 생각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는 탐욕스러운 존재였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아이는 소유물로 여겨졌고, 이러한 사회에서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예민하고 똑똑한 아이가 자신을 바보라고 느끼게 만든다.

이에 프롬은 아이들은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해 성적인 열정이 아닌 강한 정서적 유대를 갖는다고 본다. 어머니는 보살핌과 애정을 주는 사람으로, 아버지는 가르침을 주는 사람으로 나타난다. 어머니와 깊은 정서적, 신체적 접촉을 갖지 못하면 아이의 정신발달은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어머니와의 접촉이 아이에게는 가장 원초적인 욕구다.

71쪽. 프롬은 선불교가 인간 자신을 인식하게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정신분석학 보다 더 위대하다고 보았다. 꾸준히 참선 수행을 하면서 성품이 많이 변화되었다. 종종 거만하고 깐깐했으며 심하게 우울해하기도 했던 프롬은 따뜻하고 친근미가있는 사람으로 변화되었다.. 가까운 사람들이 그 변화를 느낄 정도.

73쪽. 오늘날에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만 신에게 기도를 할 뿐이고, 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물질적 부를 쌓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데만 몰두한다. 이런 점에서 현대인은 세살 정도의 아이상태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세상 정도의 어린아이는 부모가 필요할 때는 부로를 찾으며 울지만,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면 자신의 놀이에 빠져있다. 

106쪽. <삶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기에 불안하다>

동물의 삶은 목전의 현실에 사로잡혀 있지만, 인간은 자신의 탄생과 죽음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과거와 미래에 열려있다. 인간에게 미래는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과거 역시 과거의 사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는 과거의 사건을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자신이 흙수저로 태어난 것을 저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더욱 강하고 원숙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축복이라고도 생각할수 있다. 또한 인간은 무한히 펼쳐져 있는 공간을 상상하면서, 무한한 공간의 침묵 앞에서 전율할 수 있다. 

114쪽. 프롬은 사랑이야말로 가장 성스러운 것이며, 이러한 사랑을 구현할 때만 인간은 자신의 삶을 의미있고 보람있는 것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본다. 프롬평전을 쓴 로런스 프리드먼은 프롬의 사상이 결국 예수와 붓다처럼 사랑을 설파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난다는 점에서 그를 '사랑의 예언자'라고 불렀다. 프롬은 인간 실존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사랑이다 라고 말했다. 

130쪽. 소유나 존재냐

현대는 단순히 생활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초래하는 무력감과 고독감 그리고 열등의식 때문에 자살을 한다.

예를 들어 보자면, 한국전쟁 직후의 우리나라처럼 사람들 대부분이 가난에 시달릴 때에는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이에 반해 요즘처럼 많은 사람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를 상황에서의 생활고는 단순한 생활고를 넘어서 열등의식과 무력감 그리고 고독감은 낳는다. 

140쪽. 프롬은 인간은 돈이나 명성 혹은 권력을 통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ㅣ아니라 인간 본성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전개할 경우에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롬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습관화되고 체화된 사람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갖는 만족감을 행복이라 보았다. 즉, 인간의 행복은 돈이나 명성 혹은 권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성취한 인격의 성숙에 달려있다는 것.

148쪽. 프롬 자신은 자유롭고 존재지향적인 인간이었는가?

사실 그는 오만하고 권위적이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그가 존재 지향적인 삶을 구현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부정못함. 특히 놀라운 건, 그는 유대인임에도 이스라엘 정부에 땅을 빼앗긴 아랍인들에게 땅을 되찾아주는 운동을 벌였고, 중동의ㅡ 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사실, 유대인 입장에서 이스라엘 건국에 반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치로 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핍박을 받은 민족으로서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사해동포주의를 발동시킴.

158쪽. 중세의 특징, 르네상스의 특징,

중세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중세는 신분사회였고 중세 초기의 인간은 자신의 신분에 얽매여 있었다. 사람들은 신분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고, 귀족은 자신들의 특권을 당연시 했고, 평민도 자신들이 겪는 차별을 당연하다고 여겼다. 자신이 겪는 고통과 고뇌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그 고통이나 고뇌를크게 느끼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고통이나 고뇌를 일상적인 일로 생각하면서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중세말기로 모면서 사회구조와 인간의 성격구조가 변하다. 귀족은 아니지만 상당한 재산을 가진 부르주아가 출현하게 되었고, 농도 대신에 노동자가 나타났다. 노동자는 거주이동이 가능해졌고, 취미, 유행, 예술, 철학, 신학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크게 강화되었다. 

*자연도 신의 섭리를 따르는 것으로 보지 않고, 과학이나 기술을 통해 탐구하고 정복해야 할 대상이나 그 아음다움을 향유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164쪽. 르네상스 시대에는 서민들이 안정감과 소속감을 상실하면서 자유로워졌지만 고독하고 불안해졌다.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은 쾌락에 탐닉했고, 수단을 가리지 않고 권력과 부와 명예를 추구했다. 

173쪽. 장로교

칼뱅에 따르면 개인은 그 어떠한 행위를 통해서도 구원을 받을 수 없지만, 열심히 노력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이야말로 그가 구원을 받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증거하는 것이며 그 노력의ㅡ 결과로 거두는 세속적인 성공도 구원의 징표라는 사상은, 칼뱅주의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교리로 자리잡음. 칼뱅주의는 장로교라는 형태로 우리나라 기독교계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장로교에서도 세속적인 성공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714쪽. 칼뱅의 신봉자들은 열광적인 활동과 성공을 향한 노력을 통해 중세사회가 붕괴하고 자본주의ㅡ가 대두하면서 자신들이 처하게 된 불안하고 무력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이러한 활동은 자발적인것 같지만 사실은 강박적이다. 불안과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활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과 활동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것이 아니라,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칼뱅주의자들의 성격구조를 형성하는 열정과 태도, 즉 쉬지 않고 일하려는 충동, 절약과 검소한 삶을 향한 열정, 초개인적인 목적을 위한 도구가 되려는 경향, 금욕주의 , 강박적인 의무감이야말로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들이 에너지를 노동과 사업에 쏟지 않았다면 자본주의는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183쪽. 프롬은 이기주의와 진정한 의미의 자기애를 구별한다. 이기주의는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이 신의 은총이나 부나 명예와 같은 외적인 것을 가능한 한 많이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오히려 자신에게 만족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인간은, 외적인 것을 탐욕스럽게 소유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내적인 풍요를 나누어주려고 한다. 따라서 자신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자신을 증오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만족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다.

205쪽. 비인간화.

강한 파괴성을 지닌 인물은 오히려 표면적으로는 부드럽고 예의바르며, 가정과 어린이와 동물을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히틀러 역시 평소에는 어린이와 동물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파괴적인 인간은 외관상으로는 선의와 따뜻함으로 가득찬 인간으로 내보이면서 그런 인간으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207쪽. 더럽고 썩어 있으며 악취가 나는 것이나 죽은 것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원래의 네크로 필라아는 오늘날에는 청결하고 번쩍거리며 많은 경우에 에로틱한 아름다움마저 갖추고 있는 정교한 인공물에 대한 사랑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프롬은 오늘날 생명의 세계는 '비생명'의 세계가 되고 사람들은 '비인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프롬은 20세기 후반을 지배하는 네크로필리아의 정신은 표면적으로는 미소와 친절을 보이면서도 오히려 모든 것을 사물화하고 상품화하는 보다 세련되고 섬세한 네크로필리아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