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왜 시를 공부하라고 그렇게 강조하였을까?
■ 시를 배워야 하는 이유
제9장
子曰: “小子! 何莫學夫詩?
夫, 音扶.
○ 小子, 弟子也.
詩, 可以興,
感發志意.
可以觀,
考見得失.
可以群,
和而不流.
可以怨.
怨而不怒.
邇之事父, 遠之事君.
人倫之道, 詩無不備, 二者擧重而言.
多識於鳥獸草木之名.”
其緖餘又足以資多識.
○ 學詩之法, 此章盡之. 讀是『經』者, 所宜盡心也.
해석
子曰: “小子! 何莫學夫詩?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소자들아! 어찌 시를 배우지 않는가?
夫, 音扶
○ 小子, 弟子也.
소자(小子)는 제자다.
詩, 可以興,
시는 의지를 일으켜 세울 수 있고
感發志意.
의지를 감발한다.
可以觀,
정치의 득실을 볼 수 있으며
考見得失.
득실을 상고해 본다.
可以群,
무리 지을 수 있고
和而不流.
화합하되 방탕한 데로 흐르지 않는다.
可以怨.
원망할 수 있으며
怨而不怒.
원망하되 화내진 않는다.
邇之事父, 遠之事君.
가까이는 어버이를 섬길 수 있고 멀리는 임금을 섬길 수 있으며,
人倫之道, 詩無不備,
인륜의 도는 시에 갖춰지지 않음이 없으니
二者擧重而言.
두 가지 중요한 것을 들어 말한 것이다.
多識於鳥獸草木之名.”
날짐승, 들짐승, 풀과 나무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된다.”
其緖餘又足以資多識.
실마리의 나머지는 또한 많은 지식을 밑천으로 삼을 수 있다.
○ 學詩之法, 此章盡之.
시를 배우는 법을 이 장에서 다했다.
讀是『經』者, 所宜盡心也.
『시경』을 읽는 사람은 마땅히 마음을 다해야 한다.
○ ‘논어’ ‘양화(陽貨)’ 제9장에서 공자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어째서 시(詩)를 공부하지 않느냐’고 꾸짖고는 위와 같이 말했다.
가이흥(可以興) 이하 네 구는 동일한 어법이다.
흥(興)은 흥기(興起)시킴이다. 관(觀)은 풍속의 성쇠를 보아 사태의 득실(得失)을 고견(考見)함을 뜻한다. 군(群)은 많은 사람과 조화(調和)하되 방탕한 데로 흐르지 않음이다.
정약용은 빈객과 붕우를 선(善)으로 인도한다는 뜻으로 보았다.
원(怨)은 정치를 풍자(諷刺)하여, 원망하되 성내지 않음이다.
정약용은 원망의 의미를 알고 원망하는 법을 알게 된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이(邇)는 근(近)과 같다. 여기서는 부사다. 이지사부 원지사군(邇之事父, 遠之事君)은 인간의 도리를 통틀어 거론한 호문(互文)이다.
사부(事父)는 가까운 일, 사군(事君)은 먼 일로 구별할 필요가 없다.
조수초목지명(鳥獸草木之名)은 만상(萬象)의 이름이다.
‘시경’에는 풀이 50종류, 나무가 52종류, 새가 36종류, 짐승이 24종류, 물고기가 14종류, 벌레가 18종 나온다고 한다.
‘계씨(季氏)’에서 공자는 아들 백어(伯魚)가 시를 배우지 않은 것을 알고 ‘시경’의 시를 배우지 않으면 남을 응대(應待)할 때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꾸짖었다.
한자문화권의 지식인은 어려서부터 ‘시경’을 깊이 공부했다.
전한의 광형(匡衡)은 어릴 때부터 ‘시경’을 잘 풀이했으므로 유학자들이 ‘시경을 풀이하지 말라. 광형이 온다’고 할 정도였다.
‘시경’의 시만 아니라 시 일반의 교육은 정서 발달과 사고 훈련에 매우 중요하다. 그렇거늘 우리는 시 공부를 너무 등한시하는 것 같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제 10장
子謂伯魚曰: “女爲「周南」「召南」矣乎?
女, 音汝.
○ 爲, 猶學也. 「周南」「召南」, 『詩』首篇名. 所言皆修身齊家之事.
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牆面而立也與?”
與, 平聲.
○ 正牆面而立, 言卽其至近之地, 而一物無所見, 一步不可行.
해석
子謂伯魚曰: “女爲「周南」「召南」矣乎?
공자께서 아들 백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주남」과 「소남」을 배웠느냐.
女, 音汝.
○ 爲, 猶學也.
위(爲)는 배운다는 뜻이다.
「周南」「召南」, 『詩』首篇名.
「주남」과 「소남」은 『시경』의 머리편명이다.
所言皆修身齊家之事.
다 수신과 제가의 일을 말하고 있다.
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牆面而立也與?”
사람이 「주남」과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담장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 같으니라.”
與, 平聲.
○ 正牆面而立, 言卽其至近之地,
담장을 마주하고 서 있다는 것은, 지극히 가까운 곳에 가더라도
而一物無所見, 一步不可行.
한 물건도 보질 못하고, 한 걸음도 걷질 못하는 것을 말한다.
○‘논어’ ‘양화(陽貨)’ 제10장에서 공자는 아들 백어(伯魚)에게 ‘시경’을 공부할 것을 강조하여 위와 같이 꾸짖었다.
앞서 제9장에서 제자에게 “너희는 어째서 시(詩)를 공부하지 않느냐?”고 꾸짖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미 ‘계씨(季氏)’에서 공자는 백어(伯魚)가 시를 배우지 않은 것을 알고 ‘시경’을 배우지 않으면 남을 응대(應待)할 때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꾸짖은 바 있다.
여기서는 주남과 소남을 공부하지 않으면 담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담장을 마주하고 서 있다는 것은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도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거기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여(女)는 ‘너’라는 이인칭이다.
위(爲)는 학(學)과 같다.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은 ‘시경’의 맨 앞에 놓인 두 편(篇)인데, 모두 25수다.
이 시들에 대해서는 대개 도덕주의적으로 해석을 하여, 자기 몸을 닦고 집안을 다스리는 일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고 본다.
이 시들은 대개 남녀와 부부의 일을 소재로 삼아 남녀의 정을 솔직하게 노래했다고 볼 수도 있다. 아마도 공자는 세상에 올바른 도리를 행하여 남녀가 스스로의 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었음을 높이 평가한 듯하다.
한편, 공자가 주남과 소남을 언급한 것은 ‘시경’ 전체를 대표하여 언급한 것이라 볼 수도 있고 주남과 소남을 연주하는 음악을 공부하라고 말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약용의 설은 이러했으나, 따르지 않는다.
공자는 주남과 소남을 공부하여 인간의 순수함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여기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고 보았던 듯하다.
감정을 결핍한 차가운 이성의 소유자는 그저 목석(木石)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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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기사
유럽의 플라톤은 철학자가 나라를 통치하는 철인정치를 공상하였고
동아시아의 지배자는 문학인이 나라를 다스리는 문인정치를 신체 실현했다.
공동문어인 한문을 구사하는 능력으로 인재를 뽑아 권력을 부여했다.
법에 따라 움직이는 실무 활동 상위에 가치관을 정립하고 정신을 개발해 사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문학이 있어야 한다고 여겨
과거를 문학고시로 만들었다.
과거제에서 시를 강조한 까닭을 조동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시는 글쓰기의 최고 형태이고, 사고력, 판단력, 품성, 감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최상의 시험방식이라고 여겼습니다.
종합적 능력을 갖추고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최고의 인재라고 하는 것이 근대와는 다른 중세의 척도였습니다.
법률과 같은 실무지식은 하위의 것으로 여겨 중인에게 맡겼습니다.
과거를 볼 때
경전 이해,
책(策)이라는 이름의 정책문답 성격의
산문 글쓰기도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시(科詩), 과부(科賦)라고 하는 시 형태를 더욱 중요시한 것이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대에는
중인이 하던 공부를 해야 출세를 할 수 있게 되어 지성의 타락을 겪었습니다.
시를 외면하는 기술자, 법조인, 행정가, 정치인이 이끌어나가는 오늘날의 사회는 가치관의 위기, 인간성의 황폐화를 막을 수 없습니다.”
<논어>에 시를 강조한 공자의 말씀은 분명 인재 선발의 기준을 시 쓰는 능력으로 한 동아시아 중세인에게 중요한 지침이 되었을 것이다.
子曰(자왈):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小子(소자)!: 제자들아,
何莫學夫詩(하막학부시)아?: 어찌하여 시를 공부하지 않는가?
詩(시)는,: 시를 공부하면
可以興(가이흥)하고,: 시는 감동 분발하여 신명나게 하고
可以觀(가이관)하고,: 시는 세태 풍속의 잘잘못을 보게 하고
可以群(가이군)하고,: 시는 사람들을 어울리게 하고
可以怨(가이원)하고。: 시는 풍자 정신으로 마음 속 원망을 부드럽게 풀어내고
邇之事父(이지사부)하고,: 가까이는 부모를 섬기는 도리를 배우고
遠之事君(원지사군)하고。: 멀리는 임금을 보좌하는 능력을 기르고
多識於鳥獸草木之名(다식어조수초목지명)이니라。 : 새 짐승 풀 나무 들 자연에 대한 소양을 폭넓게 길러준다.
感發志意(감발지의)하고 : 흥(興)은 감동분발하여 내심의 소리(志)와 사회적 주장(意)을 흥기시키고(주자집주)
■ 흥기 : 부흥하여 일어나게 함
考見得失(고견득실)하고 : 관(觀=考見)은 정치의 잘잘못을 살필 수 있고
和而不流(화이불류)하고 : 군(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패거리로 싸우지 않고
怨而不怒(원이불노)하니 : 원(怨)은 싫은 소리로 풍자를 하되 분노하며 다투지 않는 것이니
人倫之道(인륜지도)가 : 사람이 모여 살며 행하는 도리를
詩無不備(시무불비)라 : 시에는 갖추지 않은 것이 없다.
二者擧重而言(이자거중이언)이라 : 부모 섬기고 임금 보좌하는 것 두 가지만 말한 것은 중요한 것만 대표로 내세운 것이다.
其緖餘又足以資多識(기서여우족이자다식)이라 : 인륜을 둘러싼 시적 표현 말고도 자연과 관련된 시에서도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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