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문학 24 연간집 원고(황연강) 시 5편
1. 백양사 가는 길
황연강
몇 년 전 올라갔던 법당
갈 수 없어 주저앉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온 햇빛
솔잎에 와닿으며 오만가지 색깔로 반짝거리고
연못가운데 반송나무 그대로다
반송 주위 맴도는 오리무리
날개를 펴보이며 까웃까웃 우는 모습
관광객 바라보는 애교일까?
눈서리 내린 겨울 오면 추위에 떨며
따뜻한 봄 올 거라고 관광객 맞이할 기쁨에
견디며 봄을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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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란 수선화
아직 눈은 내리는데
봄 부르는 매화나무 발목 움켜잡고
튀어나온 노란색 수선화
꽃말이 자기 사랑이라지?
파란 옷소매에 노랑저고리 한 줌 쥐고
하루가 멀다며 추위를 밀어낸다
메마른 첫봄 정원에
천사가 사뿐히 내려와 앉는 듯
환해진 내 정원
지나가는 나그네 위로받으라
대문을 살며시 열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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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 심는 소리
찰칵찰칵 모 심는 기계소리
논베미는 어느새 초록색으로 변한다
바지 무릎 위에 올리고
논 베미에 엎드려 모심은 아낙네들
논둑 양쪽에서 줄 잡는 남정네
어얼리 모심세 어얼리 좋을시고
노랫소리 내며 모 심노라면
새참으로 술, 못밥, 막걸리 마시며
피로를 달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세월 가면 금방 황금벌판으로 변하겠지?
내 삶도 소리 없이 이렇게 변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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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인용 식탁
텅 비어있는 넓은 식탁은
어느새 일인용으로 변했다.
아직도 손자 손녀들 재롱소리 들린 듯
내 입가엔 미소가 돈다
비워있는 방들도 문을 연다
바람이 반가운 듯 앞다투어 들어오며
아무도 없다며 살랑살랑 웃어대며
방 주인인양 속삭인다.
다가오는 명절에는 단단히 잡아매어
식탁에 둘러앉아 오랫동안
웃음소리 듣고 싶다
일인용 식탁에서
시래깃국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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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의 종착역
어릴 때 부모님 마음 헤아릴 줄 몰랐고
어른되여 늙어가신 부모님 마음
알아보며 나도 철이 들었다
삶의 지혜도 세상살이 돌아가는 이치도
꿰뚫어보며 오래 살았건만
이제 내 갈 곳을 생각하니
어떻게 어디로 갈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과연 나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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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연강 약력 -
* 전남 완도 출생
* 경로당 시 쓰기 수료
* 동산문학 제49호 24 봄호 시 부문 신인상 수상
* 완도문인협회 회원
* 공저 : 내 마음의 향기
24 완도문학 연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