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을 잃으면 나타나는 현상들
아나운서 정은아 씨는 <칭찬합시다>, <비타민>, <스펀지>, <나는 몸신이다> 등 내로라하는 TV 정보 프로그램을 두루 섭렵한 배테랑입니다. MC로서의 장수 비결로 ‘호기심’을 꼽은 그가 자신의 장래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2020.9)
“장래의 희망은 호기심 많은 할머니로 늙는 것입니다.”
사람은 언제부터 늙는가? 호기심이 없어지면서부터 늙기 시작합니다. 사라무레 요코 작가의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이라는 책에는 호기심 가득한 아흔 살 할머니의 좌충우돌 여행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작가의 외할머니이자 책의 주인공인 모모요는 여섯 시간에 걸쳐 기차를 타고 시골ㅇ서 도코 여행을 홀로 감행합니다.
호기심으로 무장한 할머니는 너무나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도코 여행으르 선택한 것도 지금이 아니면 영영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젊은이들도 겁내한다는 디즈니랜드의 무시무시한 놀이기구를 타는가 하면, 하라주쿠의 대형쇼핑물을 종횡무진하며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할머니의 호기심은 끝없이 이어지며 동심에 가득 찬 어린 아이처럼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이뤄 나갔습니다. 호텔에서 혼자 자기, 우에노 동물원에서 판다 구경하기, 도쿄 돔 견학하기 등 하루 24시간을 사그라지지 않는 열정으로 불태웠습니다.
작가로부터 외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전해들은 한 친구는 “너희 외할머니 혹시 약하시는 거 아니냐?”고 물었을 정도입니다. 호기심이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그렇기에 나이가 적고 많음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나이가 든 사람이 자신의 영역에서 노련함을 발휘할 때 흔히 ‘노익장’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노익장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원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전문가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익장도 실수를 범해 종종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여 안주(安住)할 때가 그렇습니다.
이에 반해 ‘호기심’은 안주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현실에 만족하기를 거부합니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보다 낯설고 불편한 것에서 기쁨을 찾고자 합니다.
호기심을 잃는 순간 노화는 빛의 속도로 진행됩니다. 젊음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호기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호기심은 활기찬 마음입니다. 마음의 활기가 몸의 활력을 북돋아 줍니다.
한 할머니가 손녀의 손을 잡고 동네 약국에 들러 처방받은 약을 샀습니다. 하지만 약 봉투에는 너누 작은 글씨로 복용법이 적혀 있어서 노안(老眼)의 할머니는 그 글씨를 잘 익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손녀에게 약 봉투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손녀는 하루 세끼 식후마다 약을 복용하면 되지, 그것을 왜 묻느냐며 짜증냈습니다.
이에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너도 나이 들어보면 안단다. 노인네의 호기심을 죄처럼 여기는 게 얼마나 서러운 건지. 나이 든다고 궁금한 게 없을 줄 아니, 궁금하고 호기심 많기는 사람에 따라 다른 거지, 나이가 적고 많음에 따라 다른 게 아냐, 참다 참다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기에 너한테 물은 거야.”
호기심은 낯선 것에 주눅 들지 않을 용기입니다.
늙는다고 호기심까지 늙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세상을 비틀어보는 75가지 질문
Chapter 1.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