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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황문학 21호 원고
김 홍 섭
▢ 시 10편
< 철조망으로 빚은 평화 십자가>
< 새해 기 도>
<새 술은 새 부대에>
조강祖江의 노래
<사랑하는 손녀>
<눈오는 날>
< 금계국 필 때>
< 다시 419 탑에>
<그 높음에 대하여>
<만주 벌판>
▢ 산문 1 제
노래는 힘이 있다
▢ 시 10편
< 철조망으로 빚은 평화 십자가>
분노를 미소로
미움을 사랑으로
좌절과 절망을 자각과 희망으로
칼을 쳐서 보습으로
총과 폭탄을 축제와 폭죽으로
분단 68년 그 긴 절망의 시간
분단 136년 두 형제의 아픔 두 배
그 두 배의 두 배 또 두 배
여기 미움의 상징 철조망을
분노와 절망의 그림자 철조망을
DMZ 갈라놓은 갈등과 저주의 응어리를 녹여
우리 아집과 파당과 이기심
우리 교만과 독선과 증오의 검은 탑을
용광로에 녹여 두드리고 펴서
평화의 십자가를 만든다
오랜 DMZ 철조망
우리 뜨거운 심장에서 정결한 눈물로 다시 빚은
이산(離散)과 눈물의 강
기다림 산 되어, 그리움 강물되어
높아진 분단의 절벽 넘어
우리의 소망 평화와 통일
세계에 알리고 공감하는
이 땅의 평화
피는 눈물보다 진하다 말하지 말라
증오가 정의보다 강하다 말하지 말라
이제 화해하리, 다시 만나리
서로 목을 엇갈려 그려 안고
목놓아 울리
이제 노래하리, 온 몸으로 춤추리
우리의 하나된 평화의 봄을
< 새해 기 도>
좀 더 많이 달라고 하지 않게 하소서
좀 더 오래 머물게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섭리대로 하소서
주신대로 하소서
그러나
우리가 더 헌신하게 하소서
우리가 더 기도하게 하소서
우리가 더 사랑하게 하소서
더 나누고 더 연대하게 하소서
나만 할 수 있다 하지 않게 하소서
너도 할 수 있다 하게 하소서
함께 더 잘 할 수 있다 하게 하소서
주신 시간을 감사하게 하소서
주신 생명을 감사하게 하소서
오늘의 양식에 감사하게 하소서
우리가 더 많이 나누게 하소서
나보다 가난한 이를 먼저 나누게 하소서
나보다 약한 이를 먼저 돌보게 하소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낡고 헤진 우리의 생활
편해져 구습이 된 습관
이제 버리고
새 다짐으로 새 부대에
새 술은 새 부대에
아집과 교만으로 굳어진
우리의 낡은 부대 버리고
술은 우리의 꿈과 생각, 믿음과 행동
부대는 형식과 제도
우리를 둘러친 울타리
새 각오 새 믿음으로
새 부대로 새롭게 하소서
날도 새로워지게 하소서
어려움도 개치고 나가게 하소서
당연한 것으로 굳어진 마음 밭을
기경하세 하소서
게으르고 낡은 습관
중독되고 찌든 가슴에
새 비, 새 땅, 새로워진 믿음
새 부대에 담게 하소서
조강祖江의 노래
여기 저 넉넉한 머무름을 보는가
머무름의 큰 움직임을 보는가
새벽 물새들 날아오르고
아침 안개 자욱한 수면위로
생명의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는가
깊은 강물 속 심어深漁들의
조용한 유영遊泳을 만져보는가
해조와 갑각류의 평화를 느끼는가
검룡소 동강 서강 소양강 건너
북한강 남한강 백두대간과 춤추며 두물머리에 만나
다시 혼곤한 백성들의 즐겁고 힘든 시간 흘러
임진강과 하나 되어
여기 다시 너른 들판
큰 바다로 어울리고 농울치는
할아버지 너른 이마 깊은 주름을 보는가
아니 바다 저편
황해 발해 태평양 건너 온 해류들과
만나고 섞여 하나 되어
달과 태양과 우주의 힘으로 밀어 올려
여기 조강과 어울리니
긴 시대 깊은 내음이 넘치고
먼 오대양의 굵은 울림이
수면 깊이 들려오지 아니한가
예성강 대동강 살수 압록강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 하나 되어
천지로 두만강으로 되흐르리니
저 송화강 우수리강 아무르강으로 합하여 흐르리니
하늘의 이른 비와 늦은 비로 내려
작은 줄기 이어지어 강되고 큰 강물되어
이어지고 하나되어 하나되어
유라시아 동해로 흐르리니
다시 황해로 흐르리니
여기 조강과 하나되리니
너의 본래는 하나이니
한 땀 줄기 이리니
한 눈물이리니
결국 한 핏줄기이리니
신시神市로 백두에 내려
낭림 묘향 칠보 마식령
개마고원 태백 차령 지리 한라까지
여기 한반도의 허리
함 밝족 동이족 조선족
빗물로 땀으로 눈물로
결국 같은 핏줄로
여기 깊게 흐르나니
말없이 노래하노니
붕어 송어 장어 버들치 가물치 잉어 복어
웅어 농어 복어 미꾸라지 까지
여기 함께 하노니
조용히 힘차게 헤엄치노니
우주와 달과 별의 노래로 크고 살지나니
저 너른 느림으로 나아가노니
저 대양으로 나아가노니
깊게 하나 되어 노래하노니
<사랑하는 손녀>
하늘의 귀한 첫 선물
반짝이는 눈망울
어느 별님의 영롱함 같이
예쁜 새들 노래 같이
맑은 냇물 속삭임 같이
맑은 옹알이 옹알이
할아버지 주름살 밝게 펴주고
할머니 기쁨의 옹알이 더 커지네
기쁜 은혜로 깊은 사랑으로
우리 한 핏줄
빛나는 햇살
아름다움 꽃밭
너른 들판 풍성한 물결
너의 모든 날
함께 하시리
우리 모두 함께 하리
사랑한다 은채야
<눈오는 날>
창문 너른 창가에 앉아
비스듬히 내리는
그대를 바라본다
해는 이울고
어둠내리고
두 마리 새 하늘을 날고
노을 빛 진해가는
저녁 모퉁이로
유년이 날고 있다
어지럽고 시끄런 뉴스에
미디어 열 내고
서로 핏대 세우는 시대
소리 없이
바람결에
눈발 내린다
안단테
안단테
< 금계국 필 때>
너의 환한 얼굴이
나는 좋아
너의 노오란 웃음이
나는 좋아
함께 모여
흐드러진 너희들 조용한 노래가
나는 좋아
햇살 이고
바람 어루만지며
내 설움도 연한 향기로 날려 보내는 네가
나는 좋아
아무에게도 길들여지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너의 영혼
나비의 춤
상쾌한 기분의 새소리가
너의 꽃말이
나는 좋아
< 다시 419 탑에>
봄 햇살 따사롭고
유록빛 나무들 빛나고
클크로바꽃향 그윽한 경내
어디 정겨운 뻐꾸기 소리
잎새에 이는 서늘한 바람소리
임들 핏빛 거리 달릴 때
거짓의 소리 진동하고
폭력이 진실을 억압하던
숨죽인 침묵의 시간
비바람에 꽃잎지고 밟히던
껍데기 난무하던
땀과 눈물로 핏물로
적신 거리마다
눈물의 고랑마다
눈빛 머문 잎새마다
임들의 왜침 내달림
분노의 팔매질
꽃으로 피어
오늘 여기 화사한 꽃들 만발하고
재잘거리며 아이들 노니는
느티나무 잎새되어 푸르고
아직도 풍요 속에 쓰러지는 거리에는
다시 목청 높이는 촛불들
지하철에서 피흘리는 꽃잎들
언제 꿈은 오려나
그의 나라는 언제 임하나
이제 정원으로 멈춰선 이곳에
임들의 영혼
한 마리 학되어
여기 작은 연못을 멤돌고
사위를 둘러 보며
하늘을 난다
<그 높음에 대하여>
저 높은 절정
거기 흐르는 천년의 바람
설산 위를 달리는
눈 매서운 독수리
먼 곳을 응시하는
억겁 빙하 위를 달리는 눈보라
높은 산벽을 오르내리는
눈표범의 이상과 생명의 곤고
그 깊은 빙하 속의 고독
마나사로바르(Manasarovar) 호수의 고운 빛깔
아니 여기
봄 초원의 잔잔한 미풍
그 위를 춤추는 노란 나비
<만주 벌판>
노오란 단풍으로 덮힌
대,소흥안령 길림 흑룡강
만주의 가을 산
구불구불 강물이어지고
농울쳐 호수이루며
노랑 빨강 초록
어울려 강산을 수놓은
산과 평야와 강의 교향악
거기 흰 옷 입은 백성들
일하고 낳고 거두며
땀 흘리며 노래하며
대를 이어
늑대 새끼를 키우듯
올빼미 어린 것을 돌보듯
마적과 싸운 아지매들의 치맛단
허름한 옷소매에도 선연한 독립군
그 피맺힌 눈 빛
논밭 일구며 땀 흘리던
달리며 말 달리며
쏘며 활 쏘던
후예들 이제 불굴 정신으로
여기 묻힌 선열들의 피땀으로
땅을 이어 번영하리
강물이어 산하를 적시리
이 땅이 네 백성이다
이 곳이 네 어머니다
▢ 산문 1 제
노래는 힘이 있다
노래는 힘이 있다. 노래는 많은 인생의 사연이 암축된 시다. 사랑의 사연, 이별과 기다림의 이야기, 그리움과 슬픔과 회한과 탄원의 정한들이 노래에는 담겨 있다. 긴 사설과 산문이라기 보다 짧고 간단한 개념과 언어들 그리고 그것들이 조화된 노랫말과 시와 음악의 요인들이 어우러져 노래가 된다. 물론 노래의 형식도 변화되고 진화한다. 수많은 하고 싶은 말들을 단숨에 쏟아내는 랩 가요도 있고, 말이나 언어적 표현보다 음향과 리듬이 주를 이루는 노래도 있다.
노래는 사람들의 삶과 늘 함께 한다. 즐거움과 슬픔의 순간에 노래를 부르게 된다. 힘든 노동의 순간에도 노래를 통해 힘들 것을 잊고, 노래속의 세계에 생각을 둠으로 현재를 좀 더 즐거운 상황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역사적인 순간에 늘 노래가 있었다. 프랑스 혁명에 라마르세예즈는 민중을 하나되게 하고 힘을 발휘하여 당시의 억압과 강력한 폭력을 대항할 수 있게 했다. 러시아 농노제의 억압에 저항하여 농민봉기를 주도한 지도자 스텐카 라진( Stenka Razin, 1630-1671.6.16)과 함께한 민요 ‘스텐카 라진’은 오랜 억압에 살아온 러시아 농민과 코자크족에게 희망과 힘이 되었다. 대부분 나라의 국가(國歌)는 이런 역사적 사건과 연결된 사연을 갖게 된다. 오스트리아의 억압에 있던 이탈리아 민족에게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의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은 많은 것을 함축하며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국민가요였다.
우리나라 애국가도 일제의 핍박기간에 민족의 정한을 달래주며 저항과 미래 희망을 품게하는 노래이며, 권력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노래이다. 권위주의 시대에 여러 금지곡들도 해학과 풍자와 비판을 주로하고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민중의 마음이었다.
근래 국민의 사랑을 받는 민중가요의 여성 전달자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들이 있다. 그리스 군부독재와 싸우며 국민의 애환을 노래하던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와 그의 동반자 마리아 파란토리 (Maria Farantouri)가 그들이다. 자유와 민주를 주창하며 투쟁하던 혁명가를 보내며 기다리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등의 가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들이다. 민중의 노래, 저항의 노래, 그리고 고대의 전통과 현대가 함께 어우러진 곳에 그리스의 음악이 있었다. 독특한 그리스 음악의 전통은 그리스의 전통 민속 악기인 부즈키(Bouzouki)의 울림과 함께 현대 그리스 대중 음악에도 그대로 이어져 왔다. 그리스의 국민 가수이자 세계적인 여가수 마리아 파란토리는 그리스의 작곡가인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곡을 가장 이상적으로 해석하는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세계 대중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녀의 허스키하고도 클래식컬한 음색과 강렬한 표현력은 여타 다른 가수들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그녀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는 그리스의 군부독재에 항거, 민주화의 선봉에서 총칼이 아닌 음악으로 군부 독재에 대항한 그리스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마리아 파란토리와 같은 힘들고 어려운 고난과 역경의 길을 겪고 헤쳐 나온 그리스의 국민 음악가 이자 저항 작곡가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국민 여가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는 '고난받는 이들의 어머니'라 불릴만큼 다수 민초들의 삶을 노래했다. 혹독한 군부독재를 경험했던 전 세계 민중들에게 양심과 정의 그리고 희망의 상징이었던 소사는 1935년 7월 9일, 아르헨티나 뚜꾸만의 산 미구엘에서 태어났다. 아르헨티나의 암울한 정치상황은 누에바 깐시온(Nueva Cancion)에도 그대로 나타났으며, 반독재와 저항의 노래들이 그 역사를 아프게 이어갔다. 이때 메르세데스 소사는 좌절 속에서 희망의 노래했다. 아르헨티나 민중들에게, 더 나아가 똑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민중들에게 어두운 시대를 이겨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소사의 노래는 정직했고, 신념이 있었다. 군부에 맞선 그녀의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혁명과 변화의 시대를 맞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도 민중의 노래가 울리고 있다. 인간의 근원적 자유와 존엄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의 심성을 관통하여 다른 배경의 사람을 하나 되게 하는 노래는 이들을 묶는 강한 힘이요 끈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금지곡의 역사가 깊고 큰 흔적이 있다. 대부분 군사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집권자나 그 추종 세력을 비판하거나 패러디한 것으로 이해한 집권세력에 의해 금지된 노래와 음악들이 많았다. 발표자는 잡혀가 고생하기 일수였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많이 알려지고 대중의 사랑을 받은 노래가 많았다. 시간이 지나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유명 노래, 국민가요의 반열에 오른 노래가 많다. 시어형태의 노랫말이 말하기 형태의 랩송으로 빠르게 이어지는 오늘날의 노래는 할 말 많은 급변하는 오늘의 시대를 반영한다. 인간의 근원적 아름다움과 정감에 울림을 주는 노래는 권력이 차단할 수 없다. 성현들의 말씀과 대문호들의 시문(詩文)이 한 때 어려움을 당한다 해도 오랜 역사의 물결은 값진 보석을 잃지 않고 역사의 햇빛과 신화의 달빛에 찬연히 빛나게 한다.
▢ 이력
전년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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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 시에 머물다 갑니다
곧 저도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