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스님! 꿈에 자꾸 시어머니가 나타나요.
절에 위패를 모시고 천도도 해드렸는데 왜 그럴까요?
마음이 편칠 안아요."
"그러시면 시어머님 사진을 보내주세요. 제가 관(觀)
해보고 말씀드릴께요."
누님은 동향인 매형과 결혼해서 울산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딸아이가 3살 무렵 시어머니가 내려와 모시고 살게 되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날마다 술에 취해 있었다.
하루는 손녀를 등에 업고 동네에 마실(화장터)을 갔는데 일 끝나고 온 누님이 저녁 때가 되어 찾으러 갔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거기서도 막걸리를 진탕 마셔 취한상태로 횡설수설 하였고 딸은 내방쳐져서 혼자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누님은 순간 열이 확 올라 시어머니께 싫은 소리를 하고 말았다. 그동안 쌓인 감정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누님은 좋은 것에는 참 좋은데 한 번 싫으면 매우 단호한 성격이라 그 날부터 시어머니에게 말이 곱게 나가지를 않았다.
당연히 고부간의 갈등은 커져만 갔고 중간의 매형도 별 대책이 없이 속앓이만 했다.
셋째 아들네에서도 상처만 받은 시어머니는 다시 자신이 살던 시골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
시어머니가 농약을 먹고 자살해 버렸다.
누님과 매형은 충격에 휩싸였고 집안 분위기는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누님은 그 후부터 무당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죄책감을 덜고 싶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한번은 무당에게 시어머니 일을 말하고 천도재를 지낸 적이 있었다. 무당이 뭐라고 열심히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눈알이 뒤집어지며 목소리가 바뀌더란다.
영낙없는 시어머니 목소리였다. 무당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뭔일이다냐, 니가 이런 걸 다하고...'
깜짝 놀란 누님은
"예, 죄송해요. 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그렇게 사과를 했지만 시어머니는 영 못마땅한 목소리로 얘기했고 몇마디가 더 오간 후 무당은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마음은 개운하지 않았고 절에 다니며 기도를 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어머니의 이미지를 가슴에 담은 상태로 관을 했다.
한 참 후에 시어머니와 의식이 일치되자
나와 누님과의 관계를 설명한 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시어머니에게 내 에너지를 나누어드렸다.
거부감이 사라진 시어머니의 기억이 영상으로 보였다.
기차역에 기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드는 모습.
그 인파속에 젊은 남자 하나가 보였다.
당시는 기차에 좌석 개념이 없어서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였다. 그래서 서로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고 철로를 달렸던 것이다.
이 젊은이도 기차를 향해 달리다 사람들에 밀려 넘어졌는데 하필이면 아직 멈추지 않은 기차에 한쪽 다리가 깔리고 말았다.
청년은 다리를 잘린 채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남자는 바로 시어머니의 둘째 아들이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을 본 시어머니는 오열했고
삶에 의지를 놓은 듯한 아들의 모습에 큰 상처를 받았다.
허벅지가 절단된 채 목발집고 다니던 둘째아들은 심한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당시 남편이 50대 초반이었고 부부금슬도 매우 좋았던 터라 시어머니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생떼같은 자식 불구되어 자살하고 의지하던 남편 떠나니 맨정신에 버틸수가 없었다. 졸지에 정말 마음 둘 곳이 없는 삶이 되어버렸다.
집안 곳곳에 스민 기억들은 고통만 안겨줬고
혼자 남겨진 외로움과 슬픔은 커져만 갔다.
슬픔을 달래고자 대전에 큰 아들내서 한달여를 머물러도 보고 둘째 딸한테 가서도 며칠 있었지만 영 불편하였다.
그러다 셋째 아들인 매형네 와서 살게 되었는데 며느리인 누님하고도 갈등이 생겼던 것이다.
술도 더이상 의지처가 되어주지 못했고
자식들에게조차 기댈 수 없게된 시어머니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었다.
관(觀)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니 시어머니의 삶이 너무 안타까웠다.
누님께 본대로 말씀드렸다.
그리고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둘째 아들 일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맞다고 했다.
"누님, 저는 시어머니가 안쓰럽네요. 얼마나 감당하기 힘들었을까요.. 그런 상태로 누님집에 갔는데 거기가서도 좋은 소리 못듣고 너무 괴로우셨을것 같아요."
"스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나는 시어머니가 그렇게까지 힘든 줄 몰랐어요. 그땐 나도 어렸고 딸이 잘못될까봐, 술먹는거나 보고 배울까봐 그것만 못마땅해가지고 막 해댔거든요."
"지금 매형하고도 따로 사는 것도 보니까 매형이 그때 일로 가슴에 앙금이 생겨서 그렇더라구요. 밖으로 나돌고 집에 안 온 것이 매형 탓만은 아니에요. 누님도 그리 잘한 것은 없네요."
"그럴수도 있었겠네요. 나는 그것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제가 시어머님 마음을 풀어드리고 천도해 드릴테니까 걱정마세요. 누님도 마음의 짐을 풀고 누님의 잘못도 되돌아 보세요."
그리고 시어머니께는
며느리도 그때의 일로 지금까지 괴로워하니 그만 용서해달라고 했다. 시어머니는 당신때문에 아들 며느리가 별거한다는 생각에 마음아파 하고 미안해 하시면서 잘 살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시어머니의 뜻을 누님께 전해드리자 눈물을 보였다.
오랜 세월 동안 한 가족에게 맺힌 응어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 후 시어머니께는 힘들었던 삶을 정리하도록 도와드렸고, 죽음에 적응하는 법과 마음의 양식을 얻는 법을 알려드렸다.
그리고 슬프디 슬픈 마음들을 내려 놓고 새 몸 받아 새로운 삶을 사시라고, 다음 생에는 반드시 불법을 만나게 해달라는 서원을 세우시라고 말씀드렸다.
시어머니의 고맙다는 말과 함께 천도를 마쳤다.
누님은 매형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고
매형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화해하셨다.
나는 이부분이 참 뜻깊었다.
누님과 매형사이의 갈등 이면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두 분이 이 일로 화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은 둘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도 그만의 것이 아니다.
계룡산 약선사에서
명상스님 ( 010 - 3658 - 9517 )
* 가족이 꿈에 자주 나타나거나 사고로 돌아가신 분이 있어 천도가 필요한 분들은 연락주세요.
준비할거는 생전의 사진 몇장과 차 한잔 올리면 됩니다.
천도비용은 알아서 불전에 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