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시시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지리멸렬하다. 지구에 목숨이 80억개 있는데 그 중에 대화가 되는 사람 하나가 없다. 그런 사람이 나타날 낌새도 없다. 비슷하게 근처에 간 사람도 없다. 내가 듣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누구의 입에서도 말해지지 않았다.
인간들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패턴이 있다. 대개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식의 맞대응 논리다. 너절하게 조건을 건다. 그들은 선수가 아니라 후수를 둔다. 그것은 공격의 언어가 아니라 방어의 언어다. 능동의 언어가 아니라 수동의 언어다.
무신론자는 종교의 도발에 방어할 뿐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우리 함께 가자.' 하고 부르러 오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불러주지 않았다. 기껏 한다는 말이 '쟤들 따라가지마.' 이런 것이다. 그들은 내게 일용할 영감을 주지 않았고 나를 흥분시키지 못했다.
'조문도 석사가의'라 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눈이 번쩍 떠진다. 그것은 상대성의 언어가 아니라 절대성의 언어다. 네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나는 이 길을 간다고 말할 수 있어야 진짜다. 총이 있으면 상대가 어떻게 하든 결국 쏜다.
아무도 말하지 않으므로 내가 말한다. 인간은 적당히 살다가 죽으면 되는데 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행복타령, 사랑타령, 쾌락타령, 욕망타령은 타인에게 말을 거는 수단이다. 중요한 것은 남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는가다. 에너지가 있어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