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오래 전 다녀 온 올레 7코스. 올레 코스 중 제일 인기가 있다는 곳. 17.6km.
제주올레 여행자센터가 시작점이지만 도시의 번잡스러움이 싫어 예전처럼 외돌개부터 걷기로 한다.
10시 무렵 걷기 시작.
외돌개 무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스틱을 챙겨 외돌개 전망대로 향한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깨끗한 시야, 맑은 색감, 상쾌한 공기
어제까지 내리던 비가 멈추면서 고맙게도 온 세상을 깨끗하게 정화시켰다.
우뚝 서있는 외돌개가 우리를 맞이해 준다.
걷는 길이 한참동안 데크길이다.
예전엔 분명 이리 깔끔하지 않았는데
말라버린 야자나무 잎들이 지저분하게 붙어 있고 주변은 정리되지 않은 채 뒤엉켜 있었는데
공사장의 소음이 성가스럽게 했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외돌개는 잘 정돈되어 있다.
하늘로 쑥쑥 뻗어오른 야자수는 싱싱한 초록잎을 거느리고 있고 쉼터에는 널찍하게 잔디가 깔려 있다.
맑은 날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뜀박질 소리가 구석구석 울리겠구나.
왼쪽으로 보이는 바닷길은 두툼한 회색빛이다.
문섬이 바다 가운데서 손짓하고 있고 조금 더 멀리 성채처럼 우람한 범섬이 위풍당당 자리하고 있다.
신명이 나 걷는다. 좋아할 수 밖에 없겠구나 고개 끄덕이며~
데크의 끝 지점
사유지의 불허로 임시우회로를 걸어야 한단다.
우회로를 허락해 준 카페 60빈스
정원이 정말 예쁘다.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먼나무, 멋스런 소나무, 소철나무...
말타기 놀이를 하는 조각상이 있고 연못엔 팔뚝만한 잉어가 여유롭게 헤엄친다.
정면으로는 시원스럽게 트인 바다랑 문섬이 보인다.
길을 허락한 고마움에 커피 한 잔
커피값이 사악하긴 하다. 카페라떼 8000원 제일 비싼 카페라떼를 먹는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값매김한 거라 생각하지 뭐.
7코스는 대체로 해안길이다.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속골을 지나 수봉로에 이르면 거친 바위와 암벽들이 걸음을 조심스럽게 한다.
수봉로는 올레지기 김수봉님이 염소가 다니던 길에 직접 삽과 곡괭이만으로 계단과 길을 만들어서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독록 한 길이란다. 한 사람의 정성스런 손길과 지극함이 빚어낸 길. 올레에서 만나는 휴머니즘에 마음이 숙연해 진다.
크기가 제각각인 몽돌들이 널찍하게 펼쳐진 곳에서 바다를 마주보며 쉼의 시간을 갖는다.
파도랑 마주치며 자그락 자그락 몽돌들이 노래를 한다. 돌들에 새겨진 무늬들은 이름이라도 지어주고 싶은 자연미를 잔뜩 품고 있다.
법환포구를 지나 서건도에 이른다.
썰물이 되면 바다갈라짐이 생기고 걸어서 섬까지 갈 수 있단다.
물길이 갈라지는 시간을 소상히 적어 놓은 표지판이 보인다.
당장이라도 장화 한 켤레 있으면 신고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 강정천이다.
수많은 이들이 구럼비를 지키고자 목놓아 울부짖고 시위를 벌인 곳.
강제로 중장비를 들여 공사를 하고 결국 들어 선 해군기지. 크기도 엄청 크다.
구럼비를 밟고 지나는 길이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빙 돌아 시멘트 보도 블럭 길을 밟고 가야한다. 굳게 닫힌 기지의 정문. 참 밉상스럽다.
커다란 크루즈가 보인다. 그들을 태워가기 위해 도열해 있는 버스군단.
그다지 풍요롭지도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는다.
월평포구에 접어 드니 월평교 공사로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놓여져 있다.
해안 풍경을 놓치기 싫어 고집스럽게 길을 계속 갔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마을 주민도 사람이 다닐 수 있을거랬는데
공사하던 아저씨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엑스표를 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되돌아 나온다. 올레 공지는 반항하지 않아야 한다.
길을 잘못 들었다. 노닥이다 놓쳤나보다.
주변은 온통 비닐하우스들로 가득하다. 폰의 네비를 켜고 종점을 향해 걷는다.
굿당이 보인다. 월평마을이다. 마을길이 예쁘다. 집집마다 조각달에 쥔장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돌담이랑 벽화랑 잘 어울린다.
한 번쯤 묵어가고 싶은 곳이다.
드디어 아왜낭목 쉼터
오늘의 여정이 마무리 되는 곳.
동백꽃 조형물에 4.3사건 때 학살되었던 월평마을 사람들의 명단이 있다.
제주 곳곳에 아픔들이 아로새겨져 있는 듯 하다.
가시지 않은 역사의 진실
제대로 증명되고 억울한 이들의 원혼이 편안해지길 기도해 본다.
첫댓글 올레길 걷는 사람들이 좀 보이던가요. 아직은 스산한 겨울이라서요.
서울 둘레길, 한성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성길, 남한산성길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주말엔 제법 걷더라구요 비가 왔는데도 오다가다 열팀 넘게 만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