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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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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1 | 웃음꽃 |
대표 작품 2 | |
수상연도 | 2013년 |
수상횟수 | 제2회 |
출생지 | |
[수상 작품]
웃음꽃 / 이순자
노란 은행잎 가로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를 태운 차가 오금공원에 멈춘다. 인라인스케이트 경기장이 있는 곳이다. 손자는 경기장에 들어서자 이내 온 힘을 다해 공을 넣기 시작한다. 경기가 끝난 후, 그의 손에는 상장이 쥐어진다. 최우수 선수 표장장이다. 확실히 녀석은 체력이 좋고 그만큼 운동신경도 발달한 것 같다.
즐거운 기분으로 다음 목적지인 청평으로 발길을 돌린다. 거기에는 유명한 ‘청심국제중학교’가 있는 곳이다. 오늘은 외손녀가 그 학교의 합격증을 받는 날이다. 영국에서 돌아올 때 여섯 살이었던 아이가 이제 어엿한 예비 중학생이 된 것이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하교 6년의 과정을 열심히 산 결과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가 전적으로 매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기쁨도 배가 된 셈이다. 물론 영어 공부는 계속 신경을 썼지만 사회와 과학 과목은 제 힘으로 한 것이다. 수학은 5학년2학기가 돼서야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논술은 방학 때만 특강을 들었다. 컴퓨터는 방과 후 특별활동 시간에 학교에서 배웠으니 공부를 거의 혼자 힘으로 소화한 편이다. 미술은 2학년, 피아노는 5학년까지 배웠다.
큰 손녀는 책을 즐겨 읽고 신문도 빠짐없이 본다. 수학여행이나 여름캠프를 갈 때도 자기가 갔다 올 때까지 신문을 버리지 말라고 부모에게 부탁할 정도다. 부모의 직장 생활을 이해하고 제 일은 제가 알아서 척척 하는 아이다. 전교 어린이 부회장도 제가 스스로 프랭카드를 만들고 출마하여 선출된 자립심이 강한 아이다. 정말 자랑하고픈 손녀다.
우리 가족은 놀토(노는 토요일)을 이용해서 자주 여행을 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손자 손녀들의 행사가 겹쳐서 좀 바쁜 일정이었다.
첫날 우리가 머문 곳은 ‘팜 카티지 팬션’이다. 팜 카티지란 농가 오두막집이란 뜻인데, 한국의 기와집이다. 이름과는 달리 선조의 정서와 풍류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 풍납토성에 있던 한옥을 고스란히 옮겨 전통 숙박지로 재 복원한 것이다. 150년 된 문화재급이다. 처마 밑으로 벽송산방(壁松山房)이란 현판 글씨가 보인다. 손자는 한옥에서 자게 돼서 너무 기쁘다고 한다.
우리가 잔 펜션에는 페치카를 설치한 방이 하나 붙어 있었다. 사위와 아들은 페치카에서 고구마, 옥수수, 고기 등을 구워내느라 손이 벌겋다. 딸과 며느리는 저녁상을 준비하느라 손놀림이 빠르다. 아이들과 우리 내외는 이런 풍경에 도취되어 마냥 즐거울 뿐이다.
저녁을 먹은 후, 우리는 온돌방에 누워 옛날 주택에서 살았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페치카 둘레에서는 젊은이들의 얘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청마루 건너 방에서는 손자 손녀들이 무슨 예기를 하는지 도란 도란거린다.
앞에는 청평 호수가 있고 주위에는 소나무 숲이 무성하다. 총 면적이 25만여 평인데 약초와 야생화를 심어 전통적인 향훈을 방산하고 있다. 버려진 나무들로 솟대도 만들어 운치를 더한다. 이곳 주인은 7년 목표로 수목원을 조성하려는 식물학 박사이다. 손자는 그 분한테서 야생화 한 분을 선물로 받았다.
손자 손녀들은 마음껏 흙을 밝으며 새벽을 누빈다. 네 마리의 개들도 아이들과 함께 띈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자라야함을 새삼스레 느낀다.
다음 날 우리가 찾아간 곳은 평소 내가 가고 싶었던 ‘아침고요 수목원’ 흙과 자연을 사랑한 한상경 교수가 이룩한 곳이다. 한국 정원의 모형을 제시하고자 만든 수목원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서울 근교인데다 놀토가 끼어서인지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다음에는 휴일이 아닌 평일에 찾아와서 조용히 감상하고 싶다. 사계절 어느 때 찾아와도 반겨 주는 곳이다. 계절별, 주제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정원들의 집합이다. 몇 년 전에 보았던 ‘부처드 가든’을 연상케 한다. 규모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꼭 알맞은 정원이다. 자연스럽게 동양적인 선의 미가 살아 흐른다. 특히 ‘천년향’은 꿈틀거리는 생명감을 다함없이 전해주고 있다.
침엽수 정원, 능수 정원, 분재 정원, 허브 정원, 하경 정원, 아이리스 정원, 단풍 정원, 매화 정원, 한국 정원 등 19개의 주제 정원으로 되어 있다. 나무와 들풀과 온갖 식물들을 소재로 한 대자연의 축소판이다. 그러나 내 마음을 끄는 것은 불타는 듯한 단풍나무다. 서로가 몸을 포개며 지는 해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 같다.
도시에서 아옹다옹 바쁘게 살지만 가끔은 이렇듯 자연의 품에 안겨 나무들과 야생초들이 자라고 꽃피고 열매 맺는 생명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허브차를 마셨다. 그 맛을 잊지 않기 위해 딸과 며느리에게 하나씩 선물했다. 그 차를 마시면서 오늘을 기억하리라.
돌아오는 길은 차 행렬에 짜증이 날 정도다. 손자가 이제는 몸집이 커서 뒷 자석에 셋이 앉기에는 무리이다. 그런데 불편함이 오히려 흐뭇하게 느껴지니….
이번 여행은 아들네에게도 딸네 가족에게도 경사스런 일이 있어 모두 함박 웃음꽃이 피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이 모아진다.
[수상 소감]
사랑의 색깔이 깃든 수필
마음은 봄날인데 겨울이 멀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신했던 건강도 삶을 향한 자신감도 떨어지지만 100세 시대를 향한 마음은 무언가를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 펜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살다보면 버릴 것이 너무 많지만 나의 원고지는 날로 더해가니 이 또한 어찌하지 못할 나의 운명인가 봅니다. 그러나 이 나이에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수필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견하고 사랑스럽습니다.
펜을 쥘 수 있는 그날까지 나의 삶을 수필화하여 만족하며 살고 싶습니다. 하루 분량의 시간과 나에게 알맞은 달란트와 움직일 수 있는 건강이 있으면 남은 여생을 선물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렵니다.
더불어 이런 좋은 선물을 주신 정목일 이사장님과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나에게 주어진 365일, 사랑의 색깔이 고운 이 세상을 기쁨으로 살아가렵니다.
[작가 프로필]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사)한국수필가협회 운영이사, 문학미디어 이사, 타래문학회장 역임,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시문회 회원, 문학의 집 서울 회원, 북촌수필 회원. 수상: 국민훈장 석류장(1997), 동포문학상(2005), 한국수필 문학상(2007), 문학미디어 문학상(2012). 저서: 『고운 여자』 『둥지를 떠날 때』 『웃음 꽃』 『8인의 향기』 타래 동인지외 공저 다수. E- mail : soonja41@hanmail.net
[작품 심사평]
작가의 고집과 투지와 집념
청향문학상은 본상의 경우 등단 20년 이상의 경력자로 꾸준한 창작활동을 한 수필가를 선정하고 있다. 수필문학에 일가견을 이루고 창작정신이 투철한 수필가를 격려하기 위한 성격을 띠고 있다.
수필가 이순자의 『웃음꽃』(2012.문학시티))을 선정하였다. 이순자 수필가는 <수필과 비평>를 통해 데뷔한 후 수필집 『고운 여자』 『둥지를 떠날 때』를 출간한 데 이어 5년 만에 낸 세 번째 수필집이다. 이순자의 수필세계는 나무와 숲이 주는 자연의 서정과 생명의 환희가 있는 반면, 가족과 가정을 중심점으로 한 일상에서의 행복 찾기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행복추구는 물질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사소함과 평범함 속에서 얻어지는 특별함이며, 소박함 속의 비범함, 순간 속에서 발견하는 사랑과 영원이 아닐 수 없다. 이순자의 수필에선 진실한 삶의 행복,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꽃피우려는 지혜와 마음의 경지가 돋보인다. 수필집 <웃음꽃>은 행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와 인생의 발견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작품상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 : 유혜자. 정목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