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09 함께홀로삼다 20240827 채주형 너의 우주를 찾으렴
“엄마, 내 맘대로 할거야. 잔소리 좀 그만해.“
잔뜩 성이 날대로 나서 작은 아이가 하는 말이다. 올해 6학년이 된 큰아이는 내가 말만 하면 짜증으로 화답하거나 비논리로 응수하거나 맞는 말로 되받아친다. 다음 날이나 밤에 홀로 앉아 되짚어보면 애들이 맞는 말 했는데 내가 못 받아들인 때도 있고, 아이들이 비논리로 응수 했는데 판단이 느린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내 반응이 망한 날은 아이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듣지 않고 윽박지르거나 등짝 스매싱까지 날린 날이다. 그럴 때면 그것 밖에 안 되는 나의 인격 때문에 자괴감으로 속울음을 삼킨다. 나의 실패를 다독이고 앞으로는 안 그래야지 하면서 다짐하는 매일이지만 쉽지가 않다.
왜 이리도 어려운지. 아이들은 점점 자라는데, 내가 아이들을 독립시켜 주는 속도가 느린가보다. 육아 선배들은 시선을 다른 곳에 두라느니, 더 나아가 엄마가 좋아하는 취미를 찾으라 한다. 그래, 내 인생은 내 인생, 아이 인생은 아이 인생이다. 내 뱃속에 열 달을 품었고, 엄마를 우주로 바라봤던 아이. 그 아이가 자기의 우주는 이제 엄마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아이가 내게 줬던 무한한 사랑으로 누렸던 안정감을 내가 붙잡고 있다. 나를 나로 사랑하고 수용하는 게 어려운데, 그걸 스스로 해야지 아이를 통해 사랑받으려는 이 못난 애미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그런데, 아직 완전한 독립은 아니니, 이 울타리 속에서 좀 허우적 거려줄래?. 너의 우주를 찾아가는 모든 길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