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를 데리고 애견용품 가게에 처음 들어가 봤다.
지인이 12년 지기 반려견과 함께였기에.. 믿는 구석은 지인뿐이었다.
물론 책에서는 어떤 용품을 사야 하는지 알았지만..
육아용품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책에 나오는 대로가 아닌 우리 집에 적합하고 우리 모란이가 유용하게 잘 쓸 용품이 필요했다.
처음이라서 알 수 없었고 무턱대고 지르자니 막연했고
남편에게서 당근마켓에서 펜스를 구입해 뒀다는 연락이 날아왔고
일단 사료, 물그릇, 샴푸, 장난감 이 정도 골랐던 것 같다.
사료는 어떤 맛을 좋아할지 몰라서 소고기맛으로~
그리조 집에 오자마자 세면대에서 모란이를 씻겼다.
첫 목욕이었다.
어떻게 씻겨야 하는지 유튜브라도 찾아봤어야 했지만
담요가 꼬질꼬질해진 걸 본 순간 바로 목욕행이었기에 어찌어찌 잘 씻겼다.
마른 수건으로 여러 번 닦여서 내려놓고 나자 내가 무슨 짓을 벌였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런데 이 귀여운 녀석이 아직 이름도 없는 이 아가는 내 등뒤에 얼굴을 박고 졸고 있었다.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도 그렇게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카톡을 시작했다.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건강검진도 하고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주민등록증이라고 해야 하나 식별번호도 받아야 하고
무엇보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좀 가까운 병원으로? 가까운 동물병원이 정말 많다. 그게 문제!
울 아빠 말씀하시길.. 고향집에는 사람병원보다 동물병원이 많다고도 하셨지..
사람도 그렇지만 우리 모란이도 자기와 맞는 동물 병원을 찾아주고 싶었다.
예전에 요코를 키우던 그때보다 훨씬 조심스러웠다.
요코 때는 모든 게 준비된 채로 우리에게 왔기에 내가 애견용품 샵을 갈 일도 없었고
집 근처 동물병원밖에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름 쉬웠는데..
여긴 선택의 폭이 아주 다양했고 선택장애 있는 나는 고민의 고민을..
우선은 가까운 동물 병원으로... 아무래도 가서 기생충약을 먹여야 한다..
모란이는 바깥에서 생활했기에 기생충이 제일 염려스러웠다.
그리고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아가의 몸무게가 궁금했다.
혹시 병원에 가서 선생님께 여쭤보면 아빠의 행방도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병원을 가려면 이름이 있어야 할 텐데.. 이름은? 나 혼자 결정할 수 없었다..
우선 동네 병원을 지인에게 추천받아 알아두고
소파 위에 배를 발라당 내 보이며 자고 있는 아가를 지켜보는데 뭔지 모르게 기쁘다.
확실히 그건 기쁨이었다.
못생겨서 아무도 데려가지 않으려 해서 남아있던 아이라지만 내가 보기엔 귀엽고 이쁘기만 했다.
그 체온이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는지 다시 한번 느껴졌다.
요코랑 함께였던 시절..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요코를 붙들고 하소연하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앞으로 어떤 매일이 내 앞에 닥쳐올지
우리 아이가 고향집에서 돌아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둘이서 잘 지낼지,..
결과적으로 병원얘길 하자면
몇 군데 소문을 듣고 의사 선생님의 인성의 관한 소문이었는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15년 이상 다니고 있다는 반려묘를 키우는 지인이 다니는 병원을 추천받았다.
집에서는 다소 거리가 먼 병원이라서 고민했는데 그렇게 찾아간 병원선생님은 모란이와 소통하려고 해 주셨고
병원비도 다른 곳 보다 다소 저렴한 점이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나 : 모란이가 겁이 많아서요..
쌤 : (모란이를 보자마자) 이 놈 똑똑하게 생겼네..
나 : (이미 절반은 맘이 넘어갔고,, 선생님은 자연스레 손톱발톱을 점검하고 깎아주신다) 넌 어디서 왔니?
똑똑할 겁니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나 : (용기 내어 물어본다) 저 모란이 아빠는 누구일까요?
쌤 : (모란이 이리저리 살피시더니) 푸들? 더 커봐야 알겠지만..
나 : 아.. 네..
쌤 : 이름도 이쁘네~~ (하시면서 예방접종을 거침없이 똬악똬악)
이 병원으로 당첨!!!
여러 유형의 선생님이 있는데
최근에 모모때문에 급하게 갔던 동물병원 선생님은
나 : 개가 고양이 사료를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
쌤 : 죽어요! (웃음.. 내가 놀라는 게 재미있으셨던 것 같다).
나: 네?
쌤 : 고양이 사료 먹으면 개가 췌장이 망가져서 죽어요.
나 : 아.. 췌장이요?
쌤 : 주의해야겠죠?
나 : 네.. 알겠습니다.
집에 와서 고양이백과사전이라는 책을 뒤져봤더니 왜 먹으면 안 되는지 설명이 있었다.
선생님의 화법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다른 병원을 알아보기로 한다.
다음으로 찾아간 병원은 모란이 미용을 해주시는 쌤이 추천해 주신 병원이다.
평소 겁 많은 모란이를 잘 케어해 주시는 쌤이다. 물론 합리적인 가격으로.. 급하게 고양이를 입양하게 됐다고 했더니
ㅇㅇ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시면서 내가 보냈다고 하면 할인도 좀 해줄 거라고.. 냉큼 찾아갔다.
나 : 선생님 제가 고양이를 처음 키워봐서 그러는데요..
내 말이 채끝 나기도 전에
쌤 : 네 앉아보세요. 어떤 점이 궁금하세요?
바로 여기서 우리 모모 중성화 수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모모가 다니게 될 병원도 당첨!
나도 없는 주치의 쌤을 모란이와 모모는 가지게 된 것 같아 내심 부럽다.
급할 때 달려가야 할 동네 병원도 한 군데 정도는 알아두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말 진료나 야간진료를 하는 병원은 꼭 알아둬야 한다.
아가들은 사람이나 반려견이나 반려묘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
긴 글을 혹시 읽어준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저라면 포기했을 거라서....
오늘은 병원 찾아다니던 그때가 생각났어요.
품에 안고 오던 그 순간이 얼마나 가슴 벅찼었는지..
오늘 남은 하루도 모두 평안한 하루이길...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