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역설에 지배된다. 뱀의 꼬리를 건드렸는데 머리가 반격한다. '나는 꼬리하고만 싸울 생각이었는데 비겁하게 왜 머리를 불러오느냐?' 이런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부분을 공격했는데 전체가 반격하는 것이 유체의 성질이다. 에너지는 유체다.
우리는 유체에 대한 감각이 없다. 유체는 역설이며 게다가 이중의 역설이다. 꼬리를 건드렸다가 머리에 물리는게 역설이다. 꼬리를 계속 때리면 결국 머리도 죽는다는게 이중의 역설이다. 선거 직전에 폭로하면 역풍이 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반영된다.
역설은 유체의 몰아주기다. 이중의 역설은 타이밍이다. 한 번 때리면 내 손만 아픈 것이 역설이고 두 번 때리면 넘어가는 것이 이중의 역설이다. 에너지는 의도와 반대로 되지만 길게 보면 의도대로 된다. 단기전은 변칙이 이기지만 장기전은 정석이 이긴다.
에너지가 반대로 가는 것은 관성력 때문이다. 자동차 핸들을 갑자기 꺾으면 전복된다. 선거 직전 폭로전은 갑자기 핸들을 꺾는 행동이다. 반격은 적의 공세종말점까지 기다렸다가 해야 먹힌다. 상대의 관성이 바닥났을 때 공격해야 타이밍 맞게 넘어간다.
우리가 에너지를 다루는 방법을 하나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유체는 눈에 보이는 것 말고 하나가 더 있다. 질서가 있다. 차원이 있고, 동력이 있고, 권력이 있고, 기세가 있다. 힘의 방향은 두 번 바뀐다. 초반에 변칙이 이기지만 결국 정석이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