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국학진흥원
양봉을 시도하다
1598년 5월 7일, 오희문은 올해 양봉을 해 보기로 하였다. 강원도에서는 벌이 많기도 하였고, 식구들에게 새로운 먹거리도 마련할 겸, 처음으로 양봉을 시도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이리하여 얼마전 지인에게 몇 개의 벌통을 받았는데, 가져올 때 잘못하여 벌들이 대부분 죽어버린 일이 있었다.
어제는 신수함에게서 벌통을 받았는데, 이 벌통의 새끼벌들을 오희문의 벌통으로 옮길 셈이었다. 신수함의 벌통에 연기를 쏘이자 새끼벌들이 나왔다. 이후 벌통을 동쪽 울타리 밖의 배나무에 매달고 종 수이로 하여금 벌들을 벌통으로 받으려 하였는데, 이 벌들이 도로 흩어져서는 뒷산 한마장이나 되는 숲 나무 밑에 모였다. 그리하여 간신히 이 벌들을 통에 담았다가 희철의 방 밖에다가 앉혀두었다. 거의 벌들을 날려 버릴 뻔하다가 도로 잡았으니 기쁜 일이었다. 종 수이는 처음 해보는 양봉이라 벌을 치는 법도 잘 모르고, 미끄러운 그릇에 벌들을 담으려 했는데 그것이 실수였던 것이다. 들어보니 미끄러운 그릇에 받게 되면 얼마 안가 벌들이 다 도망한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보니 어제 잡은 아기벌들은 그 집이 불안해서 흩어져 나와 오희문 집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느 벌들은 방에 들어와 옷을 뚫어서 식구들이 많이 벌에 쏘이고, 혹은 벌통에서 나와 멀리 날아가 버리니 난리 법석이었다. 오희문과 종들이 나서서 여러번 벌들을 모으니 날이 저문 후에야 모두 벌통으로 돌아갔다. 벌 기르는 법을 아는 자에게 물어 보니 모두 말하기를, 그대로 두면 모두 도망갈 것이니 그 통 구멍을 막아 며칠 두었다가 도로 빼주면 거의 머물러 있을 것이라 대답하였다. 그리하여 오희문은 종을 시켜 벌통을 막아두었는데, 오늘 저녁 거의 다 도망했다고 한다.
오희문은 새로 시도해 본 양봉이 쉽지 않음을 깨닫고 민망해 했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고, 한낱 양봉도 잘하지 못하니 스스로가 민망하고 창피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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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쇄미록(𤨏尾錄) 전체이야기보기
저자 : 오희문(吳希文)
주제 : ( 미분류 )
시기 : 1598-05-07 ~ 동일시기이야기소재
장소 : 강원도 평강군
일기분류 : 전쟁일기
인물 : 오희문, 신수함, 오희철
참고자료링크 : 조선왕조실록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 오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