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강동종합노인복지관 실버기자단은 특집 <주변 지인들과의 인터뷰>를 기획하였다.
첫 번째 인터뷰는 2024년 102번째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였다. 실버기자단 최영국기자는 명원초등학교에 저학년(비교적 공부 부담이 적은 어린이를 인터뷰하기 위해) 선정을 요청하였다. 소개받은 1~3학년 3인 중 2학년 안**(9세)를 선정하였다.
인터뷰는 5월 4일(토) 오후 3시 명원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진달래어린이공원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은 안 군이 다니는 학교 옆에 있어서 거의 매일 친구들과 어울리는 공간이다. 인터뷰는 한 시간 반 정도 "어린이의 하루"를 주제로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되었다(정확하게는 "안 군의 하루").
다음은 안 군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2학년 된 지 3개월 정도 지났는데 1학년 때와 학교생활이 어떻게 다른가요?
"학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선생님, 친구들도 다 모르고, 돌봄 교실, 방과 후 수업 등도 아주 어색했어요. 점심시간도요.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서는 괜찮아졌지만요. 1학년이 4반이고, 93명 이어서 같은 반 친구들은 물론 다른 반 친구들도 한 학기 지나고 나서는 거의 다 알게 되었어요. 2학년이 되니까 돌봄이나 방과 후 수업에서 3~5학년 형누나들을 많이 알게 되어 학교에 가면 대개 다 아는 사람들처럼 지내요. 여기(진달래공원)에서 자주 보니까 더 그래요. 그래서 2학년 되니까 학교생활이 아주 익숙해졌어요."
-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는 시간부터 집에서 자기 전까지 하루 생활은 어떻게 보내는지요. 학교 끝나고 낮에 뭘 하는지 등등 가급적 자세하게 얘기해 주세요.
"(잠시 머뭇거리고 생각한 후) 학교 가는 시간과 학교수업시간은 거의 비슷하지만, 수업 이후 저녁식사 전까지는 요일마다 달라요."
- 그럼 하루생활에 대해 짧게 짧게 물어볼게요. 학교시작과 끝 시간은?
"보통 8시 50분쯤 학교 가고, 1시 50분에 수업이 끝나요. 점심시간 후 1시간 수업해요."
- 점심시간에는 점심 후 친구들과 무얼 하나요?
"주로 교실에서 놀아요. 레고 하거나 책도 보고 포켓몬카드놀이나 장기, 오목, 체스도 해요. 장기는 제가 반에서 2번째로 잘해요."
- 장기?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셨어요. 저보다 잘 두는 **도 할아버지한테 배웠대요. 가을에 장기대회 나간대요."
- 수업 끝나면?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돌봄 교실에 가요. 거기서 1시간 있다가 방과 후 수업에 가거나 할아버지가 오시면 그때 집에 가요(실제는 놀이터)."
- 방과 후 수업에서는 뭘 해요?
"우리가 신청한 특별활동을 해요. 저는 컴퓨터, 음악줄넘기, 창의로봇, 농구를 해요. 농구는 토요일 아침에 하고요."
- 방괴 후 수업이 끝나면?
"수업이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가거나 조금 시간이 남으면 놀이터에서 놀아요. 놀다가 할아버지가 시간 됐다 하면 학원 가야 해요."
- 주로 놀 때는 뭐 해요.
"친구들이 여러 명이면 피구 하거나 프라이팬 해요 (프라이팬 놀이는 술래잡기와 비슷하며, 주로 2~3학년 학생이 주로 하는 놀이). 아니면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는데 요즘엔 두발저전거를 배워서 타는데 재밌어요. 또 2바퀴 킥보드도 타요. 얼마 전만 해도 3바퀴를 탔는데 할아버지가 2바퀴를 사주셨어요. 근데 탈만 하면 학원에 가거나 집에 가야 해요.
- 학원은 몇 개 다니나요?
"영어, 수영, 축구, 피아노, 미술 다섯 개 아니다 토요일에 종이 접기까지 6개 다녀요. 영어학원은 매일, 피아노는 2번 다녀요."
- 그렇게 많이 다녀요?
"저보다 더 많이 다니는 친구도 있어요. 수학, 태권도 다니는 친구도 있거든요."
- 6개 모두 엄마가 다니라 한 거예요 아님 안 군이 다니고 싶다고 한 것도 있나요?
"영어, 수영, 축구는 엄마가 하자 했고요. 피아노와 미술은 제가 하겠다 했어요. 수영도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니긴 해요. 근데 지금은 안 가고 싶은데 엄마가 3학년까지 다니면 좋겠다 해서 어쩔 수 없이 다니고 있어요. 제가 가겠다고 한 게 조금 후회돼요 지금은. 전에는 태권도도 배웠었는데 싫다고 해서 수영으로 바꾼거예요. 수영도 가긴 싫은데 가서 수영 배우면 기분이 좋아지긴 해요."
(왜 수영을 안 가고 싶은지 물었더니, 그 시간이 놀이터에 친구들이 제일 많아서.. )
"축구는 처음엔 좋아서 가고 싶다고 해서 다니는데, 요새는 야구를 더 좋아해요. 하지만 거기 가면 어린이집 친구들을 만닐 수 있어서 그냥 다녀요."
"종이 접기도 엄마가 가자 해서 다녀요. 6살 때부터 다니는데, 처음엔 다니기 싫었지만 지금은 재미있어서 토요일이 기다려져요. 제가 종이접기 자격증을 땄어요."
(묻지 않은 자격증에 대해 얘기하기에, 칭찬해 주었답니다. 그랬더니 종이접기 어린이 2등급 땄고, 한자 8급도 통과했다고 하네요. 마구마구 칭찬했답니다.)
- 학교에서 가장 즐거운 수업 그리고 어려운 건 뭐예요?
"요즘 '마을'에 대해 배우는데 재미있어요. 동네에 여러가지 은행이나 마트 등에 대해 배워요. 나중에 크레이와 두꺼운 종이로 모형도 만든대요. 어려운 건 별로 없는데 노는 시간이 짧아서 그게 제일 아쉬어요."
- 주말에는 어떻게 지내나요?
"토요일 아침에는 학교에 가서 '농구 방과 후'를 해요. 그리고 낮에 종이접기 가요. 오후에는 아빠나 이모부와 야구를 해요. 이때 동생 그리고 사촌동생과 같이 해요. 저번에는 가족 모두 한강공원에 가서 다 같이 야구를 했어요."
"어떨 때 일요일에는 대전 할아버지할머니한테 가기도 해요. 그리고 야구경기를 보러 가거나 전시장이나 아쿠아리움도 가요."
"어디 안 가고 집에 있을 때는 레고를 하거나 책을 많이 봐요. (무슨 책?) 전에는 공룡이나 고래책을 많이 봤는데 요즘에는 역사책이나 과학만화를 주로 봐요. 가끔 할아버지와 도서관에 가기도 해요."
- 요즘 가장 하고 싶은 건 뭔가요?
"야구장에 가고 싶어요. (왜?) 저는 한화를 응원하는데 제가 가면 이기거나 점수를 내거든요. 한화를 좋아해서 요즘 좋아하는 색깔도 원래 노랑, 파랑을 좋아했는데 요새는 주황도 좋아해요.(왜?) 한화유니폼 색이 주황이거든요."
- 이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질문에 답하면서 하지 못한 얘기 그리고 엄마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주세요.
"아까부터 할아버지께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사실할사버지를 놀이터에서 가끔 봤어요. (기자에게도 안 군과 같은 학교 2학년 다니는 손자가 있다 하니, 누군대요? 아무개라 하니, 1학년때 같은 반이었다며 요새도 놀이터에서 같이 놀아요. 기자도 안 군을 놀이터에서 여러 번 본 적 있다고 얘기했답니다.)"
- 엄마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고 다시 물었더니,
"(잠시 생각하다) 노는 시간을 많이 주면 좋겠어요. 보통 5시 아니면 5시 50분에 학원이 끝나요. 그러면 많아야 30분 정도 놀아요. 요새 저녁 때도 밝으니까 놀고 싶은 만큼 놀면 좋겠어요."
- 마지막 질문인데, 이담에 어른이 되어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요?
"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과학자가 되어서 고래를 관찰하고 싶었어요. 학교 들어가서는 로봇 만드는 거 하고 싶어졌어요. 로봇 만들어서 우주에 가는 우주선에 넣어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게 하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 마음이 바뀌었어요. (뭐로?)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가만 있을 때 자꾸 생각이 나요 야구가.""
- 이 담에 안 군이 하고 싶은 것을 꼭 하기 바랄게요. 정해진 한 시간이 훨씬 넘었어요. 할아버지와 오래 인터뷰해 주어 고마워요.
"다 끝난 거예요? 그럼 저는 친구들한테 가도 되지요, (인터뷰하는 동안 여러 명의 친구들이 우리 곁에 왔다 갔답니다.)"
- 이제 가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기 바라요 하며 인터뷰를 끝냈습니다.
인터뷰하면서 가장 안쓰러운 것은 어린이가 어린이답지 못한 여건 한가운데 있다는 점이었다. 학교와 학원을 맴돌고 있는 어린이를 보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는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선생님과 같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요구되는 사항을 체득하게 된다. 나머지는 놀이를 통해 그리고 집에서 부모로부터 더불어 사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학교가 끝나고 여러 개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정작 놀이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집에 가면, 학원에서 내 준 과제를 하느라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몇 십분 아니 몇 분 정도가 아닐까. 어린이는 어린이 답게 자랄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대해 우리 어른들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한다. 시급하게 그리고 다 함께. <최영국 기자>
(5월 글쓰기 연습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