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서평
불교적 상상력 접목과 문학사적 가치 --정광수 평론집『文學的 空思想, 그 逆說的 論理』
김 송 배(시인. 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장)
又竹 鄭光修 시인이 제5문학평론집『文學的 空思想, 그 逆說的 論理』(‘지성의 샘’발행)를 상재했다. 우죽 시인이 불교적 상상력뿐만 아니라, 불교의 오묘한 진리와 사상까지도 문학과의 접목을 시도한 것은 그의 평론집『禪의 論理와 超越的 象徵』을 시발점으로 해서『禪文學과 碧巖錄』그리고『禪語의 意味』에서 정점을 형성한 그의 역작이 제5평론집에서 그 결실을 탐색하고 있다. 우죽 시인의 문학평론(혹은 비평)의 방법론에는 특이한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이는 그가 일반적으로 심취했거나 문학적으로 탐색하려는 그의 지적 상상력이 佛家나 禪家에서 중심축을 형성하는 구도자의 진리를 승화하는 가치관 추구의 일단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대체로 이 시대의 평론가들이나 시인들은 존재론에서 자아를 인식하고 성찰하면서 나아가서는 기원의 의지로 변하는 철학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평론을 하거나 창작을 하는 사람도 많이 보아왔으나, 우죽 시인처럼 일생을 걸고 선사상에 몰입하는 예는 극히 드문 일이다. 이러한 그의 문학적 집착은 이미 그의 시집에서도 확인한 바가 있다. 시집『燕燕』,『過無量經』,『谷神의 새』,『山이 저만큼 돌아앉아』,『逍遙』,『天長地久』등의 시집 제목에서부터 그가 창출하려는 시적주제의 정련된 어의가 잘 표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죽 시인은 ‘시가 만일 고매하고 영원한 것이어서 심원한 어떤 가치 생명을 이르는 것이라면 언어기교로서만 시의 매김을 할 수 없는 것이요, 시의 언어가 기교에 떨어진다 함도 말의 꼬리나 모서리에 잡혀 그 테두리안에서 맴돌다 끝내 주제를 건져내지 못하고 마는 안타까운 몸짓을 두고 이름일진대, 그것은 말의 기능공이 할 짓일지언정 말을 다스리는 시인이 할 노릇은 아니다’라고 ‘自序’에서 밝힘으로써 그가 진실로 구가하려는 시창작의 실체를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창작적 고뇌를 해소하고 주제의 명징을 심화하려는 그의 연구는 결국 ‘나는 문학, 철학, 종교, 역사에 관심을 갖고 나의 견해를 첨부하여’ 그의 독특한 시세계의 구축과 문학정신을 고양함으로써 존재의 해법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죽 시인은 이러한 심리현상을 ‘見性’이라고 스스로 결론짓고 있다. 우리 인간들의 근본적인 실체를 究明하여 生滅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일이 곧 하이데거의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본시 있던 나에게로 되돌아 간 나’를 인식하는 것이 존재의 진정한 의미라면 이 ‘견성’이야말로 인간정신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것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일련의 문학정신을 근원으로 하여 작품을 창작하거나 작품세계를 탐색하는 일은 그렇게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면 ‘본시 있던 나(실존으로서의 인간)’은 자기가 죽음을 향해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자라고 한다. 어덯게 보면 불가나 선가에서는 구도적인 正心을 통해서 자아를 성찰하는 과정일지 모르지만, 문학에서 이러한 고차원의 의식이 가미된 작품의 창조는 상당한 난관이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죽 시인은 이처럼 그가 평소에 묵시적으로 실천해온 선사상을 존재와의 상관성에 대해 심도있게 천착하면서 그의 문학관을 확고하게 정립시킨 중진시인으로서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 저서에서 ‘文學과 空思想’에 대한 진지한 논리를 전개하지만 ‘逆說的인 論理’라고 자술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또한 그는 ‘문학에 있어 空思想을 접목하나다고 가정할 때, 그 전제로서 인도사상을 개관하고 인간들의 思惟가 어떻게 변화해 갔는가를 우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개관한다. 이처럼 인도의 사상이나 철학을 논한다면 불교를 제외할 수 없다. 이러한 불교의 사상이나 철학이 바로 ‘결국 세계와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참다운 진리이며 한 사람, 한 개인 그리고 가정과 사회, 국가와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보편적인 진리’라는 것을 그는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문학적 교감은 공사상과의 일치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죽 시인은 이 평론집을 통해서 ‘도를 통한 시적 모색에 있어서의 황홀’이라든지, ‘철학의 부활을 위하여’, ‘한국의 고전 선시’, ‘현대 선시의 실상’, ‘초월, 그 형이상적 꿈의 형상화’, ‘선의 이해와 Avant-garde의 접목’, ‘내가 작시 헌공한 찬불가’ 등 창작의 세계뿐만 아니라, 평론의 세계에서도 선과 불교사상의 승화가 그의 특유의 필치와 지적 자양으로 현현되어 우리 문학사에 한 분류의 장으로 길이 남아서 그 가치성을 예감하게 한다. 그는 다시 7, 8세기경 唐初의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진 寒山의 시세계를 심도 높게 고찰함으로써 선시의 묘미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소주에 위치한 寒山寺 寒拾殿을 직접 방문 참배하고 寒山의 시를 분석하여 우리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선시의 이해를 돕고 공감의 영역을 확산하고 있다.
나의 시를 읽으면 / 마음이 가라앉는다 / 마음이 맑아지니 / 악한 일은 버리고 / 불심을 얻어라(凡讀我詩者 心中須護淨. 樫貪繼日廉 昭曲登時正. 驅遺除惡業 歸依受眞性. 今日得佛身 急急如律令)
우죽 정광수 제5평론집을 읽으면서 오늘따라 寒山의 시 한 편이 가슴에 와서 닿는 것은 어인 일일까. 아마도 불가에 이미 귀의한 느낌으로 이 평론집 전체를 관류하는데서 필자에게 던지는 또 다른 話頭가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