爲物 雖微任重之道 亦自知之 不欲同茂 於三春雨露之節 使紅紫萬朶 氤氳氣濃姸態 爲悅於散人 蕩子之眼目 折入於娼妓 少婦之手中 能自盤屈中黃之土 歲久而着深秋冬 則收拾其枝葉 間餘氣含蓄 而韜晦焉
물건이 되는 것은 비록 미미하더라도 맡은 바는 중한 것이 道理이고 또한 저절로 알게 된다. 봄날 단비가 내리는 계절에 함께 무성하려 하질 않고도 홍색 자색의 만 가지 꽃송이가 조화를 이루고, 기세가 짙어져 고운 자태를 내어 한가로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蕩兒(탕아)의 눈에는 娼妓(창기)에게 꺾여 빠져들 듯하고, 젊은 새댁의 손에서는 자연스레 쟁반에서 굴려 노란 떡으로 무쳐진 지가 오래되었다. 점점 깊어 가는 추운 계절에는 가지와 잎사귀를 거두고는 남은 기운을 품고 있는 것이 자신의 재능을 감추는 듯하다.
※朶늘어질 타, 나뭇가지가 휘휘 늘어지다, 움직이다, 흔들다, 가지에서 휘늘어진 꽃송이. 氤氳: 하늘 氣運과 땅 氣運이 서로 合하여 어림, 날씨가 和暢하고 따뜻함. 氤기운 어릴 인. 氳기운 어릴 온. 氣濃: 기운, 기세 등이 짙어지다. 깊어지다. 드세다. 散人: 세상일을 잊고 한가로이 자연을 즐기며 지내는 사람. 餘氣: 고치거나 없어지지 않고 아직 남아 있는 습관이나 풍습. 韜晦: 自己의 才能·地位 같은 것을 숨기어 감춤. 蹤迹을 감춤. 韜감출 도, 활집
春夏 則吐發其精液 使大幹小枝 漸進發榮 繁華於一時 爲下深藏 不有其功大哉
봄과 여름에는 진액을 토해 내어 큰 줄기와 작은 가지가 점점 자라서는 일시에 꽃을 피워 만발하게 하니, 아래로는 깊이 감추고 功이 없듯 하니 그 功이 크도다.
※精液: 수컷의 성기에서 만들어지는 정자가 들어 있는 액. 순수한 진액으로 된 액체
木根之爲德 何其壯也 其形已隱其德 亦隱隱德所在 天何不眷待 故冷風虐雪 不及於此 牛羊斧斤 亦不敢侵焉
나무뿌리의 德됨이 얼마나 壯한가? 그 形體는 이미 德을 숨기고 또 남모르게 누군가에게 베푼 德도 숨기니 하늘이 어찌 돌봐 주지 않겠나! 그러므로 추운 바람과 매서운 눈보라가 여기에 닿질 않고, 소, 양이나 도끼 또한 감히 침범할 수 없도다!
※隱隱: 속엣 것이 흐릿하게 보임. 먼 데로부터 울리어서 들려오는 소리가 똑똑하지 아니함. 隱德: 남이 모르게 베푸는 恩德. 眷待: 돌보아서 잘 대우함.
嗚呼 來客胡不見此 而見彼吾 所枕之者 因此裡面而已 其外形之奇 乃自然非有爲也
오호라! 누가(찾아오는 이) 이 뿌리를 어찌 볼 수 있겠나? 그와 내게 보여 베개로 삼은 것은 이런 裏面(이면) 때문일 뿐이다. 外形에 보이는 奇妙(기묘)함이 저절로 있게 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