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에 자리잡고 낮은 곳을 내려다보면 화살의 비거리가 늘어난다. 국경은 강과 산맥을 따라 방어하기 좋은 지정학적 요충지에 그어진다. 바깥을 차지하고 안으로 몰면 적의 공간을 빼앗는 만큼 유리하다. 지정학적 이익을 공간 자체의 성질로 보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것이 구조론이다.
존재는 부단한 방향전환이다. 방향전환의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 앞뒤가 막히면 움직일 수 없다. 방향전환을 할 수 없다. 의사결정할 수 없다. 그것이 궁지다. 궁지에 몰리면 진다. 계, 체, 각, 선, 점 순으로 방향전환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 점은 옴쭉달싹 못하고 계는 다섯 방향으로 움직인다.
질 - 산 것은 죽은 것보다 낫다. 자체 동력이 있는 것은 스스로 방향전환이 가능하다.
입자 - 중심은 주변보다 낫다. 중심은 전환할 방향이 많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
힘 - 밖은 안보다 낫다. 밖은 방향전환이 쉽다.
운동 - 앞은 뒤보다 낫다. 앞은 방향전환할 수 있고 뒤는 앞에 막혀 방향전환할 수 없다.
량 - 연결은 단절보다 낫다. 고립되면 방향전환이 불가능하다.
질 - 계의 안과 밖, 체의 중심과 주변, 공간의 좌와 우, 시간의 앞과 뒤, 위치의 확정으로 다섯 가지 결정이 가능하다.
입자 - 계의 밖에서 안으로 방향을 틀었으므로 계를 다시 정할 수는 없고 나머지 네 가지 결정이 가능하다.
힘 - 계의 바운더리와 체의 중심이 정해졌으므로 공간과 시간과 위치 세 가지를 결정할 수 있다.
운동 - 계와 중심과 공간이 정해졌으므로 시간의 속도와 정보의 위치만 결정할 수 있다.
량 - 계와 중심과 공간과 시간은 크기가 있고 크기가 없는 위치만 결정할 수 있다.
중심이 주변보다 낫다는 입자의 성질과 밖이 안보다 낫다는 힘의 성질은 얼핏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모순될 때는 순서가 앞서는 입자의 성질이 더 중요하다. 나라의 수도는 국가의 가운데 있으면서도 해안가에 있어야 한다.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 튀르키예는 수도가 가운데에 끼어서 좋지 않다.
인간의 머리는 가운데 있지만 동시에 바깥에 있다. 밸런스와 언밸런스를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언밸런스다. 온도와 밝기의 상한은 없고 하한은 있다. 온도와 밝기는 대칭을 이루나 온도는 더 내려갈 수 없는 절대온도 0도가 있고 밝기는 더 어두워질 수 없는 광자 0개의 밝기가 있다.
세상은 대칭이지만 비대칭이다. 비대칭은 변화의 동력을 제공하고 대칭은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한다. 대칭만 있으면 교착되어 변화가 막히고 비대칭만 있으면 변화가 순식간에 끝난다. 대칭은 변화가 가능하나 동력이 없어서 안정되고 비대칭은 불안하나 핸들이 없어서 변화가 조절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