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있는 게임은 의도와 반대로 된다. 똑바로 가지 않고 휘어져 간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반대쪽을 틀어막아야 한다. 늑대가 사슴을 잡으려면 한 마리가 반대쪽으로 돌아가서 길목을 지켜야 한다. 망치를 휘두르기 전에 모루로 받쳐야 한다. 칼을 휘두르기 전에 도마에 올려야 한다.
정치는 역설이다. 국힘당 찍어보고 후회한 다음에 민주당 찍는다. 계급배반투표로 지렛대를 만든다. 받침점을 기준으로 힘점과 작용점이 반대로 움직인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하지 않는다. A가 좋으면 B가 좋다고 말해서 A를 격동시켜야 한다. 경쟁자를 붙여서 지렛대를 만든다.
상대가 어떤 카드를 쥐었는지 확인하고 딜을 친다. 좋은 것도 통제수단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이치를 아는 사람은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나쁜 일은 좋은 일의 사전 정지작업임을 아는 것이다.
세상은 역설이지만 역설에 매몰되면 안 된다. 노자를 잘못 배워 뭐든 부정하는 사람 있다. 역설에 따른 좌절은 이중의 역설로 극복할 수 있다. 역설을 정설로 바꾸면 된다. 유체를 강체로 바꾸면 된다. 지렛대를 박으면 된다. 닫힌계에 가두고 압박하면 된다. 사전 정지작업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