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길이 끊어져 건너가지 못하는 저 편에 마을
내들이 연결되어 모여들어서 동네 이름이 내의 창고 창곳내
이어지는 고냉이소, 닥밧소, 진소, 앞내, 양재소
모두 안덕계곡으로 흘러서 그 끝은 화순 바다인 창고천
계절 따라 깊었다가 낮아지고 다시 깊어지는 내와 소
푸른 물 밑은 미끌미끌 끌어당기는 물이끼 낀 돌과 흙
짚 대 드리우면 물고 올라오는 크고 검은 민물 게
털이 난 집게발로 논에 살면 쥐가 된다는 아이들 말
내로 가는 길에는 늘어선 동백나무
햇살 받으면 검푸은 잎사귀들 번득이고
해 지는 하늘에 마른 억새 허옇게 걸리면
호미 날처럼 하늘에서 떠는 상현달
딸만 딸만 있던 집에 마지막으로 태어난
귀한 아들 문필이는 아홉 살에 닥밧소가 데려가고
가시덤불 겨울 벌판을 하얗게 센 머리로
밤새 헤메이던 동수 할머니는 양재소 냇머리
물귀신이 끌어당겨서 시퍼런 물로 몸을 던지고
어두운 바위 그늘에 천년 잉어 숨겨 놓았다는 앞내는
건너편 군산으로 가는 길을 끊었다가 이었다가
젊어 과부 된 할머니집에는 또 과부 된 딸이
대처로 가며 거두지 못한 어린 딸 아이
뜰에 떡맨드라미와 함께 자라며
집 뒤 대 밭에 마람소리 들으며 구실잣밤을 줍고
아궁이에 불 피워 조 보리 밥을 지으며 할머니와
호젓한 집에 호박 된장 국 끓이는 연기 올리는
외로운 동네 우람한 나무에 둘러싸인 초가지붕
계절 따라 오는 바람을 거르는 세월
낮에는 어른 없는 마을 아이들
집집마다 부엌 물항아리 먼 샘물 길어다 채우고
어린 동생 업어서 밭에 간 어머니 젖을 먹여 오고
저녁밥 지었다가 식구들 다 먹으면
재게 손 놀려 그릇 씻어 엎어 놓은 후
이제 놀아보자고 아이들은 서로 부르면
빨리 나오러고 덩달아 가슴 설레는 달
앞길에 나온 아이들의 노래는 놀이 따라 바뀌고
‘깜짝 깜짝 고사리 깜짝
제주 한라산 고사리 깜짝‘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꽃을 따러 왔도다 왔도다 왔도다
무슨 꽃을 따겠니 따겠니 따겠니
경아 꽃을 따겠다 따겠다 따겠다
가위바위 보 가위바위 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길섶에 밭둑에는 저마다 노래하는 찌르레기와 여치
번갈아 뛰다 보면 달은 산 위에서 뒤로 기울어 가지만
달빛에 젖어 하얀 길 위에서 노는 아이들
거기 푸른 달빛 속에는 지금도 뛰노는 밤의 요정들
노래하고 서로 부르는 아이들이 흐른다